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Dvořá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라라와복래2014. 7. 12. 06:00
Dvořá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
Antonín Dvořák
1841-1904
Mischa Maisky, cello
Jacek Kaspszyk, conductor
Orkiestra Filharmonii Narodowej
Warsaw Philharmonic Orchestra
Warsaw Philharmonic Concert Hall
2015.12.12
Mischa Maisky - Dvořá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첼로 협주곡 b단조는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현악 4중주곡 ‘아메리칸’ 등을 발표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드보르자크가 미국 시대의 마지막 작품으로 1894~95년에 작곡한 작품이다. 프라하 시 근교 인구 500여 명의 작은 마을 넬라호제베스에서 정육점 집 아들로 태어난 드보르자크(그는 음악사에서 유일한 정육면허 소지자이다)는 물질적 풍족함에도 번잡한 뉴욕 생활을 점차 불편해했고, 마침 젊은 날 실연을 당했던 여인이며 처형인 요세피나의 우환 소식을 전해 듣고는 깊은 노스탤지어에 젖어 이 곡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곡은 같은 고향 출신 첼리스트 하누시 비한(Hanuš Wihan)에게 헌정되었는데, 도미 직전에 그와 함께 떠난 보헤미아 지방으로의 여행이 이 곡을 작곡하는 데 간접 동기가 되었으며 귀국 후 약간의 수정 작업을 할 때 비한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곡의 초연은 런던 필하모니 협회의 초청을 받고 1896년 3월 19일 런던 퀸즈 홀에서 드보르자크 자신이 지휘를 하고 영국의 첼리스트 레오 스턴(Leo Stern)이 독주를 맡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첼로 협주곡의 황제‘
낭만파에서는 슈만을 시작으로 랄로, 생상스, 차이콥스키 등이 첼로를 위한 협주곡을 만들었다. 하지만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기법이나 내용에서 그 모두를 능가한다. 드보르자크를 적극 후원하고 우정을 쌓았던 브람스는 이렇게 탄식했다. “이런 첼로 협주곡을 인간의 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난 왜 미처 몰랐을까.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직접 썼을 텐데!” 브람스는 땅을 쳤지만,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같은 곡을 쓰느라 정작 첼로 협주곡은 남기지 않았다. 이 곡을 연주해본 첼리스트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최고라고. 그래서 이 곡을 가리켜 ‘첼로 협주곡의 황제’라고 일컫는 모양이다.
런던에서의 초연 후 드보르자크는 마지막 60마디를 고쳤는데, 미국 작곡가 빅터 허버트(Victor Herbert)의 첼로 협주곡 2번을 듣고 효과적인 고음역의 처리법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드보르자크 자신은 “피날레의 종결은 마치 춤과 같다. 1, 2악장을 회고하면서 솔로가 피아니시모로 소진된다. 그러고 나서 음향은 다시 커지고 마지막 소절에 가면 투티로 옮겨져 폭풍우 같은 종결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내 생각이고, 그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메모를 남겼다.
교향곡적 전개와 풍요로운 악기론적 기법과 거대한 형식은 이 곡을 오케스트라와 첼로를 위한 교향적 협주곡이라 부름이 마땅하다. 카잘스는 이 곡을 영웅의 생애를 담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했다. 교향곡과도 같은 웅장함, 느린 악장에서는 목관 앙상블을 다른 파트에서 감상하게끔 쉬게 하는 여유,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을 담고 있는 빠른 악장들은 이 곡의 미덕일 뿐 아니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바이올린과 플루트의 이중주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력적이다. 애절하면서도 강렬한 선율과 활기차고 다양한 리듬으로 보헤미안의 감성과 정서를 담은 드보르자크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불가능도 없다는 듯이 난해한 테크닉을 수시로 구사하고 있지만, 적재적소에 사용되어 전혀 과장된 느낌을 갖게 하지 않는다.
남 보헤미아의 체스키 크룸로프.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1악장: 알레그로
소나타 형식이며 서주 없이 제1주제를 현악과 함께 클라리넷이 주도한다. 이윽고 독주 첼로가 즉흥적으로 활달하게 제1주제를 켜기 시작한다. 흙냄새 짙은 이국적인 제1주제에서 목가풍의 제2주제로 옮겨 간다. 제2주제를 연주하는 첼로와 호른은 감수성으로 물들어 있다. 독주 첼로가 다채롭게 변하면서 점차 고조되면 관현악의 힘찬 총주가 가세해 발전부로 들어간다.
재현부에서는 관현악에 의한 제2주제가 다시 나타나고 독주 첼로가 이것을 받아 연결하다 마침내 총주로 제1주제가 힘차게 나타나고 이를 독주 첼로가 화려하게 발전시킨 후 짧은 코다로 웅대하고 장엄하게 끝난다. 1악장은 대담한 희망과 웅장함이 특징적인 인상으로 화려한 관현악과 독주 첼로 사이의 극적인 긴장감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드보르자크 특유의 향수가 여기서 모습을 나타낸다. 열정과 꿈과 조용한 회상이 떠오른다. 3부 형식으로 목관 3중주가 민요풍의 애수에 찬 주제를 연주한 후 첼로가 그대로 받아 이중 제시를 하면서 점차 애절하게 발전된다. 그러다 갑자기 1악장처럼 드라마틱해지며 영웅의 깊은 슬픔을 표현하는 듯한 제2주제가 나온다. 3부는 호른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제1주제를 재현하고 이를 첼로가 카덴차 풍으로 받으면서 시작되는데, 비극적 분위기는 가라앉고 위엄을 갖추면서도 연민의 정을 보이며 조용히 사라진다.
2악장은 작곡가가 무척이나 사랑했던 요세피나와 깊숙하게 맺어져 있다. 제2주제에서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가곡 ‘나 홀로 내버려두세요’를 사용했는데, 요세피나가 이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을 쓰고 있을 때 요세피나가 세상를 떴고 드보르자크는 그 충격 속에서 작품에 몰두했다. 따라서 작곡가와 요세피나 사이의 감정의 등고선은 2악장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이다.
3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거칠고 싱싱한 감정과 정열이 솟구친다. 보헤미아의 민요와 무곡, 그리고 아메리카 민요 가락을 교묘하게 사용하며 강렬한 음의 무늬를 그린다. 콘트라베이스로부터 시작되는 무거운 행진곡은 금관, 목관, 현이 추가되면서 축제 분위기로 급전한다. 특히 목관악기의 짧은 선율은 슬라브 정서를 환기시킨다. 론도 형식의 3악장은 모든 고난과 고뇌를 이겨낸 승리의 향연같이 보헤미아 춤곡들이 번갈아 나오면 온갖 기교와 함께 함께 즐기고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른다.
끝으로 가면서 안단테로 변하며 처음에는 2악장을, 그리고 코다에 가서는 1악장을 회상한다. 그리고 카잘스가 ‘영웅의 죽음’이라고 한 부분에 도달한다. 영웅은 숨을 거두고 팀파니의 트레몰로를 시작으로 투티는 급격하게 포르티시시모가 되면서 금관 소리가 천상이 열리는 것을 알리며 대 서사시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