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클래식 음악 가족 - 음악성의 DNA, 패밀리 어페어

라라와복래 2014. 10. 3. 09:57

클래식 음악 가족

음악성의 DNA, 패밀리 어페어

Lucas & Arthur Jussen - Schubert, Complete Impromptus, D.899 & D.935

4 Impromptus, D.899, Op.90 played by Arthur Jussen

No.1 in C minor, Allegro molto moderato [00:00]

No.2 in E flat major, Allegro [11:31]

No.3 in G flat major, Andante [16:44]

No.4 in A flat major, Allegreto [22:42]

4 Impromptus, D.935, Op.142 played by Lucas Jussen

No.1 in F minor, Allegro moderato [30:58]

No.2 in A flat major, Allegreto [43:34]

No.3 in B flat major, Andante & variations [50:45]

No.4 in F minor, Allegro scherzando [1:02:46]

모든 예술이 그러하지만 음악도 재능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선천적인 재능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비중은 상당해 보인다. 예로부터 부모자식, 형제가 모두 음악을 하는 음악 가족이 많았던 이유도 그들이 우수한 음악적 재능의 DNA를 공유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자 시대에서 형제자매 시대로

클래식 음악사를 훑어보면 직계로 유전자가 이어진 부자(父子), 즉 아버지와 아들 음악가들을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2세 등이 그들이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부자 음악가에서 형제 음악가의 시대를 열었다. 바흐가 아들들을 많이 낳으면서 형제 음악가들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大)바흐라 불리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아들들인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바흐,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가 모두 작곡가로 활약했다. 특히 올해는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탄생 300주년으로 전 세계적으로 그의 음악이 음반으로 많이 소개된 한 해이기도 하다.

바흐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음악가가 된 아들들. 왼쪽부터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카를 필리프 에마뉴엘 바흐,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바흐. 바흐는 자녀를 모두 20명이나 두었다.

연주가 중에는 지휘자인 에리히 클라이버와 카를로스 클라이버 부자, 아르비드 얀손스와 마리스 얀손스 부자,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이고르 오이스트라흐 등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잇는 경우가 많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그의 딸인 비올리스트 리다 첸, 미샤 마이스키의 아들과 딸인 샤샤 마이스키와 릴리 마이스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의 아들인 피아니스트 보브카 아시케나지는 자주 한 무대에 선다.   

 지휘자 에리히 클라이버와 아들 카를로스 클라이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딸 릴리 마이스키

그간 부자 지휘자 네메 예르비와 파보 예르비가 화제였다면 요즘은 파보 예르비와 크리스티안 예르비 형제가 각광받는다. 고음악 또는 시대악기 분야에서는 유난히 가족 음악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기스발트 쿠이켄, 바르톨트 쿠이켄, 빌란트 쿠이켄 등 쿠이켄 형제, 피에르 앙타이, 마르크 앙타이, 제로미 앙타이 등 앙타이 삼형제가 대표적이다. 조르디 사발 가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세기 초 작곡계에도 유명한 형제가 있었다. 김연아의 연기곡이었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와 <랩소디 인 블루>로 잘 알려진 조지 거슈윈 같은 경우 형 아이라 거슈윈은 시인이자 작사가였다. 조지가 곡을 쓰면 아이라가 그 곡에 가사를 지어 붙였다.

피아노 트리오, 즉 피아노 3중주 분야를 보면 남매와 자매가 강세다.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으로 이루어진 정 트리오, 허승연, 허윤정, 허희정으로 구성된 허 트리오, 마리아, 루시아, 안젤라가 멤버인 안 트리오, 서울시향 첼로 수석 주연선의 자매로 구성된 주 트리오가 대표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과 첼리스트 양성원이라는 형제 음악가도 떠오르지만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종종 한 무대에 설 때면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양성식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아 눈빛만 봐도 리듬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양성원은 “서로의 문제점을 다른 사람보다 쉽게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if !supportEmptyParas]-->

정 트리오(Chung Trio).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 남매

카퓌송 형제의 활약

최근 음악계에서 ‘형제’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형제가 있다. 바로 프랑스 출신의 르노 카퓌송과 고티에 카퓌송. 르노 카퓌송이 1976년생이고 고티에 카퓌송이 다섯 살 아래다. 피를 나눈 형제 사이라서 그런지 뜻이 더 잘 맞고 함께 연주할 때 호흡과 앙상블이 좋다.

카퓌송 형제는 2002년 루가노 ‘아르헤리치 프로젝트’에 초청받아 유명해졌다. 둘 다 파리 음악원 동문. ‘실력파’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지냈다. 현재는 에라토(구 버진 클래식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고. 둘이 함께 녹음한 음반은 발매마다 찬사를 비껴가지 않았다. 특히 바이올린과 첼로의 귀한 2중주를 모은 앨범(Face A Face)은 불같이 격정적인 르노의 바이올린과 얼음처럼 냉철한 고티에의 첼로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난형난제'의 연주로 각광받았다. 

르노 카퓌송(Renaud Capuçon, 1976~ )과 고티에 카퓌송(Gautier Capuçon, 1981~ ) 형제

르노 카퓌송은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도 잘 안다. 우리 사이에는 무의식적이면서도 영원한 소통 수단이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고티에 카퓌송은 “가끔 형과 의견 차이가 있지만. 형제이기 때문에 서로 불만이 있을 때 바로 상대에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솔직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연주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카퓌송 형제를 보면 형과 아우는 성격이 정반대임을 알 수 있다. 르노 카퓌송은 ‘음악 연기자’로 불릴 정도로 연주하는 작품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적응력을 무기로 갖고 있다. 반면 동생인 첼리스트인 고티에 카퓌송에게는 ‘나이 든 음악인의 지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것은 그의 신중하면서도 안정된 연주 스타일을 대변한다. 가끔씩 ‘형만 한 아우’가 있는데, 고티에가 그렇다. 안정감 있는 고티에의 첼로에 탁월한 음악 연기자 르노의 바이올린이 더해지면서, 카퓌송 형제는 두 대의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쌍둥이 자매와 연애하는 이야기를 썼던 하루키도 있지만, 클래식 음악계에도 쌍둥이 음악가가 있다. 캐나다의 쌍둥이 자매 듀오인 시밀리아 얘기다. 플루트의 애니 리브리와 기타의 나디아 리브리로 이루어진 이들의 연주는 포근하다.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푸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모음곡> 등을 듣고 있으면 아르헨티나 초원을 질주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황혼을 맞는다.

이 밖에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윈튼 마살리스 형제, 브라질의 기타 듀오이자 작곡가 세르지오 아사드와 오다이르 아사드 형제 등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패밀리’들의 활약상은 오늘도 눈부시다.

Capuçon Brothers - Brahms, Double Concerto in A minor, Op.102

Renaud Capuçon, violin

Gautier Capuçon, cello

Myung-Whun Chung, conductor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Royal Albert Hall, London

BBC Proms 2011

네덜란드의 스타, 루카스 & 아르투르 유센 형제

외모와 실력 모두 화제가 된다는 면에서 우리나라의 임동민, 임동혁 형제를 연상시키는 네덜란드의 형제 피아니스트가 화제다. 네덜란드 출신의 루카스 유센(1993년생)과 아르투르 유센(1996년생) 형제다. 네덜란드 내에서는 이미 스타인 이들은 세계를 무대로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형제는 어려서부터 특출했다. 2001년 8세의 루카스는 로테르담 피아노 페스티벌 결선에 진출했고, 2004년 8세의 아르투르는 네덜란드 음악 영재 재단 콩쿠르에서 ‘올해의 음악 영재상’을 수상했다. ▶루카스 유센(Lucas Jussen, 1993~ )과 아르투르 유센(Arthur Jussen, 1996~ ) 형제

2005년 포르투갈의 거장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이들을 초청해 몇 달 동안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서 피아노 레슨을 자청한 것은 유센 형제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2006년에는 명교수 얀 빈, 톤 하르츠슈이커 등에게 배우며 음악적인 지평을 넓혔고, 이 해에 루카스 유센은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연했다. 2007년 유센 형제는 콘서트 직전 연주회를 취소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대타로 라벨의 ‘마 메르 루아’를 연주하기도 했다.

2010년 유센 형제는 명문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했다. 이후 발매한 이들의 데뷔 작품 베토벤 소나타 앨범은 지금까지의 듀오 피아노 앨범의 상식을 깨는 참신한 구성을 보여준다. 듀오들의 음반을 보면 네 손이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함께 연주한 작품도 있고 솔로로도 각기 녹음을 하고 있다. 아르투르 유센은 소나타 13번을, 루카스 유센은 소나타 14번 ‘월광’을 각기 연주하는데, 이 두 작품만 하더라도 훌륭한 한 쌍을 이룬다. 또 아르투르 유센은 소나타 5번 Op.10-1을 연주하고 루카스는 소나타 8번 ‘비창’을 연주한다. 작품의 연관성을 찾아 구성한 것이다. 유센 형제의 베토벤 녹음은 네덜란드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에디슨 상, 콘세르트헤보우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아르투르 유센이 프란스 브뤼헨의 지휘로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했다.

이들의 연주는 침착하고 섬세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답게 수렴보다는 발산에 더 가까운 특성을 노출한다. 스승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가하고 있는데, 유센 형제의 연주에 피레스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궁금증이 고개를 든다. 이들이 아직 17세, 14세일 때의 녹음인데, 10대 청소년 연주가에게 베토벤의 소나타가 너무 무겁지 않았을까. 루카스는 이렇게 답한다. “베토벤 후기 작품은 아직 연주하지 않았어요. Op.10 같은 경우 베토벤이 아직 젊었을 때 작곡했죠. 우리 나이에도 그 곡들을 연주할 수 있어요.”

유센 형제는 2013년부터 피아노 회사 스타인웨이 & 선스(Steinway&Sons)의 영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연주는 침착하고 섬세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답게 수렴보다는 발산에 더 가까운 특성을 노출한다. 스승인 마리아 주앙 피레스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가하고 있는데, 유센 형제의 연주에 피레스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궁금증이 고개를 든다. 이들이 아직 17세, 14세일 때의 녹음인데, 10대 청소년 연주가에게 베토벤의 소나타가 너무 무겁지 않았을까. 루카스는 이렇게 답한다. “베토벤 후기 작품은 아직 연주하지 않았어요. Op.10 같은 경우 베토벤이 아직 젊었을 때 작곡했죠. 우리 나이에도 그 곡들을 연주할 수 있어요.” ◀유센 형제는 2014년 10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다.

글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진 제공: 유니버설 뮤직, 크레디아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음악일반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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