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 James Levine/Metropolitan Opera Orchestra: Birgirt Nilsson(Elektra), Leonie Rysanek(Chrysothemis), Mignon Dunn(Klytämnetra), Robert Nagy(Aegisth), Donald McIntyre(Orest) 1981
[track 2~13] Luis Antonio García Navarro/Orquesta Sinfónica de Madrid: Eva Marton(Electra), Ana María Sánchez(Chrysotemis), Anne Gjevang(Klytämnestra), Kenneth Riegel(Aegisth), Hans Tschammer(Orest) 1998
제임스 레바인 지휘 MET 공연은 영어 자막이 있어 줄거리를 좇는 데 도움이 됩니다. 루이스 안토니오 가르시아 나바로 지휘 마드리드 교향악단 공연은 원 희곡에 충실하며 무대장치와 의상이 빼어납니다. 스페인어 자막 처리. 두 공연 모두 실황녹화이니 플레이리스트 왼쪽 위 VIDEO 글자를 클릭하여 동영상으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이야기, 그리고 간통한 남자와 함께 남편 아가멤논을 죽인 클리템네스트라를 아들 오레스테스가 살해하는 미케네 왕가의 비극. 이 두 소재는 고대 그리스 비극들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압도적인 내용일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모두는 이 미케네 왕가의 비극을 극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티>(B.C.458년),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B.C.413년)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그리고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B.C.410년)가 가장 늦게 발표되었죠.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크리소테미스는 모두 오레스테스와 남매간인 자매들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이 복수극에서는 존속살해를 저지른 행위자 오레스테스보다는 고뇌하며 독백하는 엘렉트라, 클리템네스트라, 크리소테미스 이 세 여성이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연극사상 ‘최초의 여성극’으로 불리죠. 소포클레스는 복수의 행위 자체를 부각시키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독백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존속살해로 이끄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언어란 과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오히려 진실을 가로막고 오해를 가중시켜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인간의 언어가 아닐까’ 하는 회의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았던 오스트리아 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은 1903년,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를 토대로 한 희곡 <엘렉트라>를 발표합니다.
1905년 전위적인 오페라 <살로메>로 세계를 경악시켰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드레스덴 궁정극장 무대에 올릴 오페라를 위해 처음으로 작가 호프만스탈과 손을 잡았습니다. 자신이 이미 연극으로 만든 <엘렉트라>를 오페라의 소재로 제안한 쪽은 호프만스탈이었는데요, 슈트라우스는 다른 소재를 택하자고 오랫동안 호프만스탈을 설득했다는군요. <살로메>를 작곡하는 동안 너무나 진이 빠져, 이런 강렬한 소재를 또 작곡할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호프만스탈의 집요한 설득에 슈트라우스는 결국 동의했고 두 사람은 최초의 공동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장미의 기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그림자 없는 여인> <아라벨라>에 이르기까지 약 25년간 두 사람은 독일어권 음악극 최고의 대본작가-작곡가 콤비였답니다.
Elektra: Linda Watson
Chrysothemis: Manuela Uhl
Klytämnestra: Jane Henschel
Aegisth: René Kollo
Orest: Albert Dohmen
Philharmonia Chor Wien
Münchener Philharmoniker
Conductor: Christian Thielemann
시공간 배경을 현대로 옮겨 각색한 2010년 1월 바덴바덴 공연입니다. 독일어 자막. 바그너 오페라 전문가수인 린다 왓슨은 엘렉트라 역에서도 절정의 가창과 연기를 선물합니다. 강추 감상!
엘렉트라 콤플렉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딸
1909년 1월 25일에 드레스덴에서 초연된 <엘렉트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 장군은 전쟁이 끝나고 10년 만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 클리템네스트라(메조소프라노)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테너)에게 칼과 도끼로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트로이를 치기 위해 그리스 선단이 출항할 때 바람이 불지 않자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은 신들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쳤고, 클리템네스트라는 자신의 명예와 위신을 위해 자식을 죽이는 남편에게 완전히 정이 떨어졌죠(다들 이피게네이아가 죽은 줄 알았지만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들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가 이피게네이아를 구해 타우리스 섬으로 데려갑니다). 그래서 남편이 전쟁에 나간 사이에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엘렉트라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억울하게 여겨 복수를 벼르는 엘렉트라(소프라노)는 어머니와 그 정부가 어린 남동생까지 죽일까봐 동생 오레스테스(바리톤)를 멀리 피신시킨 뒤, 어른이 되어 돌아올 날을 간절히 기다리죠. 성 밖에서 노숙을 하며 짐승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엘렉트라와 그녀에 대해 떠들어대는 여인들을 보여주며 오페라는 시작됩니다.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는 엘렉트라 앞에 나타나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며 “온몸이 죽음을 외치지만 한번 앓지도 않는다”고 스스로를 비웃죠. 엘렉트라는 그런 어머니에게 독설을 퍼붓습니다.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절망에 빠진 엘렉트라는 성 안에 사는 여동생 크리소테미스(소프라노)에게 이제 오레스테스가 돌아올 희망이 사라졌으나 함께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자고 간곡하게 호소하지만, 여성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크리소테미스는 언니의 청을 거절하죠. 그래서 엘렉트라는 혼자라도 이들을 죽이겠다고 결심합니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복수를 벼르는 딸 엘렉트라(린다 왓슨).
하지만 그때 오레스테스가 돌아옵니다. 성 안 사람들을 안심시켜 놓고 그 틈에 복수를 결행하기 위해, 미리 사람을 보내 자신이 마상시합에서 말에 채여 죽었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었죠. 오레스테스와 누나 엘렉트라는 재회의 기쁨에 벅차게 포옹하지만, 엘렉트라는 “나는 죽은 존재나 다름없다”며 동생 앞에 수치심을 토로합니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와 그 정부를 죽였다는 소식을 크리소테미스가 성 밖으로 달려 나와 전해주자, 엘렉트라는 기쁨에 겨워 춤을 춥니다. “음악이 안 들리느냐고? 그 음악은 바로 내 안에서 나오고 있어.” 크리소테미스에게 이렇게 말한 엘렉트라는 ‘다들 말하지 말고 춤추라’고 외칩니다. 언어가 침묵할 때 몸짓은 영혼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죠.
표현주의의 불협화음과 극단적 낭만성의 공존
대본을 쓴 호프만스탈은 1903년에 희곡 <엘렉트라>를 집필하기 직전,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요제프 브로이어의 공동 저작 <히스테리 연구>(Studien ueber Hysterie)를 읽었다고 합니다. 호프만스탈의 동시대인들은 이를 근거로 엘렉트라를 ‘정신병자’로 간주했지만, 사실 엘렉트라는 단순한 정신병리학적 차원을 뛰어넘는 주인공입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그리고 딸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이 <엘렉트라> 비극에서 비롯되었지요.
<살로메>에 이어 <엘렉트라>는 신음악 개벽기 특유의 표현주의적이고 대담한 불협화음, 그리고 극단적인 낭만주의의 서정성으로 심금을 울리는 패시지가 교차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 두 오페라(살로메와 엘렉트라)는 내 생애의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나는 여기서 하모니의 극한, 심리주의적 폴리포니, 그리고 오늘날 청중의 청각적 수용 능력의 극한까지 치달았다.” 슈트라우스는 훗날 그의 회고록 <관조와 회상>에 그렇게 적었습니다. 무조음악까지 시도했던 이들 작품에 비하면, 그 뒤에 조성음악으로 돌아간 <장미의 기사>는 명백한 퇴행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40대의 관악기, 트럼펫 7대, 바그너 튜바, 두 대의 하프, 첼레스타, 상당수의 타악기 등을 사용하는 이 작품은 대개 <살로메>와 비슷한 편성으로 연주됩니다. 10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피트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극장에서는 공연이 어렵죠. 연주시간 1시간 40분 가량의 단막극입니다.
에른스트 폰 슈흐 지휘, 게오르크 톨러 연출의 드레스덴 초연 직후 슈트라우스는 관객의 반응을 보고 “이만하면 주목할 만한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평론가들은 “탈락!”이라고 프라하에 타전했다는군요. 그러나 이 작품은 1주일 후에 벌써 뉴욕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베를린과 뮌헨의 청중 역시 이 새로운 음악극에 열광했습니다. 이듬해인 1910년에는 토머스 비첨 경의 지휘로 런던 코벤트 가든 오페라하우스에서 영어판이 공연되기도 했다는군요. 같은 해에 부다페스트, 프라하, 브뤼셀 공연에서도 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엘렉트라-클리템네스트라-크리소테미스-오레스테스)
[음반] 비르기트 닐손, 레지나 레스닉, 마리 콜리에, 톰 크라우제 등. 게오르크 솔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1966년 녹음, Decca
[DVD] 에바 요한슨, 마리아나 리포프셰크, 멜라니 디너, 알프레트 무프 등.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지휘, 취리히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마틴 쿠셰이 연출. 2005년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실황, TDK
[DVD] 이레네 테오린, 발트라우트 마이어, 에바 마리아 베스트브로크, 르네 파페 등. 다니엘레 가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니콜라우스 렌호프 연출. 201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Arthaus
글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