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294

시, 부질없는 시 - 정현종

시, 부질없는 시정현종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슬퍼할 수 있으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버릴 수 있으며 혹은 세울 수 있고 허물어뜨릴 수 있으랴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고 삶으로 삶을 사랑할 수 없고 슬픔으로 슬픔을 슬퍼 못하고 시로 시를 사랑 못한다면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으랴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린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출전 : 고통의 축제>(민음사)시를 배달하며새해, 첫 번째 배달하는 시는 ‘시, 부질없는 시’이다. 실용과 쓸모와 계산에만 매인 삶이여, 그 짐승 이빨 속에 끼인 시를 놓아다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와 매사에 파이팅! 파이팅!을 ..

문학 산책 201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