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말러 교향곡 4번(Mahler, Symphony No.4 in G major)

라라와복래 2013. 4. 13. 21:06

Mahler, Symphony No.4 in G major

말러 교향곡 4번

Gustav Mahler

1860-1911

Magdalena Kožená, mezzo-soprano

Claudio Abbado, conductor

Lucerne Festival Orchestra

Lucerne Festival 2009

Culture and Convention Centre, Lucerne

2009.08.21-22


Claudio Abbado/Lucerne Festival Orchestra - Mahler, Symphony No.4 in G major


말러의 교향곡을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면 일관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말러의 교향곡 1번부터 4번까지는 말러 자신도 ‘하나의 완결된 4부작’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다. 교향곡 1번에서 어쩌면 자기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 영웅의 모습을 묘사한 말러는 교향곡 2번에선 그 영웅의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와 종말론의 문제를 다루게 된다. 여기서 영웅은 부활하고 3번 교향곡에 이르러 자신의 존재를 둘러싼 우주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우주의 모든 존재와 하나가 되어 교향곡 4번에선 마침내 천국에 다다르게 된다. 따라서 ‘천상의 삶’을 노래한 말러의 교향곡 4번은 말러 교향곡 초기 4부작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천상의 삶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선율

말러는 그의 교향곡 4번에 천상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가 예전에 이미 작곡해 놓았던 가곡 ‘천상의 삶’(Das himmlische Leben)을 이 교향곡의 4악장에 사용했다. 원래 이 가곡의 가사는 독일의 민요 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따온 것으로, 천국에서의 삶의 모습이 마치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아주 순수하고 소박하게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말러는 그가 특히 좋아했던 이 시에 곡을 붙여 ‘천상의 삶’이라는 가곡을 만들고 이것을 그의 교향곡에서 아주 핵심적인 내용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래서 말러의 교향곡 4번을 들으면 천상의 삶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지상의 고통스러운 삶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악장 발전부의 클라이맥스에 나타나는 장송 행진곡의 나팔 소리라든지, 2악장에서 들려오는 저승사자의 무시무시한 바이올린 소리, 또 3악장에서 탄식하는 듯이 연주되는 오보에 소리가 그렇다. 이는 말러의 교향곡 4번에 담긴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측면이다. 이렇게 보면 말러의 교향곡 4번은 단지 천상의 삶을 평화롭게 묘사한 음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말러의 교향곡 4번은 4악장 ‘천상의 삶’을 향해 일관성 있게 나아가는 단순한 구조인 듯 보인다. 그러나 말러는 이 교향곡이 지향하는 순수한 천국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극도로 복잡한 조성 진행과 정교한 대위법을 사용하는 모순을 범한다. 여러 성부들을 엮어 복잡하고 현학적인 다성부 음악을 구성하는 대위법은 어린아이같이 순진무구한 음악을 만들어내기에 그다지 적당치 않다. 그래서 말러 연구가인 도널드 미첼은 이를 ‘순수와 경험의 경쟁’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말러가 때 묻지 않은 천국의 ‘순수’에 이르기 위해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복잡한 기법을 사용한다는 뜻이리라. 이것은 또한 이 교향곡에 공존하는 천상의 순수와 지상의 경험이라는 ‘이중성’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중성은 말러의 음악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순수함과 경험 세계의 대립과 경쟁

적어도 1악장의 제시부에 있어서는 ‘순수함’이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세 마디에 걸친 썰매 방울의 경쾌한 울림은 우리를 동화의 나라로 안내하고, 곧 이어 일곱 가지 주제가 때로는 노래하듯, 때로는 장난치듯, 다채롭게 전개되며 순수한 어린이의 세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1악장의 발전부에 이르러 제시부에서 소개되었던 사랑스러운 주제들은 차츰 이상한 모습으로 왜곡되기 시작하고 음악적인 분위기는 끊임없이 돌변한다. 4대의 플루트가 ‘천상의 삶’의 도입부를 이루는 천국의 주제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연주하기도 하지만 이는 곧 일그러진 형태로 타락해가고, 귀를 찢는 불협화음과 트럼펫의 불길한 팡파르가 들려온다. 즉 1악장의 발전부는 천상의 순수함보다는 지상의 고뇌가 더 강화된 ‘경험’의 세계인 셈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천국과 지옥의 결혼>, 1799.

2악장에 나타난 이중성은 1악장보다 더욱 노골적이다. 2악장에선 ‘기괴한 음악’과 ‘유쾌한 음악’이 교대로 제시되면서 그 이중성을 더욱 첨예하게 대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악장의 첫 부분을 기괴하게 만드는 주범은 역시 바이올린이다. 온음씩 높게 조율된 바이올린은 날카로운 음색으로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깡깡이처럼 기묘하고 불안정한 선율을 선보인다. 이따금씩 목관악기가 끼어들어 소름끼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괴한 음악에 이어 이와 대조적인 유쾌한 음악이 클라리넷에 의해 연주된다. 클라리넷이 ‘유쾌하게’(lustig)라고 표시된 악구를 연주하면 현악기는 편안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응답한다. 마지막 종결부에 이르기까지 이 기괴한 바이올린과 유쾌한 클라리넷의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3악장은 ‘평온’과 ‘탄식’의 대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말러는 3악장 첫 부분에 ‘평온하게’(ruhevoll)라고 써넣었는데, 여기서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이 깊은 정열을 내면에 간직한 채 평화롭게 전개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보에가 ‘탄식하듯이’(klagend)라고 표시된 선율을 쓸쓸하게 연주하면서 평온했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평온과 탄식의 투쟁이 계속되는 동안 템포는 급격히 바뀌고 그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은 4악장 마지막에 이르러 한순간에 해결된다. 여기서 바이올린이 32분음표의 아르페지오로 환희를 표현하면 트럼펫과 호른은 천국의 모티브를 당당하게 연주하고, 드디어 천국의 문이 활짝 열린다. ◀4악장은 천상의 삶에 도달한 환희를 표현하고 있다.

4악장에서 우리는 비로소 천상의 삶에 도달한다. 티 없이 맑은 소프라노는 천국의 네 가지 모습을 노래한다. 제1연은 ‘천국의 즐거움’에 관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평화롭고 평온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쁨으로 용솟음치는 천국의 즐거움이 묘사된다. 곧이어 ‘어린 양’에 관한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젖과 꿀이 넘쳐흐르는 ‘천국의 땅’이 펼쳐진다. 천국의 창고에는 포도주가 가득하고, 천국의 정원에는 온갖 채소들이 자라고, 천국의 연못에서는 물고기들이 뛰어 논다. 그리고 이제 ‘천국의 음악’이 들려온다. 지상의 어떤 음악과도 견줄 수 없는 신비롭고 복된 음악이.

Mahler, Symphony No.4 in G major

Camilla Tilling, soprano

Valery Gergiev, conductor

World Orchestra for Peace

BBC Proms 2010 Prom 26

Royal Albert Hall, London

2010.08.05

추천음반

1. 소프라노 실비아 맥네어의 청아한 음성이 돋보이는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반(Philips)

2.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는 캐슬린 베틀, 로린 마젤, 빈 필하모닉의 음반(sony)

3. 말러 음악의 이중적 측면을 날카롭게 부각시킨 치에자크와 다니엘레 가티, 로열 필하모닉의 음반(RCA)

4.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과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반(DG)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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