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15번(Shostakovich, String Quartet No.15 in E flat minor, Op.144)
라라와복래2014. 2. 6. 10:57
Shostakovich, String Quartet No.15 in Eb minor, Op.144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15번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Emerson String Quartet
Philip Setzer, 1st violin
Eugene Drucker, 2nd violin
Lawrence Dutton, viola
David Finckel, cello
Harris Concert Hall, Aspen
1994.07
Emerson String Quartet - Shostakovich, String Quartet No.15 in E flat minor, Op.144
쇼스타코비치가 사망하기 한 해 전에 작곡한 현악 4중주 15번은 11번 이후 만년의 작곡자가 발표한 창작 과정을 집약해 놓은 작품이다. 연주시간도 15곡 중에서 2번과 함께 가장 긴 작품이며, 내용이나 형식도 전례가 없는 독특함을 과시한다. 6개의 악장은 모두 표제를 가진 아디지오로, 중단되지 않고 연주된다. E플랫단조의 조성도 깊은 슬픔을 표출하기에 가장 알맞은 것이라 하겠다.
1974년 건강이 악화된 가운데 작곡되어 5월 17일에 완성하였으며, 초연은 레닌그라드에서 타네예프 현악 사중주단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곡을 초연한 베토벤 현악 사중주단의 첼로 연주자 시린스키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변경된 것이다. 연주는 대성공이었고, 박수가 쏟아졌다. 1975년 모스크바 무지카 출판사에서 악보가 출판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의 경우, 초기의 교향악적이고 외향적인 경향에서 후기로 갈수록 개인적, 내면적, 비의적으로 발전한다. 마지막 현악 4중주 15번은 말하자면 그의 유서와도 같은 작품이다. 죽음이라는 것에 직면한 감정 정리라고 할 수 있는데, 비탄과 정적에 차 있다. 6악장이 모두 느린 악장(아다지오)으로, 엘레지 - 세레나데 - 간주곡 - 녹턴 - 장송 행진곡 - 에필로그로 되어 있다.
형식은 매우 다양하나 모든 것을 승화시킨 명쾌한 기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었다. 11번에서 사용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음형은 이 작품에서 훨씬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유작 비올라 소나타 C장조 Op.147의 내용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는 죽음에 대한 예감, 사람들과의 이별이 슬프고 애절하게 그려져 있다.
1악장: 엘레지. 아다지오
E플랫 음(주음)으로 시작되는 제2바이올린의 비가적 주제는 작곡자가 즐겨 사용하던 도리아 선법이며, 각 악기로 확산되면서 고대 가요풍의 부정형 푸가로 이어진다. 이어서 제1바이올린이 펼침 화음 성격으로 도약하는 아름다운 제2주제를 연주하고, 짧은 중간부를 거쳐 주제가 재현된다. 푸가로 이루어진 탄식조의 악장인데, 운명에 눌린 음울한 신음소리로 무소륵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군중 합창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러시아 정교회 음악의 낮게 읊조리는 남성 합창의 인상을 주기도 한다.
2악장: 세레나데. 아다지오
제1바이올린으로 시작되는 ‘최약주에서 최강주로의 폭발’이 각 악기로 반복되고, 1옥타브의 전체 12음이 사용된다. 피치카토로 기타 화음이 모방되면서, 제1바이올린에서 첼레스타로 이동하는 세레나데 선율이 등장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차가운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서두 부분이 반복된다. 불에 덴 자의 날카로운 신음소리를 연상케 하는 각 악기의 날카로운 크레셴도로 시작되는 서두 부분은 아주 심리적이며 표현주의적인 악구이다.
3악장: 간주곡. 아다지오
4악장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짧은 음악으로, 전반부에는 제1바이올린의 격하고 빠른 움직임이 표현된 다음, 후반부에는 탄식하는 듯한 선율이 첼로에서 차례차례 상성부로 이동한다.
4악장: 녹턴. 아다지오
제2바이올린과 첼로가 서로 병행하여 연주되는 파상 펼침 화음을 배경으로 비올라가 2도 진행의 정열적인 선율을 연주하다가 첼로가 이를 이어받아 감동적으로 연주한다. 마지막에는 첼로 독백이 남는다.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아플 것만 같은 악장이다.
5악장: 장송 행진곡. 아다지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악장의 음형이 전체 악기로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강하게 연주되고, 이어서 비올라가 고별가라고 할 수 있는 선율을 연주한 다음, 독백이 각 악기로 이동한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첼로의 여린 연주가 매우 인상적이다.
6악장: 에필로그. 아다지오
전체 악기의 으뜸음 강주에 이어지는 제1바이올린의 섬세한 움직임은 3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서 1, 2, 4, 5악장의 주요 주제가 단편적으로 등장하고, 조용한 선율을 따라 섬세한 악구와 트릴이 있은 후, 모든 회상이 끝나고 멀리 사라지듯 조용하게 소리가 사라지면서 여운만이 남는다.
Borodin Quartet - Shostakovich, String Quartet No.15 in E flat minor, O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