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글라주노프 교향곡 5번 ‘영웅적’(Glazunov, Symphony No.5 in B flat major, Op.55)

라라와복래 2015. 3. 16. 22:45

Glazunov, Symphony No.5 in B flat major, Op.55

글라주노프 교향곡 5번 ‘영웅적’

Alexander Glazunov

1865-1936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Evgeny Mravinsky, conductor

Tokyo, 1979.06

 

Mravinsky/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 Glazunov, Symphony No.5 ‘The Heroic'

 

알렉산데르 글라주노프는 후기 러시아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러시아 민족주의를 대변하는 러시아 5인조의 끝자락을 이어 나갔던 주인공이다. 다시 말하자면 러시아 민족주의적인 정서와 리듬을 바탕으로 보다 세련되고 발전된 서유럽 음악의 기법과 형식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러시아 음악의 전통을 완성하여 다음 세대의 소비에트 작곡가들에게 물려준 가교의 역할을 바로 글라주노프가 했던 것이다.

글라주노프는 그의 음악적 기초를 잡아준 림스키코르사코프로의 영향으로 20대까지는 러시아 민요와 민속적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했으나 차이콥스키를 만나면서부터 비로소 자신만의 음악적 형식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차이콥스키의 영향으로 춤곡 혹은 발레음악에서 탁월한 재능을 펼쳐 보이며 자신만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기법을 개발했다.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은 흔치 않은 러시아 작곡가인 글라주노프의 음악성이 가장 돋보이는 장르는 바로 순수음악 영역이다. 그는 8곡의 교향곡, 7곡의 현악 4중주, 5곡의 협주곡(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색소폰 등을 위한)을 작곡했는데, 이들 순수음악에서 그가 보여준 오케스트레이션의 풍요로움과 폴리포니적인 표현 양식은 스승인 림스키코르사코프나 차이콥스키의 경지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음악은 다름 아닌 교향곡이다.

글라주노프는 17살에 자신의 첫 교향곡을 했다(1882). 일종의 습작 시대인 1890년 이전에 작곡한 세 곡의 교향곡 이후 그의 음악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크렘린>과 <봄>, 연주회용 왈츠와 같은 관현악 작품, <사계>나 <쇼피니아나>, <레 실피드>와 같은 무대음악에서 감지되었는데, 특히 교향곡에서는 민속적인 색채가 짙게 깔린 교향곡 3번(1890) 이후 교향곡 4번(1893)에서는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옅어지면서 글라주노프만의 서정성과 선율성이 확고해진 구조와 개성적인 기법을 통해 구현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900년대 초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 언어를 보여주는 많은 걸작들을 작곡했다. ◀일리야 레핀이 그린 글라주노프 초상화, 1887

1895년에 완성된 교향곡 5번은 발레음악 <라이몬다>(Op.57)와 교향곡 6번(Op.58), 발레 음악 <사랑의 계략>(Op.61), 현악 4중주 4번(Op.64) 등으로 이어지는 연이은 걸작을 발표할 당시 작곡한 작품이다. 4번 교향곡이 3악장 구성인 것에 비하여 다시 전통적인 4악장 형식으로 회귀한 그는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만큼 음악 곳곳에서 넘치는 자신감과 강한 의지, 혹은 잠언과 같은 은유적 표현들이 등장한다.

러시아에서는 이 교향곡을 ‘영웅적(The Heroic)’ 교향곡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작곡가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해 ‘침묵의 소리’ 혹은 ‘건축적인 시’라고 표현한 바 있다. 동료 작곡가인 세르게이 타네예프에게 헌정된 이 작품은 1896년 5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신 러시아 악파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다.

1악장: 모데라토 마에스토소 - 알레그로

느릿하면서 중후한 의지를 머금고 있는 주제로 시작하며 차츰 빨라진 뒤 당당하면서도 화사한 1주제가 제시된다. 뒤이어 서정적인 2주제가 등장하며 글라주노프 특유의 무곡적인 성격이 한껏 펼쳐진다. 이 1악장의 마에스토소 주제로 인해 이 교향곡은 바그너 스타일에 가깝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악장은 전체적으로 끊임없이 상승하는 듯한 기운이 다채로운 효과를 자아내면서도 결코 흘러넘치지 않는 절제감이 돋보인다.

2악장: 스케르초

2악장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가운데 스케르초를 연상시킬 만한 현악과 목관의 재기 발랄한 피치카토와 활기찬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이다.

3악장: 안단테

고요하고 평화로운 호른의 첫 제시부에 뒤이어 트럼펫과 트롬본의 엄숙하면서도 묵상적인 시그널이 등장하며 낭만적이되 사색적인 음향의 정원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4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4악장은 1악장에서의 마에스토소와는 전혀 다르게 씩씩한 군대 행진곡 리듬으로 시작한다. 러시아적인 선율과 글라주노프 특유의 리듬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격렬하고 축제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광활한 클라이맥스를 향해 돌진해 나아간다.

Evgeny Svetlanov/USSR State SO - Glazunov, Symphony No.5 ‘The Heroic'

Evgeny Svetlanov, conductor

USSR State Symphony Orchestra

Moscow, 1970

추천음반

1. 러시아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발레리 폴얀스키, Chandos, CD

2.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네메 예르비, Orfeo, CD

3.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호세 세레브리에, Warner, CD

4. USSR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 Warner, CD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 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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