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2번, 3번(Beethoven, Piano Sonata No.1, No.2, No.3, Op.2)

라라와복래 2015. 6. 22. 08:02

Beethoven, Piano Sonata No.1, No.2, No.3, Op.2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2번, 3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Daniel Barenboim, piano

The 32 Piano Sonatas Concert

Staatsoper, Berlin

2005


본에서 요제프 하이든을 만난 베토벤은 그의 추천으로 1792년 빈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비로소 작곡가로서의 천재성과 피아니스트로서의 비르투오시타(virtuosità, 뛰어난 연주 기교나 명인적인 기술)를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그는 하이든의 도움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빈의 귀족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많은 후원자를 얻게 되었는데, 그 답례로 베토벤은 자신의 첫 출판 작품인 3개의 피아노 트리오 Op.1은 리히노프스키 공작에게 헌정했고 두 번째 출판 작품인 3개의 피아노 소나타 Op.2는 스승이자 멘토인 하이든에게 헌정했다.

1796년에 출판한 초기 피아노 소나타 Op.2는 이미 1795년경에 완성된 듯 보이는데, 그해 3월 베토벤은 빈에서 피아니스트로서 최초로 공개 연주회를 가지며 높은 평가를 받았던 만큼 표현력의 원천과 형식에 대한 감수성에 있어서 이미 거장다운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이후 베토벤은 빈에서 피아니스트로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즉흥연주로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제자인 카를 체르니(Carl Czerny)는 당시 베토벤이 동시대인들에게 준 인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날의 일입니다. 게리네크가 아버지에게 이야기한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게리네크는 그날 밤 어떤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친분이 깊지 않은 피아노 연주가와 일전을 벌이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놈을 납작하게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네’라고 게리네크는 말했습니다. 그다음 날 아버지는 전날 밤의 승부는 어떻게 되었냐고 게리네크에게 물었습니다. 게리네크는 한숨을 섞어 완전히 쓰러진 상태가 되어 대답했습니다. ‘어제 일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젊은이에게는 악마가 붙어 있었어요. 그런 연주는 들은 일이 없었어요. 그는 내가 제시한 주제로 즉흥연주를 했는데, 모차르트라도 그만큼 잘 치지는 못했을 것이에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했는데 엄청난 음악이었습니다. 그가 피아노에 실어낸 난해함과 주제들의 변용은 우리들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더냐?’라고 아버지가 묻자 그는 ‘추하고 음흉하며 완고한 생김새로서 작은 몸집의 젊은이였는데, 리히노프스키 공작이 수년 전에 독일에서 데리고 와 이곳에서 하이든, 알프레히츠베르거, 살리에리에게 작곡을 배우게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름은 베토벤이라고 하더군요.’” ◀1803년 33세 때의 베토벤

이 Op.2에서 나타나는 주제와 모티브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과 치밀한 구성력은 하이든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를 연상케 하는 풍부한 멜로디와 더불어 클레멘티(Muzio Clementi) 소나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급박한 성격 또한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초기 베토벤의 모델이었던 C. P. E. 바흐(Carl Philipp Emanuel Bach)의 후기 소나타들에 비견할 만한 수준 높은 표현력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첫 세 개의 소나타들은 선배들의 작품과 비교하며 평가할 만한 수준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베토벤이라는 젊은 작곡가의 강렬한 개성과 걸출한 피아니스트로서의 탁월한 테크닉을 인지시켜주기에 충분한 걸작으로 평가할 만하다.

피아노 소나타 1번 f단조 Op.2 No.1

Beethoven, Piano Sonata No.1 in F minor, Op.2 No.1

I악장: 알레그로

충격적인 스포르찬도(sforzando, 그 음만 특히 세게)와 갑작스러운 피아니시모(pianissimo, 매우 여리게)로 시작하는 1악장 주제는 당시 베토벤의 전형적인 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4악장의 주제와 비슷한 음형을 보여주지만 주요주제에 아우프탁트(Auftakt, 여린 박자)를 새로이 덧붙임으로써 주요주제와 부주제의 대비를 강조한다.

2악장: 아다지오

3/4박자의 서정적이고도 소박한 느린 악장으로 피아노의 서법은 아직 모차르트와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 주요주제는 세도막 형식인 A-B-A를 취하고 있는 만큼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KV.576의 아다지오(adagio, 매우 느리게)와 동일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1785년 초기 피아노 4중주의 느린 악장에서도 이 주제가 사용된 것을 미루어 볼 때 베토벤의 초기작 가운데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구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3악장: 미뉴에트 - 알레그레토

고전적 소나타 양식에 의한 단조 미뉴에트로 싱커페이션(syncopation)과 드라마틱한 휴지부, 예리한 다이내믹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4악장: 프레티시모

뒤에 스케르초 악장이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 베토벤이 전통에 가한 최초의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선배들보다 훨씬 장대한 형식의 피아노 소나타를 추구하여 열손가락으로 가능한 교향곡을 꿈꾼 것이다. 프레스티시모(prestissimo)의 쾌속질주를 통해 열정의 극단적인 표현을 꾀한 모습으로부터 젊은 베토벤의 야심만만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피아노 소나타 2번 A장조 Op.2 No.2

Beethoven, Piano Sonata No.2 in A major, Op.2 No.2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1번 소나타와는 달리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1번 1악장의 주요주제가 상승적인 배열을 갖는 반면, 2번 1악장은 하강적인 움직임으로 진행하며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보다 근육질적인 움직임을 갖는다는 점 또한 1번 소나타와 대조를 이룬다. 또한 하강 동기의 주제와 셋잇단음표의 아우프탁트, 그리고 상승하는 8분 음표 스케일로 구성된 교향악적인 전개부 또한 훌륭한 대목이다.

2악장: 라르고 아파시오나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이례적으로 라르고(largo, 매우 느리게)와 아파시오나토(appassionato, 정열적으로)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역설적으로 지시된 악장. 스타카토(staccato)와 피치카토(pizzicato)를 연상시키는 명상적인 베이스 라인이 인상적인 주제 선율은 그의 현악 4중주의 느린 악장을 연상케 한다. 소규모 론도(rondo) 형식으로 A-B-A-C-A-코다(coda)의 도식을 취하는데, 마지막 리토르넬로(ritornello)에서 뜻하지 않은 포르티시모(ff, 매우 세게)가 등장하며 아파시오나토를 당당하게 과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레토

짧고 우아한 악장으로 미뉴에트 악장에 해당한다.

4악장: 론도. 그라치오소

짧고 서정적인 론도 악장으로 첫 도입부의 감각적인 아르페지오(arpeggio)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특히 가운데 부분에서 등장하는 질풍노도적인 스타일이 마지막 악장으로서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피아노 소나타 3번 C장조 Op.2 No.3

Beethoven, Piano Sonata No.3 in C major, Op.2 No.3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3번 소나타는 규모에서 앞선 두 개의 소나타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Op.2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이는 하이든이 피아노 소나타를 출판할 때 비교적 간단한 작품을 앞에 두고 가장 정력적인 작품을 뒤에 배치하던 습관을 베토벤이 인용한 듯하다. 특히 1악장은 비르투오소적인 효과가 큰 만큼 베토벤이 자신이 연주할 때의 과시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화음-분산화음, 분산화음-주화음이라는 고전적인 근본을 지키고 있어 극도로 순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2악장: 아다지오

베토벤의 느린 악장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악장 가운데 하나로 경건하고 가요적인 주요주제와 엄숙하고 애가적인 주제가 등장한다. 그 어떠한 해설이나 분석도 이 아다지오 악장의 투명한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베토벤의 강한 예술적 웅변이 두드러진다.

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신비스러운 아다지오가 침잠한 뒤 스케르초(scherzo)가 눈부신 한낮의 빛처럼 쏟아지며 감동적인 대비 효과를 자아낸다.

4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이 악장 역시 비르투오소적인 론도로, 날아다니는 듯한 오른손의 화음과 질주하는 16분 음표의 질주, 전개부의 기술적으로 어려운 도약 등등이 펼쳐진 뒤 2중 트릴(trill)과 3중 트릴의 연속으로 장식된, 불꽃과 같은 화려함을 머금은 짧은 코다를 마지막으로 매듭짓는다.

추천음반

1. 마우리치오 폴리니, DG (CD)

2. 알프레드 브렌델, Philips (CD)

3. 프랑수아-프레데리크 귀, Zig-Zag (CD)

4. 루돌프 부흐빈더, RCA (CD)

5. 다니엘 바렌보임, EMI (DVD)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현재 서울문화재맏ㄴ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 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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