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 현악 4중주 13번(Dvořák, String Quartet No.13 in G major, Op.106)
라라와복래2015. 7. 24. 09:55
Dvořák, String Quartet No.13 in G major, Op.106
드보르자크 현악 4중주 13번
Antonín Dvořák
1841-1904
Orion String Quartet
Daniel Phillips, violin
Todd Phillips, violin
Steven Tenenbom, viola
Timothy Eddy, cello
Alpensia Concert Hall, Pyeongchang
2015.07.25
Orion String Quartet - Dvořák, String Quartet No.13 in G major, Op.106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의 위대한 수준까지 올라간 작곡가가 또 있을까? 그만큼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는 절대적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떠오른다. 드보르자크. 그가 정말 베토벤의 수준까지 올라갔단 말인가? 드보르자크는 ‘신세계로부터’ 등 9개의 교향곡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음악적 출발점과 본령은 실내악, 그중에서도 현악 4중주라 해도 괜찮을 것이다.
표제음악 전성기에 절대음악을 많이 작곡한 드보르자크는 베토벤에 버금가는 수의 현악 4중주곡을 작곡했다. 그 유명한 ‘아메리칸’이 12번이고 모두 14개의 현악 4중주곡을 썼다. 그 밖에도 <현악 4중주를 위한 측백나무> 등 현악 4중주를 위한 작품이 꽤 있다. 드보르자크는 첫 번째 현악 4중주곡(A장조 Op.2)의 악보 밑에 “신에게 감사드린다.”고 적었을 정도로 작곡 초기부터 현악 4중주 분야에 애착을 가졌던 것 같다.
미국에 있는 동안 드보르자크는 현악 4중주 중 그의 최고 히트작을 내놓는다. 12번 ‘아메리칸’이다. 이 곡은 미국 개척시대의 활기찬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지 자필 악보에 ‘미국에서 작곡함’이라고 써 놓은 메모가 곡의 제목이 되는 바람에 창작 배경까지 와전되고 만 것이다. 물론 이미 그렇게 알려져 있으니 굳이 문제 삼을 것까지는 없겠다.
미국에 3년 동안 머물던 드보르자크는 향수병을 이기지 못하고 1895년 4월 말에 고국 체코로 돌아온다. 6개월 동안 느긋하게 휴식을 가진 그는 11월에 프라하 음악원에 복귀함과 동시에 작곡 활동도 재개하여 현악 4중주 13번과 14번을 완성했다. 이 두 작품은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중 걸작 중의 걸작이며 대작이다. 그가 제목을 붙이지 않은 마지막 순수음악이며, 베토벤의 경지에 올라 온갖 실험정신으로 엮어낸 역작이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곡 다음에 오는 곡들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다음 곡인 ‘G장조 현악 4중주’가 대표적인 예로 14번의 인기에 눌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13번과 14번 역시 12번 ‘아메리칸’이 대중적으로 히트를 치는 바람에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악 4중주 13번은 고전적인 형식에 조국으로 돌아온 기쁨과 안정된 기분을 아름답게 담은 작품으로, 2악장에 대해서는 드보르자크의 실내악곡 중에서 가장 훌륭한 느린 악장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이다.
현악 4중주 13번은 작품번호가 Op.106이고 14번은 Op.105인데, 이처럼 작품번호와 현악 4중주 번호의 순서가 뒤바뀐 것은 14번 작곡을 13번보다 먼저 시작하였으나 나중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보헤미아 지방의 민속 무용인 푸리안트는 메우 격렬하고 빠른 춤이다.
1악장: 알레그레토 모데라토
처음 시작 부분은 마치 고향으로의 귀환을 멀리서부터 알리는 듯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시작된다.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셋잇단음표들은 네 악기마다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반복적인 선율은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잇지만, 셋잇단음표들과의 조화를 통해 긴장감과 화려함을 뽑아낸다. 같은 형태의 리듬과 선율이지만 때로는 부드럽고 우아하게 때로는 숨을 멎게 할 정도의 긴박감을 주는데, 이 두 가지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러워서 곡의 깊이를 살리고 있다.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2악장은 장조와 단조의 오묘한 조화로 서주 부분을 맞이한다. 서로 밀접한 관계를 지닌 두 주제에 의한 자유로운 변주로 리듬의 변화가 심하다. 처절하고 강렬한 클라이맥스를 지나 시작 부분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후주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악장을 마무리한다. 한 음악평론가는 드보르자크가 쓴 ‘가장 사랑스럽고 최고의 깊이를 가진 느린 악장’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3악장: 스케르초. 몰토 비바체
체코의 민속 무곡 스코치나의 특징을 엮어 넣은 스케르초이다. 강하고 빠르게 시작되는 민요풍은 드보르자크의 색깔을 드러내기에 충분할 만큼 폭발적이다. 두 대의 바이올린이 돌림노래로 음악을 이끌어 갈 때 비올라와 첼로의 리듬이 아주 인상적이다. 두 악기가 맞물리지 않고 번갈아 나오는데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이어 나오는 D장조 트리오 부분은 마치 관객과 연주자 모두 한 박자 쉬었다 가라는 것처럼 리듬을 늘어뜨린다.
4악장: 피날레. 안단테 소스테누토 - 알레그로 콘 푸오코
느리게 시작하는 6마디의 도입부에 이어 체코 민속 무곡 푸리안트가 가미된 주제가 나타난다. 위트가 느껴지는 신나는 선율과 화려한 변주의 론도가 펼쳐진다. 1악장의 주제들이 다시 등장하여 전곡의 통일감을 꾀하면서 마친다.
Szymanowski Quartet - Dvořák, String Quartet No.13 in G major, O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