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Verdi, Ernani)

라라와복래 2013. 4. 17. 19:42

Verdi, Ernani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

Giuseppe Verdi

1813-1901

Ernani: Luciano Pavarotti

Elvira: Leona Mitchel

Silva: Ruggero Raimondi

Don Carlo: Sherril Milnes

Metropolitan Opera Chorus

Metropolitan Opera Orchestra

Conductor: James Levine

MET Opera 1983

 

James Levine conducts Verdi's opera 'Ernani', MET 1983

아래 장면 해설에 위 풀 영상을 12파트로 나누어 실었습니다. <에르나니> 이-한 대역대본을 올립니다. 번역이 좀 시원찮아 보이지만 줄거리를 아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합니다. 다운로드 베르디-에르나니(원문-한글 대역대본).hwp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지난해와 올해 전 세계 오페라극장에서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가 더욱 풍성하게 공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뉴욕 메트리탄 오페라극장 무대에 새롭게 오른 베르디의 초기작 <에르나니>에서는 테너 마르첼로 조르다니가 타이틀 롤을 맡고 메트의 신예 소프라노 안젤라 미드가 여주인공 엘비라 역을 맡아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탄탄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이 오페라가 베르디의 다른 걸작에 비해 드물게 공연되는 이유는 세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싸운다는 보기 드문 설정, 주인공 남자들이 사랑보다는 명예와 약속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네 주인공 모두가 고난도의 노래를 소화해야 한다는 어려움 등입니다. 공연이 쉽지 않은 만큼 영상물도 많지 않아, 이제까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각각 타이틀 롤을 부른 1980년대 영상물 이후로 긴 공백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파르마 왕립극장의 2005년 공연 영상이 최근 거기에 더해졌죠.

오페라 <에르나니>의 대본은 프란체스코 피아베가 썼고, 1844년 3월 9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오페라의 토대가 된 위고의 원작 희곡은 <에르나니 또는 카스틸리아인의 명예(Hernani, ou l'Honneur castelian)>라는 제목으로 1830년 2월 25일에 프랑스의 코메디 프랑세즈 무대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Angela Meade sings ‘Ernani, involami’, MET 2012

 

한 여주인공을 둘러싼 세 구혼자의 경쟁

Ernani - Act I (1/12)

Ernani - Act I (2/12)

Ernani - Act I (3/12)

Ernani - Act I (4/12)

이야기의 배경은 1519년 스페인입니다. 테너 주인공 에르나니는 원래 아라곤의 백작 돈 조반니이지만 현재는 산적 두목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1막 1장은 피레네 산맥 속 산적들의 거처에서 시작하는데, 국왕에 반대하는 모반자들이 산속으로 들어가 산적 생활을 하며 실바 대공의 군대와 싸우는 중입니다. 이들이 잠시 전투가 없어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는데, 이들을 이끄는 에르나니가 나타나 자신의 연인 엘비라가 삼촌인 실바 공작(베이스)에게 강제결혼을 당하게 되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산적들은 에르나니를 도와 엘비라를 납치하기로 하죠.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초상화. 극중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돈 카를로 국왕으로 등장한다.

다음 장면은 실바 공작의 성 안, 여주인공 엘비라의 거처입니다. 엘비라는 원치 않는 결혼에 고민하며 에르나니가 와서 자신을 데리고 도망가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가 이 장면에서 나오는데 ‘에르나니, 날 데리고 도망쳐요(Ernani, involami)’라는 노래랍니다. 시녀들이 공작의 선물을 들고 와서 결혼을 축하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죠.

방에 유모와 단둘이 있는 엘비라에게 변장을 한 국왕 카를로(바리톤)가 찾아와 엘비라를 처음 본 날부터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연인이 되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때 에르나니가 나타나 국왕에게 결투를 신청하지만 왕은 거부하죠. 그 순간 실바가 방에 들어와 두 남자를 보고 경악합니다. 실바는 칼을 뽑아 두 남자와 싸우려 하지만, 국왕의 시종이 나타나서 변장한 사내가 국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왕은 에르나니를 살려 보내고, 실바의 성에 묵겠다고 말합니다.

Ernani - Act II (5/12)

Ernani - Act II (6/12)

Ernani - Act II (7/12)

2막에서 엘비라는 에르나니가 전사한 줄 알고 실바와의 결혼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전투에서 목숨을 건진 에르나니는 순례자 차림으로 신분을 숨기고 실바의 성에 들어옵니다. 오해가 풀린 엘비라와 에르나니는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실바는 그가 에르나니임을 알고 나서도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지요. 국왕이 찾아와 에르나니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만 실바는 손님에 대한 예의를 주장하며 거부합니다. 그러자 국왕 돈 카를로는 엘비라를 인질로 데려갑니다. 에르나니가 은신처에서 나오자 실바는 결투를 청하지만 에르나니는 국왕에 대한 복수가 먼저라며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바에게 뿔피리를 주며 언제든지 실바가 이 뿔피리를 불면 그때 목숨을 내놓겠다고 약속하죠.

Ernani - Act III (8/12)

Ernani - Act III (9/12)

3막은 카를(샤를마뉴) 대제의 묘지에서 시작됩니다. 모반자들의 음모를 알고 있는 국왕 카를로가 묘지에 나타나 신성로마제국 황제 선출 결과를 기다립니다. 한편 반란을 꾀하는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여 국왕을 시해할 사람을 뽑는데 에르나니가 그 일을 맡게 됩니다. 실바는 그 권리를 자신에게 달라고 하지만 에르나니는 거절하죠. 예포가 울려 카를로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되었음을 알립니다. 그는 묘지에서 나와 자신의 군사를 시켜 모반자들을 체포하게 합니다. 귀족은 사형, 평민은 감옥으로 보내라고 황제가 명령하자 에르나니는 자신도 원래 세고비아와 카르도나의 군주인 백작이라며 죽여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엘비라가 자비를 간청하자 황제는 반역자들을 모두 사면하고 엘비라와 에르나니를 맺어줍니다. 

Ernani - Act IV (10/12)

Ernani - Act IV (11/12)

Ernani - Act IV (12/12)

마지막 4막 무대는 사라고사의 에르나니 궁전입니다. 엘비라와 에르나니의 결혼 피로연으로 화려한 가면무도회가 벌어집니다. 무도회장에서 밖으로 나온 에르나니와 엘비라는 행복에 겨워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하지만, 그때 실바의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자 에르나니는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서 엘비라를 궁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그러자 무도회 가면을 쓴 실바가 나타나 에르나니의 목숨을 요구하죠. 약을 가지고 돌아온 엘비라는 경악합니다. 세 사람은 피날레 삼중창 ‘외롭고 비참하게(Solingo, errante e misero)’를 시작합니다. 실바는 단검과 독약 중 죽음의 방식을 선택하라고 말하죠. 엘비라가 실바에게 눈물로 애원하지만 실바는 냉정하게 거절하고 에르나니는 절망 속에서 칼로 자기 가슴을 찌르고 쓰러집니다.

낭만주의 연극의 초석이 된 위고의 원작

<에르나니>는 초연과 함께 대단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위고의 대표 희곡으로 낭만주의 연극의 초석이 된 작품이죠. 논쟁의 이유는 이 작품 속에 고상함과 기괴함(그로테스크)이 공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총 5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각 막에는 소제목이 붙어 있습니다(1막 국왕, 2막 산적, 3막 노인, 4막 묘지, 5막 결혼식). 위고는 이 작품의 서문에서 “고전주의 극의 규범은 이제 깨져야 하며, 새로운 세대인 낭만주의 세대의 새로운 미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작품을 불멸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관객이라고 말하며 공연에서 관객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죠. 희곡 <에르나니>를 써서 고전주의자와 낭만주의자 사이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빅토르 위고.

원작과 오페라의 차이를 살펴보면, 남성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같지만, 위고 원작의 여주인공 도나 솔(Dona Sol)은 베르디 오페라에서 엘비라로 바뀌었습니다. 연극의 1막은 베르디 오페라의 1막 2장이고, 연극의 3막은 오페라의 2막입니다. <에르나니>는 베르디의 다섯 번째 오페라로, 첫 활동무대였던 라 스칼라 극장을 떠나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 무대에 올린 첫 작품이었습니다. 베네치아 오페라극장이 베르디의 작품을 공연하기로 결정한 것은 라 스칼라에서 초연한 <나부코>가 베네치아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834년 베네치아의 극장과 계약했을 때는 베르디의 작곡료가 인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수들을 캐스팅할 권리도 베르디에게 주어졌습니다. <에르나니> 초연은 <나부코>를 능가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초연된 해에 라 스칼라 극장을 비롯해 이미 이탈리아의 15개 극장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해 6월에 빈에서도 공연이 성사되었고, 19세기 말에는 국제적인 오페라 레퍼토리로 정착했습니다.

베르디는 이미 초기 작품부터 오페라 개혁을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 <에르나니>에서도 여전히 벨칸토 오페라 시대의 고난도의 성악적 기교가 가수들에게 요구됩니다. 그러나 독창 아리아(solo number)의 연속을 벗어나 인물 간의 대화를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이미 베르디는 다른 작곡가들보다 한 걸음 앞서가고 있습니다. <에르나니> 이전에는 장엄한 합창의 효과에 의존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마치 1850년대 베르디 최고 인기작들의 특징을 미리 보여주듯 주인공들의 갈등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스타일의 전환을 이룬 셈이죠. 그에 따라 오케스트라 음악에서도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추천 음반 및 DVD

[음반] 미렐라 프레니/플라시도 도밍고/레나토 브루손/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리카르도 무티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82년 실황 녹음

[DVD] 미렐라 프레니/플라시도 도밍고/레나토 브루손/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리카르도 무티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루카 론코니 연출, 1982년 실황

[DVD] 레오나 미첼/루치아노 파바로티/셰릴 밀튼즈/루제로 라이몬디. 제임스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피에르 루이지 사마리타니 연출, 1983년 실황.

[DVD] 수잔 네베스/마르코 베르티/카를로 구엘피/자코모 프레스티아. 안토넬로 알레만디 지휘, 파르마 왕립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피에르 알리 연출, 2005년 실황(한글 자막)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02.27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21928

 

베르디-에르나니(원문-한글 대역대본).hwp
0.2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