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이라는 러시아의 화가는 애초에는 시를 써서 시인이기도 하지요. 러시아 농촌의 살림살이를 따스하고 환상적으로 그려낸 샤갈의 그림을 떠올리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그의 그림을 떠올리면서 시인은 이 시를 썼겠지요?
3월이면 봄의 기운이 충만한 때입니다. 그 봄에 눈(아마 마지막 눈이겠지요)이 날리니 오는 봄을 축복하는 환상적인 눈발입니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내들'의 '새로 돋은 관자놀이'의 '정맥'을 '어루만지며' 내리는 나비 떼 같은 눈발입니다.
그러한 날 아낙들이 지피는 아궁이의 불은 당연히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불'일 수밖에는 없지요. 그 불빛 앞에서 사내와 아낙은 숨결을 나누며 행복했을 겁니다. 그리고 일렁이는 긴 그림자를 오래도록 뒤에 남겼을 겁니다. 그 사랑으로 인해 그해의 농사는 당연히 풍년이었겠지요.
문학집배원 장석남
김춘수 경상남도 통영시 출생. 1945년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늪>, <기>, <인인(隣人)>,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처용>,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시전집> 등이 있으며, 시론집으로 <세계현대시감상>, <한국현대시형태론>, <시론> 등이 있다.
낭송 홍서준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에 출연.
음악 권재욱 / 애니메이션 송승리 / 프로듀서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