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주름진 세월이 내려앉아 있는 아바나(Habana)의 구시가지 풍경과 카리브 해를 바라보는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방파제 길 말레콘(Malecon)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듣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이라는 전대미문의 프로젝트 밴드가 등장한 지도 이제 15년의 세월을 넘어가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한 번 절정의 전성기를 맞았던 노대가들이 보여 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음악팬들의 뇌리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고, 쿠바 음악의 전통적인 멋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체제상으로는 우리에게 아직도 먼 나라인 쿠바는 이들의 활약 이후 심리적으로는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다. 아프리카의 색채감이 물들어 있는 독특한 리듬과 매력적인 멜로디. 아바나의 풍경들 속에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그 음악은 헤밍웨이나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보다 더욱 선명한 쿠바의 이미지로 다가 온다.
아바나 구시가지의 골목길
쿠바 음악의 진정한 매력 ‘쏜(Son)’
쿠바는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항해에 나선 스페인에 의해 1492년에 발견되었다. 이 섬의 토착 원주민들은 유럽으로부터 들어온 질병과 스페인의 혹독한 식민 지배로 인해 전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스페인은 아프리카로부터 수많은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쿠바는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에서 아프리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음악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아프리카 기원의 많은 민속 리듬들이 들어옴과 동시에 스페인의 식민 지배가 이어지는 동안 스페인 사람들의 라틴적인 기질과 유럽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배합되면서 음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춤과 노래를 중심으로 하는 쿠바의 대표적인 음악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스페인의 무곡 콘트라단사(Contradanza)에 아프리카의 요소들이 결합된 춤곡 단손(Danzon)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리듬을 바탕으로 시작해 쿠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댄스 음악으로 유행했던 룸바(Rumba), 역시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하는 쏜(Son) 등을 손꼽을 수 있다. 19세기 말 쿠바는 독립을 성취하게 되지만, 20세기에 들어 미국의 자본이 급격하게 들어오면서 음악적으로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한 쿠바의 음악은 미국 재즈의 영향 속에 더욱 세련된 모습과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 자본의 그늘 속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혔던 아바나의 많은 사교 클럽 무대 위에서 쿠바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황금기를 누리게 된다.
Buena Vista Social Club 'Chan Chan' at Carnegie Hall
쏜은 쿠바 음악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르의 음악이다. 쿠바 혁명 이전에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등장 이후 다시 불어온 열풍 속에서도 쿠바 음악의 중심이 되는 음악은 쏜이라 할 수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최고의 인기곡인 ‘Chan Chan(찬 찬)’ 역시 쏜 스타일의 곡으로, 쿠바 음악을 대표하는 많은 곡들이 여기에 속한다. 특유의 탄력적인 리듬과 밀도 높은 연주, 그리고 매력적인 선율은 쏜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쿠바 동부에 위치한 오리엔테(Oriente) 주에서 발달한 쏜 역시 그 원형은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타악기가 펼쳐내는 인상적인 아프리카 리듬 위에 전개되는 매력적인 스페인풍의 선율” 이것이 바로 쏜 음악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쏜 음악의 가장 특징적인 악기로는 트레스(tres)라는, 두 줄씩 3현으로 이루어진 기타가 있다. 찰랑거리는 음색으로 풍부한 표정과 이국적인 감칠맛을 더하며 쏜 음악의 핵심을 맡는다. 초기의 쏜 음악은 트레스와 다양한 타악기가 중심이 되면서 대부분 6중주단으로 구성되었는데, 쿠바 음악의 황금기였던 1930년대를 지나는 동안 트럼펫이 추가되면서 7중주단의 형태를 많이 유지하고 있다. 이 7중주단의 편성이 쏜 음악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며, 트럼펫의 추가로 더욱 풍성한 표현이 담긴 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아바나에서 꽃을 피운 쿠바 음악 황금기를 지나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아바나 7중주단(Septeto Habanero)을 비롯한 여러 그룹들이 섹스테토(sexteto, 6중주단)에서 셉테토(septeto, 7중주단)으로 그룹명을 바꾸었다.▶쏜의 중심 악기 트레스(Tres).
열정과 우아함을 동시에 지닌 쏜은 쿠바 음악 속에 존재하는 여러 음악 스타일의 바탕이 되어 왔고, 미국 재즈계에 신선한 활력을 되돌려 주기도 했다. 그 음악적인 원천을 제공한 아프리카에도 거꾸로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여러 나라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뉴욕 히스패닉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살사(Salsa)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 또한 쏜이다. 쿠바가 월드 뮤직의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 바로 쏜인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쏜 뮤지션들이 남겨 놓은 수많은 명곡과 명연주들은 지금도 쏜이 쿠바의 음악을 대표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또한 많은 뮤지션들이 과거의 영광을 매력적으로 재현하며 쏜이야말로 쿠바 음악의 진정한 멋이 담긴 음악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Nathalie Cardon - Hasta Siempre Comandante Che Guevara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
새로운 시대의 노래 ‘누에바 트로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룬 쿠바 혁명은 쿠바 내의 음악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사회의 도래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자본에 물든 음악들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아바나의 사교 클럽 무대를 중심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황금기를 누렸던 음악들은 사라지고, 아바나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잃고 음악 생활을 그만두거나 해외로 나가 활동을 이어 갔다.
한편, 강대국들의 자본에 휘둘리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던 중남미에서는 음악인들의 자각과 함께 거대한 물결의 노래운동이 퍼져 나갔다. 민속음악의 발굴에 평생을 바쳤던 아르헨티나의 아타왈파 유팡키(Atahualpa Yupanqui)와 칠레 민속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비올레타 파라(Violetta Para)가 쌓아 놓은 음악적 바탕 위에 진정한 라틴 아메리카의 노래를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음악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 새로운 노래)’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되었던 이 노래 운동은 칠레, 아르헨티나 등 열강의 횡포와 독재정권으로 인해 고초를 겪었던 나라들을 중심으로 중남미 전체로 확산되었다.
피노체트의 군대에 목숨을 잃은 빅토르 하라(Victor Jara)나 아르헨티나 음악의 대모로 불렸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우루과이의 다니엘 비글리에티(Daniel Viglietti) 등이 그 중심인물이었다. 이들은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애정과 어두운 현실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에 담았다.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일어났던 이 누에바 칸시온의 정신적 원동력이 바로 쿠바 혁명이었으며, 연대의식을 지니고 확산되었던 이 노래운동은 쿠바로까지 이어져 ‘누에바 트로바(Nueva Trova, 새로운 음유시)’라는 이름으로 쿠바의 음악을 이끌었다.
혁명 이후 쿠바 정부는 국가 정책 차원에서 이 새로운 음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누에바 트로바 물결 속의 음악들은 의미 있는 노랫말과 서정적이면서도 순수한 음악성을 지닌 노래들이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세계적인 음유시인인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와 파블로 밀라네스(Pablo Milanes)가 지금도 활동하며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19세기 말, 20세기 초반 민중들의 삶을 기타와 함께 노래했던 음유시인들의 음악인 ‘트로바(Trova)’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으며, 트로바의 시(詩)적인 전통을 어쿠스틱한 사운드 속에 세련된 형식으로 표현했다. 누에바 칸시온의 초석을 마련했던 아타왈파 유팡키나 비올레타 파라와 같은 인물로, 쿠바에는 트로바의 전통을 계승한 카를로스 푸에블라(Carlos Puebla)가 있다. 그는 체 게바라에게 헌정된 가장 유명한 곡인 ‘Hasta Siempre(원제: Hasta Siempre Comandante Che Guevara,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Silvio Rodriguez - 'Unicornio' Full Album
00:00 Por quien merece amo r- 06:10 La gaviota - 10:50 Son desangrado - 15:55 Pioneros - 17:58 Hoy mi deber - 21:05 La primera mentira - 24:32 Canción urgente para Nicaragua - 27:30 El sol no da de beber - 33:30 La maza - 39:20 Unicornio
누에바 트로바는 쿠바 혁명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젊은 뮤지션들의 주도로 시작되어 1970년대를 지나는 동안 뛰어난 음악들을 탄생시켰다. 실비오 로드리게스는 예민한 감성을 지닌 특유의 미성과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시(詩)적인 노랫말로 찬사를 받아 왔다. 누에바 트로바 최고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그의 노래 ‘Unicornio(유니콘)’은 잃어버린 유니콘을 애타게 찾는 노랫말을 가지고 있지만, 80년대에 이르러 퇴색되어 버린 쿠바 혁명의 빛바랜 이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한 명의 음유시인 파블로 밀라네스는 쿠바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인 호세 마르티(Jose Marti)와 쿠바 흑인문학의 기수였던 시인 니콜라스 기옌(Nicolas Guillen)의 시를 노래해 주목받았으며, 역시 서정적인 노래들을 발표해 오고 있다.
쿠바 음악 전통의 쏜이나 볼레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지닌 누에바 트로바의 노래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은 쿠바 음악의 한 부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이 담긴 순수 대중예술로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지금도 많은 뮤지션들이 그 전통을 잇고 있다.
Buena Vista Social Club at Carnegie Hall Full Album
00:00 Chan Chan - 04:16 De camino a la vereda - 09:19 El cuarto de tula - 16:49 Pueblo nuevo - 22:55 Dos gardenias - 26:01 Y tú qué has hecho = 29:17 Veinte años - 32:50 El carretero - 36:21 Candela - 41:50 Amor de loca juventud - 45:14 Orgullecida - 48:33 Murmullo - 52:25 Buena Vista Social Club - 57:19 La bayamesa
쿠바 음악의 전설로 남을 이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미국의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Ry Cooder)가 기획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1930, 40년대 아바나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쿠바 음악을 재현한 것이었다. 쏜과 볼레로(Bolero)를 비롯한 쿠바 음악의 가장 매력적인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노장 뮤지션들을 찾아냈다. 최고령의 멤버 콤파이 세군도(Compay Segundo)는 쿠바 음악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프란시스코 레필라도(Francisco Repilado)라는 본명으로 ‘Chan Chan’을 비롯한 수많은 명곡들을 만들어 낸 작곡가이자 뛰어난 기타리스트였다. 또한 ‘동료’라는 뜻의 ‘Compay’와 ‘두 번째’라는 뜻의 ‘Segundo’로 만들어진 예명답게 매력적인 저음으로 화음을 노래하는 가수이기도 했다.
Compay Segundo & Omara Portuondo - Veinte Años
앨범에서 그와 함께 쿠반 볼레로의 명곡 ‘Veinte Años(1920)’를 노래했던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는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로 각광받았던 세계가 인정하는 디바였다. 우리나라 음악팬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는 1950년대 최고의 쏜 가수 중 한 명으로 그의 목소리는 그룹의 음악에 특별한 색채감을 더해 주었다. 그 외에도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피아노 연주로 쿠바 음악 특유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 루벤 곤살레스(Ruben Gonzalez), ‘산티아고의 사자’라는 별명을 지닌 가수이자 기타리스트로 ‘Chan Chan’의 메인 보컬로 나섰던 엘리아데스 오초아(Eliades Ochoa), 쿠바 음악의 깊은 풍미가 담긴 유장한 트럼펫 연주를 들려주었던 마누엘 ‘과히로’ 미라발(Manuel ‘Guajiro’ Mirabal) 등 주요 뮤지션들이 당시 일흔에서 아흔에 이르는 고령이었다.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1. 콤파이 세군도(Compay Segundo) 2.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 3.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 4. 엘리아데스 오초아(Eliades Ochoa)
쿠바 음악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에그렘(Egrem) 스튜디오에서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전설적인 노장들의 연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음반의 대히트와 함께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이 만든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발표되면서 음악과 함께 이들의 인생도 부각되었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몇몇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까지 더해져 오랜 시간 속에 묻혀 있었던 쿠바 음악의 진정한 멋과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음반 판매고와 함께 이들의 내한공연 무대가 열려 음악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전했다. 더불어 영미의 팝 음악 외에 독특한 전통이 담긴 세계 곳곳의 음악들이 국내에도 소개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높았던 이들의 인기 때문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외의 쿠바 음악들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될 기회를 얻기조차 힘든 부작용도 있었다. 한편 이들의 음악은 프로듀싱과 고도의 마케팅에 의해 다소 과대평가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실제로 그 정도 수준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뮤지션들은 아바나에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낸 결과와 그 업적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것이며, 그들이 남긴 음악과 발자취들은 이미 쿠바 음악의 전설이라 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현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중심인물 대부분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살레스, 이브라임 페레르, 보컬리스트였던 마누엘 리세아 푼티이타(Manuel Licea Puntillita), 오를란도 카차이토 로페스(Orlando Cachaito Lopez) 등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엘리아데스 오초아는 은퇴한 상태이다. 그래서 더욱 홍일점 보컬리스트였던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건강한 활동이 기대된다.
Buena Vista Social Club : Ibrahim Ferrer
01 Bruca Maniguá - 02 Herido De Sombras - 03 Marieta - 04 Guateque Campesino - 05 Mami Me Gustó - 06 Nuestra Ultima Cita - 07 Cienfuegos Tiene Su Guaguanco - 08 Silencio (Con Omara Portuondo) - 09 Aquellos Ojos Verdes - 10 Que Bueno Baila Usted - 11 Como Fue
쿠바 음악은 거대한 나무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온 많은 가지가 풍성한 이파리를 지니고 있는 모습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 그 복잡하게 얽힌 잔가지들을 일일이 다 살펴보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음악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쿠바 음악 속에는 원초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리듬과 매혹적인 선율, 그리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다. 또한 특유의 율동감은 없지만 음유시인들의 시적인 감성을 지닌 누에바 트로바의 흐름 속에 있는 음악들 역시 쿠바의 역사와 쿠바 음악인들이 이어 온 소박한 전통이 담겨 있는 음악임에 분명하다.
추천 앨범
Buena Vista Social Club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1997
쿠바 음악의 부활을 알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명반. 이들의 카네기홀 실황 앨범과 Buena Vista Social Club Presents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브라임 페레르, 오마라 포르투온도, 마누엘 과히로 미라발 등의 솔로 앨범들도 꼭 들어봐야 할 명작들이다.
Orgullo de los Soneros
셉테토 아바네로(Septeto Habanero)
1998
이름만으로도 쿠바 음악의 황금기를 대변하는 그룹 셉테토 아바네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쿠반 그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쿠바 음악의 진정한 명예’로 평가받는 이들의 1998년 앨범으로 트럼펫과 트레스가 리드하는 멋진 음악을 담아냈다. ‘쏜 가수의 긍지’라는 앨범 제목처럼 쏜에 대한 그룹의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Viva Cuba
루이스 프랑크(Luis Frank y su Tradicional Habana)
1999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루이스 프랑크를 전면에 내세운 쏜의 전형적인 편성에 의한 연주와 함께 역사적인 명곡들을 노래하고 있다. ‘Guantanamera(관타나모의 여인)’, ‘Lagrimas Negras(검은 눈물)’, ‘Hasta Siempre(체 게바라여 영원하라)’, ‘Besame Mucho’ 등 수록.
Unicornio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
1982
섬세하고 여성적인 감성으로 시처럼 빛나는 노랫말을 지닌 곡들을 발표해 온 음유시인인 실비오 로드리게스 최고의 작품. 명곡 ‘Unicornio(유니콘)’와 ‘La Maza(망치)’를 수록하고 있다. 이 앨범과 함께 그의 중반기 걸작 앨범으로 불리는 <Rabo de Nube(구름의 꼬리)>, <Mujeres(여인들)> 역시 그의 음악세계를 잘 나타낸 명반들이다.
Mas Alla de Todo
파블로 밀라네스 & 추초 발데스(Pablo Milanés & Chucho Valdés)
2009
누에바 트로바의 대표적인 음유시인 파블로 밀라네스가 피아니스트 추초 발데스의 피아노를 배경으로 따뜻한 감성을 담아 노래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글 황윤기 (음악 칼럼니스트) 독립 음반사 Ales Music에 재직하며 월드 뮤직 음반을 기획 제작했고, 다수의 음악 전문지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KBS Classic FM, PBC, CBS, TBN, TBS 등 다수의 라디오 방송음악 프로그램에서 진행, 출연, 작가로 활동하면서 월드뮤직을 전문적으로 소개해 왔다. 현재 국악방송 ‘황윤기의 세계음악 여행’ DJ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