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로드리고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Joaquín Rodrigo, Fantasia para un gentilhombre)
라라와복래2014. 8. 2. 19:42
Joaquín Rodrigo, Fantasia para un gentilhombre
호아킨 로드리고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Joaquín Rodrigo
1901–1999
John Williams, guitar
Charles Groves, conductor
The English Chamber Orchestra
Barking Town Hall, London
1967.07
John Williams/Charles Groves - Joaquín Rodrigo, Fantasia para un gentilhombre
스페인의 맹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가 작곡한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존경받는 안드레스 세고비아로부터 의뢰를 받아 1954년에 완성하여 그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초연은 1958년 3월 5일 엔리크 호르다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반주와 세고비아의 기타 연주로 이루어졌다. 이 작품을 작곡하기 전에 작곡가에게 명성을 안겨준 1939년 작품 <아랑후에스 협주곡>을 자신에게 헌정하지 않아 마음이 상해 있던 세고비아를 달래주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안드레스 세고비아(Andrés Segovia, 1893-1987)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기타 협주곡 풍의 환상곡은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부흥한 신고전주의 스타일에 속하는 작품으로서 페르골레시의 음악을 바탕으로 작곡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풀치넬라(Pulcinella)>나 17세기 무명 작곡가의 음악을 바탕으로 작곡한 레스피기의 <류트를 위한 고풍스러운 아리아와 무곡 모음곡>의 스타일을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신고전주의적인 유행이 지나간 뒤에 작곡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화성적인 안정감과 친근한 멜로디, 기타 음악에 대한 애정이 담긴 매력적인 작품으로 그의 <아랑후에스 협주곡>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로드리고는 바로크 시대의 매력적인 짧은 무곡 선율을 현대적인 관현악 편성에 교묘히 배치하며 20여 분에 이르는 시간으로 확장, 온화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음향을 만들어냈다.
제목에 명시된 ‘귀인’은 세고비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17세기 에스파냐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던 가스파르 산츠(Gaspar Sanz, 1650~1710)를 가리킨다.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총 4개의 악장은 1674년 산츠가 출판한 기타 전문 서적인 <스페인 기타의 음악 교본>에 수록된 여섯 개의 무곡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으로서, 이 협주적 환상곡의 각 악장의 제목은 산츠의 원곡에서 그대로 옮겨 왔다.
Andrés Segovia/Enrique Jorda - Joaquín Rodrigo, Fantasia para un gentilhombre
Andrés Segovia, guitar
Enrique Jorda, conductor
Symphony of the Air
1958.05
1악장: 비야노와 리체르카
전원을 뜻하는 비얀시코 풍의 스페인 가곡을 뜻하는 비야노(villano) 멜로디가 짧은 오케스트라 총주에 의해 제시되고 솔로 기타가 이를 반복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는 악장.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피콜로가 기타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주제인 리체르카(ricercar)는 솔로 기타로 시작되며 비야노와 대조를 이루는 단조풍의 멜로디로 2박자의 푸가로 진행된다.
2악장: 에스파뇰레타와 나폴리 기사의 팡파르
이 환상곡 가운데 가장 길이가 긴 악장으로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앞부분은 스페인의 옛 무곡인 에스파뇰레타(españoleta)로서 시칠리아노(siciliano)를 연상시키는 트리오 형식이다. 오케스트라 반주 위에서 기타가 고독한 듯 영롱하며 서정적인 멜로디를 노래 부르다가 현악 피치카토와 기타를 반주로 트럼펫과 플루트가 악상을 변주시킨다. 중간 부분에는 드럼 롤을 오스티나토 삼아 나폴리 기사(caballería de Nápoles)가 머무르는 병영의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되고, 마지막 부분에는 오케스트라 총주를 시작으로 기타와 목관악기들, 현악기들이 앞선 에스파뇰레타 멜로디를 다시 주고받으며 조용하게 끝을 맺는다. ▶<스페인 기타의 음악 교본>에 실린 삽화.
3악장: 도끼의 춤
에너지가 넘치는 근육질적이고 흥겨운 리듬이 배어 있는 짧은 무곡으로 이 전체 환상곡 가운데 9분여의 2악장과 5분여의 4악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인터루드(interlude, 간주곡) 역할을 한다.
4악장: 카나리오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 자치주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비롯한 멜로디를 차용한 무곡 악장으로 지저귀는 새소리와 꽃향기를 머금은 싱그러운 바닷바람을 연상시킨다.<!--[endif]-->
추천음반
1. 안드레스 세고비아, 심포니 오브 더 에어, 엔리크 호르다(지휘), DG
2. 나르시소 예페스/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가르시아 나바로(지휘), DG
3. 페페 로메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인-더-필즈, 네빌 마리너(지휘), Philips
4. 줄리안 브림, RCA 빅터 쳄버 오케스트라, 레오 브로우어(지휘), RCA
5. 괴란 죌셔, 오르페오 체임버 오케스트라, DG
글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