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17번 ‘로비니히의 음악’(Mozart, Divertimento No.17 in D major, K.334 'Musique von Robinig')

라라와복래 2014. 11. 24. 10:54

Mozart, Divertimento No.17 in D major, K.334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17번 ‘로비니히의 음악’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Philharmonie, Berlin

1987.04


Karajan/Berliner Philharmoniker - Mozart, Divertimento No.17 in D major, K.334

(00:00) I. Allegro - (07:11) II. Andante - (16:03) III. Menuetto - (21:27) IV. Adagio - (28:19) V. Menuetto - Trio I - Menuetto - Trio II - Menuetto - (37:07) VI. Rondo (Allegro)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는 음악 장르의 하나로 18세기 중⋅후반에 유행한 기악 모음곡의 일종이다. ‘즐겁게 하기‘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디베르티레(divertire)에서 파생한 디베르티멘토는 기분전환을 위한 음악이라 해서 ’희유곡(嬉遊曲)’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이 악곡은 교향곡이나 현악 4중주곡에 비해 한결 형식이 자유로웠다. 악장의 수도 4개에서 10개까지로 다양했고, 악기 편성의 형태도 각양각색이었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다른 악곡으로 세레나데(serenade)와 카사치오네(cassaszione)가 있지만, 디베르티멘토는 대개 작은 규모의 실내 앙상블을 위한 모음곡을 가리키는 용어로 통용되었다.

디베르티멘토는 ‘여흥음악’ 내지 ‘오락음악’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즉 디베르티멘토는 궁정 또는 귀족이나 부호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행사나 식탁에서 분위기를 돋우거나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연주되는 음악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디베르티멘토는 소나타, 춤곡, 변주곡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곡된 여러 개의 악장이 템포의 완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치되었고, 음악적 성향도 너무 강렬하거나 음울하거나 심각하지 않도록 고려되었다. 고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상류층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흐르는 음악이 거개 디베르티멘토이다.

디베르티멘토는 비교적 짧은 곡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이지만 구성에 일관성은 없다. 여기에 당시 전속 악사의 수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편성도 크지 않았다. 악상도 듣기 좋도록 요구되었기 때문에 뛰어난 음악이 나오기 어려웠다. 18세기에 활약한 고전파 작곡가라면 대개 이런 디베르티멘토를 썼는데, 가볍고 쉬운 여흥음악이라는 선입견에서인지 소홀히 다루어져 악보로 남은 것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매우 적은 수의 작품밖에 없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여흥음악의 테두리 안에서나마 최선의 완성도를 구현해 보였는데, 특히 모차르트가 남긴 20여 곡의 디베르티멘토 중에는 이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 곡이 상당수 있다. 디베르티멘토라는 음악 장르가 그의 밝고 유머러스한 감각을 표현하는 데 적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의 하나로 꼽히는 카를 바르트는 그의 저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디베르티멘토는 행사나 식탁의 분위를 돋워주는 여흥음악이었다.

“그(모차르트)는 바흐처럼 메시지적인 성격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베토벤의 음악처럼 자신의 삶을 고백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음악 속에서 어떤 교훈적인 것을 말하고 있지 않으며 더욱이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그는 음악을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단지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이다. 그는 청중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어떤 결단이나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는 단지 청중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이와 같은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숨 막히는 궁정생활 속에서 써낸 우아하고도 유려한 곡들

모차르트가 디베르티멘토를 처음 선보인 시기는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 중이던 1771년 11월로 추정된다. 당시 밀라노에서 작곡된 디베르티멘토 E플랫장조 K.113은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을 최초로 사용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후에도 모차르트는 밀라노의 후원자를 위해서 디베르티멘토를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디베르티멘토는 대부분 잘츠부르크에서 그곳의 인사들을 위해서 쓰였다. 특히 그의 주군이었던 콜로레도 대주교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였다. 1775년에서 1776년 사이에 작곡된 다섯 곡의 관악 디베르티멘토들은 대주교의 ‘식탁 음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775년 3월, 모차르트는 뮌헨에서 오페라 부파 <가짜 여정원사>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그 후 그는 30개월 동안이나 잘츠부르크의 콜로레도 대주교에게 얽매여 궁정음악가로서 일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안정되고 평온한 나날이었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그처럼 답답한 일도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넓은 세상을 여행하며 삶과 예술의 활력과 영감을 충전해 왔던 그에게 그토록 오랜 동안 좁은 잘츠부르크에 얽매여 있어야 한다는 것은 유형 생활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1776년에는 콜로레도 대주교가 궁정극장을 폐쇄시키는 바람에 창작 활동의 폭마저 좁아졌다.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모차르트는 궁정악단의 수석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는 한편 귀족이나 교회를 위한 음악들을 주로 썼다. 그렇게 해서 각종 세레나데, 카사치오네, 디베르티멘토 등 음악적 비중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양산되었고, 천재의 귀중한 재능과 시간은 그렇게 하릴없이 허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모차르트의 창작에 대한 열의와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모차르트는 세레나타 노투르나와 하프너 세레나데, 그리고 디베르티멘토들에서 오락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세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흥음악에서조차 남다른 완성도와 풍미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가 잘츠부르크에 머물며 수준 높은 세레나데와 디베르티멘토를 줄줄이 배출했던 1775년 봄부터 1777년 여름까지의 기간을 하우스발트는 ‘성숙과 충실의 시대’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1780년경 모차르트 가족을 그린 그림. 벽에 어머니의 초상화가 보이는데 1778년 파리에서 모차르트는 어머니를 여의었다.

3악장 ‘모차르트의 미뉴에트’로 유명한 디베르티멘토 17번 K.334 ‘로비니히의 음악’

모차르트가 1779년 여름에 작곡한 디베르티멘토 17번 K,334는 많은 이들이 그의 디베르티멘토 중 가장 아름답고 세련된 곡으로 꼽는 명작이다. 아마도 1777년과 이듬해에 걸친 만하임-파리 여행에서 어머니를 여의고 사랑하는 알로이지아 베버마저 떠나는 슬픔을 겪은 뒤 인간적으로 몰라보게 성숙해진 모차르트의 면모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장조의 밝고 맑은 분위기의 흐름을 견지하는 가운데 슬며시 드리워진 단조부들에서 그런 면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로비니히의 음악(Musique von Robinig)’이라고 불렀는데, 로비니히는 잘츠부르크의 명문가로 이 곡은 그 집안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냈던 모차르트가 장남 지그문트의 잘츠부르크 대학 졸업을 기념하여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주시간이 40여 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현악 합주에 호른 두 대가 가세하며, 각 두 개씩의 알레그로 악장, 느린 악장, 미뉴에트 악장 등 여섯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에서는 3악장의 첫 번째 미뉴에트가 특히 유명하다. 이 3악장은 교향곡 39번 E플랫장조의 3악장과 나란히 ‘모차르트의 미뉴에트’라고 불리며 종종 독립적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프랑스 풍의 우아한 악상이 흐르는 가운데 중간 중간 단조적인 악상이 떠올라 우수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는 매력적인 음악이다.

아울러 다른 악장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1악장에서는 유려한 주제가 환상적으로 발전해 가고, 주제와 6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D단조 안단테의 2악장은 어딘지 염세적인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는 한결 완만하고 조용한 아다지오 4악장에서 정화와 심화의 과정을 거친다. 한편 두 번째 미뉴에트인 5악장에서는 장조부와 단조부의 대비가 절묘하고, 마지막 6악장은 경쾌하고 우아한 흐름 속에 수많은 주제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는 풍부하고 거대한 론도 피날레이다.

‘모차르트의 미뉴에트’(디베르티멘토 17번 3악장) - 런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

1악장: 알레그로

제1바이올린에 의한 유창하고도 명쾌한 제1주제와 제2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되는 산뜻한 제2주제를 축으로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2악장: 안단테

두 부분으로 나뉜 주제를 바탕으로 6개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소 긴 코다로 조용히 끝난다.

3악장: 미뉴에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차르트의 미뉴에트’라 불리는 유명한 악장으로 모차르트를 대표하는 곡의 하나이다. 미소를 머금은 채 궁정 무도회의 정경을 방불케 하는 우아함을 드러낸다. 트리오는 제1바이올린의 독주에 의해 화려하게 전개된다.

4악장: 아다지오

제1바이올린에 의한 우아한 제1주제가 아리아 풍으로 전개된다. 엄숙한 기분이 서정적으로 연주되어 모차르트의 풍류가 느껴진다. 제2주제는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에 의해 앞서가고 제1바이올린이 이를 받아 서정적인 기분을 펼친다. 모차르트 특유의 평화로운 감정에 충만한 악장이다.

5악장: 미뉴에트

3악장의 우아한 미뉴에트와는 달리 매우 활달하고 경쾌하다. 생기에 넘치는 선율과 탄력성 있는 리듬에서 모차르트의 대범함이 잘 드러난다.

6악장: 알레그로

상쾌한 론도 형식. 여러 변화로 흥겹게 진행되었던 디베르티멘토를 마무리한다. 서두에 경쾌하고 재치 있는 론도 주제가 나오고, 성격이 다른 3개의 선율이 이 론도를 유려하게 장식해 나간다.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