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D단조(Marcello, Oboe Concerto in D minor)
라라와복래2014. 11. 30. 07:20
Marcello, Oboe Concerto in D minor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D단조
Alessandro Marcello
1673-1747
Marcel Ponseele, baroque oboe
Ensemble Il Gardellino
Marcel Ponseele, conductor
Eglise St. Apollinaire, Bolland, Belgium
2002.08
Marcel Ponseele/Ensemble Il Gardellino - Marcello, Oboe Concerto in D minor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D단조는 알비노니 오보에 협주곡 D단조, 비발디 오보에 협주곡 F장조, 치마로사 오보에 협주곡 C단조와 더불어 오보에 음악을 대표하는 곡이다. 알레산드로 마르첼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 출생 연도에 대해서는 1669년, 1673년, 1684년 등 의견이 분분하다. 권위 있는 그로브 음악사전 1994년판에서는 동생 베네데토가 1686년생이므로 1684년으로 잡은 듯한데, 1678년 출생한 비발디보다 서너 살 위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므로 1673년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종종 틀린 정보가 발견되는 자유기고 웹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1673년으로 올라 있다.
마르첼로 가문은 원로원 귀족이었다. 형 알레산드로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지만 음악가의 길로 가지 않았다. 한편 동생 베네데토는 직업 음악가로서 활동했는데, 음악사적으로 ‘마르첼로’ 하면 동생 베네데토 마르첼로를 가리키는 것이지 알레산드로 마르첼로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동생 베네데토는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협주곡, 소나타 등 수많은 작품을 음악사에 남겼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형 알레산드로는 오늘날에 와서야 달랑 이 오보에 협주곡 하나로 유명세를 타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는 아마추어 경지를 넘어 ‘라 체트라(리라)’라는 책명으로 오보에 협주곡 몇 곡을 담아 출판했고, 칸타타와 아리아, 칸초네, 바이올린 소나타 등의 작품을 더러 남겨 놓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는 평생 이른바 ‘딜레탕트(dilettante)’라 일컫는 아마추어 예술 애호가로 음악을 즐겼을 뿐이다.◀고대 그리스의 관악기 아울로스. 오보에의 오래된 전신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오보에를 부는 악사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D단조는 오랜 동안 비발디의 작품으로 알려졌었고, 한동안은 동생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작품으로 오인되고 있었다. 그렇게 된 사연이 뭘까? 알레산드로의 작품 대부분은 그가 회원으로 있던 아르카디아 아카데미에서 에테리오 스틴팔리코라는 가명으로 발표되었고, 우선 그것이 실명으로 그의 작품이 알려지지 않게 된 이유라 하겠다. 이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바흐 덕분인데, 이 작품을 매우 좋아한 바흐가 쳄발로 독주곡(BWV 974)으로 편곡했던 것이다. 바흐가 비발디를 높이 평가하고 연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바흐가 이 작품을 당근 비발디의 것으로 생각하고는 편곡 버전을 내놓으면서 그렇게 소개했다는 것이다. 위대한 바흐의 말씀이니 어찌 믿지 않을쏜가.
동생 베네데토의 작품으로 오인된 것은, 1920년대에 바흐 쳄발로 독주곡을 오보에 협주곡으로 복원한 출판업자가 원작자를 동생 베네데토라고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동생의 작품으로 알려졌다가, 작곡자가 알레산드로 마르첼로로 인쇄된 1716년 협주곡집(Roger판)이 최근에 발견되면서 작곡자의 신원이 제대로 밝혀지게 된 것이다. 유투브 동영상 중에는 아직도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작품으로 소개된 것이 눈에 띈다. 덧붙여, 전문가 버금가는 음악 칼럼으로 이름난 어떤 음악 애호가가 형 알레산드로의 이력에 동생 베베데토의 이력을 짬뽕하여 소개하는 오래전 해프닝도 있었다. 물론 착각이었을 테지만, 문제는 그 글을 여전히 이 사람 저 사람 퍼 나른다는 데 있다.
다양한 오보에 패밀리. 악기가 길어질수록 낮음 음역의 소리를 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피콜로 오보에, 오보에, 오보에 다모레, 잉글리시 호른, 베이스 오보에, 헤켈폰. 잉글리시 호른은 오보에 족에서 테너 음역을 담당하는 악기이다. 그 명칭에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 악기는 영국에 기원을 둔 악기도 아니며, 호른 족에 속하지도 않는다.
오보에(oboe)라는 명칭은 이 악기의 음역과 관련이 있다. 17~18세기 프랑스 사람들은 ‘높다’라는 뜻의 haut(오)라는 단어와 '나무'라는 뜻의 bois(부아)라는 단어를 결합해 악기 이름 hautbois(오부아)를 만들었다. 즉 ‘높은 소리를 내는 목관’이라는 뜻이 악기 이름에 담겨 있는 것이다. hautbois라 쓰는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oboe라 적고 오보에 또는 오보라고 읽는다. 오보에는 콧소리가 섞인 듯 단단하면서도 감미로운 특유의 음색으로, 오케스트라는 물론 다양한 합주 음악에서 음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선율 악기의 역할을 맡는다.
오케스트라가 연주 전 튜닝(조율)을 위해 기준으로 삼는 A음(보통 440Hz)도 오보에가 잡아준다. 오케스트라 전체를 뚫고 나가는 음색을 가졌을 뿐 아니라, 주위 환경이 변해도 음정의 변화가 크게 나지 않는 안정적인 악기이기 때문이다. 음높이엔 G음, D음도 있는데 A음으로 튜닝하는 이유는 뭘까. 저음 파트의 중요한 악기인 첼로의 개방현 가운데 가장 높은 A음이 가장 뚜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A음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모두 함께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정이라는 얘기다.
1악장: 안단테 에 스피카토
현악기가 유니슨(unison, 여러 악기가 같은 선율을 연주한다는 뜻)으로 먼저 말을 걸면 오보에 독주가 대답한다. 오보에와 현악 합주는 서두르지 않고 우수 어린 대화를 주고받는다. 스피카토(spiccato)는 활의 중간 부분에 짧게 힘을 주어 활이 줄 위로 튀어 오르게 연주하는 운궁법인데, 부드러운 음부터 힘찬 음까지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위엄과 기품이 느껴지는 악장이다.
2악장: 아다지오
여러 오보에 협주곡 중 가장 유명한 악장이다. 현악 합주가 숨죽여 반주하면 오보에가 어둠 속에서 빛을 찾듯 그리움에 가득한 마음으로 노래한다. ‘바로크 아다지오’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선율이다. 오보에의 애끊는 선율이 마음을 시리게 한다.
3악장: 프레스토
춤곡 풍. 오보에와 현악이 빛과 그림자로 교차하는 열정적인 피날레다. 엄밀히 말해, 프레스토(presto)는 속도 지시어가 아니라 ‘서두르듯, 밀어붙이듯’이란 뜻의 부사다. 마찬가지로 비바체(vivace)도 '생기 있게‘란 뜻의 부사다. 하지만 둘 다 음악 교과서에는 ‘아주 빠르게’라고 속도 지시어인 양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