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 ‘그레트리’(Vieuxtemps, Violin Concerto No.5 in A minor, Op.37 "Gretry")

라라와복래 2015. 8. 10. 12:59

Vieuxtemps, Violin Concerto No.5 in A minor, ‘Gretry’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 ‘그레트리’

Henri Vieuxtemps

1820-1881

Sarah Chang, violin

Charles Dutoit, conductor

Philharmonia Orchestra

Henry Wood Hall, London

1994.12

 

Sarah Chang - Vieuxtemps, Violin Concerto No.5 in A minor, Op.37 "Gretry"

 

1820년 악기 조율사의 아들로 벨기에의 베르비에에서 태어난 앙리 비외탕은 파가니니, 요아힘, 사라사테, 이자이 등과 함께 19세기 바이올린 음악계를 이끌어간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어린 시절 브뤼셀에서의 몇 차례 연주를 통해 바이올린의 대가 베링의 관심을 끌어 그의 제자가 되었고, 10살 때에 파리에서 데뷔 무대를 가져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후 유럽 각지와 미국에서의 잇달아 연주 무대를 가진 그는, 1846년부터 6년 동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정 음악 연주가 겸 음악원 교수로 있었으며, 만년에는 브뤼셀 왕립음악원에 재직했다. 그의 연주법은 근대 프랑스의 바이올린 연주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자이와 후바이는 그의 제자이다.

비외탕의 작품은 그 자신이 천재적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만큼 바이올린을 위한 곡을 썼으며 음악적 가치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남긴 7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곡은 4번과 5번이다. 비외탕이 1840년에 그의 첫 협주곡을 작곡할 무렴, 일반적인 협주곡들은 주로 현란한 기교만을 강조하거나 아니면 너무 고전적인 성향으로 비쳐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애서 비외탕은 협주곡의 개척자로서 독주 부분을 풍부히 하면서도 근대적인 교향곡 구조를 이룩해 프랑스 바이올린 협주곡에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신동 시절의 비외탕

베를리오즈는 남다른 음악적 깊이를 보이는 비외탕을 아주 존경했고, 그의 작품이 연주될 때는 언제나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베를리오즈는 이 곡의 초연 당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이처럼 위대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지금 분석할 순 없다. 다만 내가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는 이 곡이 매우 위대함과 동시에 극히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는 “만약 비외탕이 뛰어난 비르투오소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를 위대한 작곡가로서 환호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작곡가로서의 비외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베를리오즈의 이 말은 그러나 그만큼 비외탕이 연주가로서 탁월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대 대부분의 비르투오소들이 그러했듯이 비외탕도 자신의 곡들, 특히 이 5번 협주곡에서 탁월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교적 주법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두 번째 미국 연주여행에서 돌아온 뒤 1858년에 완성되었는데, 브뤼셀 왕립국악원의 교수였던 친구 레오나르를 위해 음악원의 교재용으로 작곡한 것이다. 이 곡은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비르투오소적 발상에서 생겨났으며, 탁월한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교적 주법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지 기교의 과시에 그치지 않고 풍부한 예술미로 가득하다. 정교한 깊이를 가진 주제와 함께 오케스트라가 단순한 반주의 영역이 아니라 확대된 역할을 보이며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일체가 된 움직임으로 음악을 완성하고 있다.

이 곡은 또한 그 당시 널리 상용되던 고전 협주곡의 형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있다. 이미 4번에서 교향곡과 같은 4악장제를 취해 전통의 틀을 벗어난 바 있지만, 이 5번에서는 획기적으로 단일 악장을 취한다. 여기에 엄격한 소나타 형식이 아니라 중간에 아다지오를 삽입한 세도막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부의 아다지오에 벨기에의 작곡가 그레트리(Andre Gretry)의 오페라 가운데 당시 유행했던 4중창의 선율을 쓰고 있기에 이 곡에는 ‘그레트리’라는 별칭이 붙어 있기도 하다. 이 중간부의 표정 어린 아다지오는 감각적이고 섬세하며 애잔함이 이를 데 없다. 초연은 1862년 작곡자 자신에 의해 이루어졌다.

1부 알레그로 논 트로포(Allegro non troppo). 오보에와 함께 관현악의 투티(총주)로 시작한다. 점차 음폭이 증가되면서 저음현이 힘차게 연주한다. 이어 저음현의 트레몰로 위에 주제가 힘차게 연주된 후 우아한 독주 바이올린의 상행 선율이 나타난다. 이는 점차 장식적으로 변형되어 관현악 반주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폭 넓은 아르페지오의 기교적 패시지와 함께 긴 트릴이 나타나고 짧은 카덴차 패시지를 지나 끝난다.

2부 아다지오(Adagio). 그레트리의 오페라에서 따온 애수에 찬 선율을 독주 바이올린이 서정적으로 노래한 후 기교 넘친 카덴차와 함께 우아하게 종결부로 이어진다.

3부 알레그로 콘 푸오코(Allegro con fuoco).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하고 기교적인 패시지를 연주하고 관현악이 트레몰로를 연주하는 가운데 독주 바이올린의 음계가 급속히 상승하면서 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Viktoria Mullova - Vieuxtemps, Violin Concerto No.5 in A minor, Op.37 "Gretry"

Viktoria Mullova, violin

Sir Neville Marriner, conductor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London, 1988.02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