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브루흐 ‘콜 니드라이’(Bruch, Kol Nidrei, Op.47)

라라와복래 2015. 8. 16. 10:29

Bruch, Kol Nidrei, Op.47

브루흐 ‘콜 니드라이’

Max Bruch

1838-1920

Mischa Maisky, cello

Paavo Järvi, conductor

hr-Sinfonieorchester(Frankfurt Radio Symphony)

Alte Oper Frankfurt

2018.04.27


Mischa Maisky - Bruch, Kol Nidrei, Op.47

 

브루흐는 바흐 못지않게 기독교 정신이 투철했던 음악가로 기악보다 합창이나 독창의 종교적 성악곡을 주로 작곡했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음악박사 학위를, 베를린 대학에서 신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학식 또한 높았다. 그러나 그의 경건한 신앙심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성악곡에도 불구하고 그를 유명하게 해준 것은 <콜 니드라이>와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같은 기악곡이다.

다짐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듣는 히브리 선율에 의한 변주곡

‘콜 니드라이’를 ‘신의 날(Day of Atonement)’이라 하는데, 이는 이 곡의 원천이 유대교에서 ’욤 키푸르(Yom Kippur, 신의 날)‘라고 일컫는 속죄일에 부르는 성가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이다. '콜 니드라이‘는 구약성서 시대와 예수가 사용했던 아람어 ‘콜 니드레(Kol Nidre)’에서 왔으며, 본래의 뜻은 ‘모든 서약들(All Vows)’이란 뜻이다.

‘콜 니드레’는 히브리 달력으로 일곱 번째 달 열흘째 날에 올리는 유대교 속죄일 전야에 예배를 시작하기 전에 부르는 기도 형식의 성가로, 이 기도송을 통해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실행하지 못한 신에 대한 맹세를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해주고 모든 율법의 위배도 용서해주기를 기원했다. 말하자면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 즉 거듭남을 다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욤 키푸르(신의 날)에 시나고그(회당)에서 기도를 올리는 유대인들

독일 쾰른에서 태어난 브루흐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페르디난트 힐러에게 작곡을 배운 후 15세인 1852년 모차르트 장학금을 받아서 쾰른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였다. 1891년 베를린 음악원의 교수가 되었고 프랑스로부터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으로 추대된 후 유럽 여러 지역에서 지휘자로 이름을 날렸다. 브루흐는 유대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곡 <콜 니드라이>를 작곡한 까닭에 유대인으로 의심받아 그의 사후 가족들이 나치에 의해 많은 고초를 겪었다. 나치 정권이 들어선 후 10여 년에 걸쳐 독일에서 공식적으로 브루흐의 곡은 연주가 금지되었다.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았으나 유대인 혈통을 가졌다는 이유로 음악사 속에서 말살될 뻔했던 멘델스존보다 더 억울한 이가 막스 브루흐였다.

그럼 브루흐는 어떻게 히브리 선율을 곡으로 옮기게 되었을까. 브루흐는 평소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지휘하던 합창단의 유대인 단원이 이 멜로디를 주면서 작곡에 써보라고 권했고, 이 히브리 성가 선율에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딸려서 아다지오를 그렸다고 한다. ‘히브리 선율에 의한 첼로, 관현악, 하프를 위한 아다지오, 작품 47’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은 히브리 성가 선율을 바탕으로 한 변주곡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곡 중간에 독주악기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그래서 연주자에게는 상당한 기교를 요구하지만, 첼리스트라면 누구나 연주하고 싶어 하는 곡이다.

자신의 곡을 자기가 직접 지휘했던 브루흐는 극장을 교회로, 음악을 종교로 받드는 경건한 마음으로 무대에 섰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수도사와 같았다고 한다. 특히 이 <콜 니드라이>를 지휘할 때는 그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성화(聖化)되어 첼리스트를 비롯한 단원 전체가 이에 감응이 된 듯 엄숙한 표정으로 연주했다고 한다.

이 곡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4박자의 느린 단조의 첫째 부분은 종교적인 정열을 담은 조용하고 비통한 선율로 시작하며, 이윽고 유장하고도 장엄한 선율로 첼로 독주가 선창자의 구실을 해낸다. 둘째 부분은 조금 격한 장조로 분위기가 바뀌어 오케스트라가 하프의 아르페지오 반주를 배경으로 먼저 밝고 강한 느낌의 선율을 연주하고, 관현악 반주 속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독주자가 낭만적인 정서가 풍부한 음향의 조직을 짜내며 변주 비슷하게 펼친 다음 쓸쓸하게 곡이 끝난다.

제1부: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종교적 정열이 담긴 낮고 비통한 선율로 시작되어 이윽고 유연하고 장엄한 선율이 나타난다. 첼로 독주의 명상적 음색은 마치 예언자의 목소리와도 같다.

제2부: 운 포코 피우 아니마토

거룩하게 변화된 후렴구로 시작되면서 장조로 바뀌는데 하프의 아르페지오 반주에 실려 첼로가 밝고 강한 느낌의 선율을 낸다. 관현악 반주 속에서 독주자가 낭만적인 정서와 풍부한 음향의 선율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변주 형식으로 펼쳐진 뒤에 곡은 쓸쓸히 끝난다.

Lynn Harrell - Bruch, Kol Nidrei, Op.47

Lynn Harrell, cello

Gilbert Levine, conductor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Paul VI Audience Hall, Vatican

1994.04.07

이 공연은 나치의 홀로코스트(대학살) 때 희생된 600만 유대인들을 추념하기 위해 1994년 4월 7일 바티칸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주도로 열린 최초의 ‘교황 콘서트’(The Papal Concert)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