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 중에서 첫 작품인 39번 E플랫장조 교향곡은 상대적으로 외면당해 온 감이 없지 않다. 사람들은 대개 낭만적 파토스가 넘실대는 40번 G단조 교향곡이나 ‘주피터’라는 인상적인 별명처럼 눈부신 피날레를 가진 41번 C장조 교향곡에 주목하고 열중하는 반면, 이 교향곡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드문 듯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매력과 가치는 결코 다른 두 작품에 뒤지지 않는다. 이 교향곡은 세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첫 악장이 느린 서주를 지니고 있고, 모차르트의 교향곡들 가운데 유일하게 오보에가 배제되어 있다. 무엇보다 세 곡 가운데 가장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기품을 지닌 것으로서, 그 유려한 선율과 정연한 리듬, 다채로운 음색과 풍부한 울림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조화는 가히 천의무봉에 비견될 만하다.
●Symphony No.40 in G minor, KV.550 (교향곡 40번)
교향곡 40번 G단조는 1788년 6월부터 8월에 이르는 짧은 시기에 작곡했으며, 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 중 가장 격정적이고 낭만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모차르트 사후 2년이 된 1793년에 빈의 악보상인 요한 트레크에 의해 출판될 당시 ‘거장의 마지막 교향곡들 중 하나이며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문구로 홍보될 만큼 관습에서 벗어난 독창성, 반음계적 표현, 풍부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걸작이다
교향곡 40번 G단조는 18세기 교향곡의 전형을 벗어난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인해 그 어떤 작품보다 음악평론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로베르트 슈만은 이 교향곡에 감탄하며 “가볍고, 고대 그리스적 우아함이 깃들었다.”고 말했던 반면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실내악적인 작품”이라 말했고, 로빈스 랜던은 “모차르트의 조울증을 반영한 작품”이라 했으며, 잭 웨스트럽은 “오페라의 정신”이 나타난다고 했으니 이처럼 다양한 의견을 불러일으킨 작품도 드물 것이다.
●Symphony No. 41 in C major, KV.551 ‘Jupiter' (교향곡 41번 ‘주피터’)
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들 가운데서도 ‘주피터’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41번 C장조는 베토벤 이전에 작곡된 교향곡들 가운데 최대 규모의 교향곡이다. 이 교향곡에 붙은 ‘주피터’라는 별명은 하이든의 후원자이며 바이올리니스트 겸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요한 페터 잘로몬이 붙인 것이다. ‘주피터 교향곡’은 마지막 악장에 거대한 푸가가 등장하기 때문에 ‘끝 곡에 푸가가 들어 있는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과연 이 교향곡은 그리스 신화에서 모든 신들의 제왕이었던 주피터의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고 장대한 규모의 작품이다.
이 놀라운 음악은 모차르트 생전에는 이해되지 못했다. 교향곡을 단지 즐거운 놀이 음악으로 인식하고 있던 빈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이것은 너무나 장대하고 심오하며 밀도 높은 텍스추어로 되어 있었고, 그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반음계주의, 대위법적인 악상은 사람들에게 그저 산만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었을 뿐이다. 1791년에 모차르트가 세상의 무관심 속에 외로운 최후를 맞이했을 때만 해도 모차르트의 ‘주피터 교향곡’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1829년 모차르트의 아들 프란츠 크사버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마지막 교향곡 C장조는 기악음악 최고의 승리”라 말했고 당대의 많은 음악가들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