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바흐 '요한 수난곡'(Bach, Johannes Passion, BWV 245)

라라와복래 2016. 3. 24. 20:48

Bach, Johannes Passion, BWV 245

바흐 ‘요한 수난곡’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Evangelist: Mark Padmore, tenor

Jesu: Peter Harvey, bass

Katharine Fuge, soprano

Robin Blaze, counter-tenor

Nicholas Mulroy, Jeremy Budd, tenor

Matthew Brook, bass

Monteverdi Choir

English Baroque Soloists

Conductor: John Eliot Gardiner

Royal Albert Hall, London

BBC Proms 2008.08.24

 

Gardiner/Monteverdi Choir/English Baroque Soloists - Bach, Johannes Passion, BWV 24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노래한 40곡으로 <요한 수난곡>을 구성했다. 이 대작은 제목처럼 신약성경 요한복음 18장과 19장에 적힌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의 수난을 그리고 있다.

1부는 유다가 군대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예수를 결박해 끌고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예수의 제자 베드로는 결박당한 예수의 뒤를 따르지만 예수의 제자임을 세 번 부인한다.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는 통곡의 눈물을 흘린다.

<요한 수난곡>의 2부는 결박당한 예수가 빌라도에게 심판받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빌라도는 예수를 풀어주려고 하지만, 끝내 십자가에 못 박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십자가를 메고 골고타 언덕으로 간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되고, 예수의 제자가 예수의 시신을 내려 무덤에 모시는 이야기로 수난곡은 끝을 맺는다.

신앙의 마음이 격정적으로 고양되는 수난곡

바흐의 <요한 수난곡>은 <마태 수난곡>과 더불어 오라토리오 풍 수난곡의 쌍두마차이다. 한때는 ‘마태’와 ‘요한’이 으뜸과 버금으로 각각 자리매김이 됐었지만, 요즘 클래식 음반계의 트렌드는 <마태 수난곡>보다는 <요한 수난곡> 쪽이 좀 더 각광받는 것같이 느껴진다. 19세기에는 거의 연주되지 않았던 <요한 수난곡>이 현대에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서사시적이고 명상적인 데 반해 <요한 수난곡>은 힘차고 격정적이면서도 내밀하다. <요한 수난곡>의 음악이 긴박감이 더 강하고 극적이며 고풍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성격이 현대인들에게 인상적으로 어필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적인 감수성에 어필하는 격렬함과 극적인 성격을 갖춘 <요한 수난곡>은 바흐의 수많은 명곡들 가운데서도 새롭게 주목받으며 떠오르고 있다.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의 성격 차이는 작곡 시기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요한복음과 마태복음, 두 복음서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6세기 이래로 내려오는 오래된 문서인 ‘4복음서 기록자를 하늘보좌를 둘러싼 네 생물에 비유하는 견해’에는 복음서 기록자들을 생물에 비유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 문서의 내용을 끌어들여 바흐의 수난곡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고문서에서 ‘마태’는 인간에 비유되기 때문에 <마태 수난곡>은 첫머리의 합창부터 인간적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첫 음악은 고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예수를 애통해하며 비탄에 잠긴 2중창으로 개시된다. 그에 비해 ‘요한’은 독수리에 비유된다. 독수리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향해 높이 날아오르는 생물이다. 즉, 수난 그 자체보다는 수난이 의미하는 영원한 진리를 전달하고, 그리스도의 내적 정신에 대한 통찰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흐의 두 수난곡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마태 수난곡>이 오페라 풍의 수법을 많이 구사해 음악적으로 화려한 데 비해 <요한 수난곡>은 신앙의 진지한 마음이 이루는 일관된 흐름을 강조한다. 그러다가 점점 감정적 흥분이 고조되며 짜릿한 일갈과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수난주간에 복음서의 수난 기사를 낭독하며 노래하던 관습은 4세기경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회에서는 종려주일에는 ‘마태’를 낭송하고 성수요일에 ‘누가’를 낭송했다. 뒤이어 9세기경에는 성화요일에 ‘마가’, 성금요일에 ‘요한’이 추가되어 사용되었다. 이후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변화가 일어났는데, 종려주일에는 ‘마태’, 성금요일에는 ‘요한’을 연주하는 관습이 정착되어 기준이 되었다.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 <십자가 처형>

가톨릭 시대 단선율의 수난 성가는 물론이고, 르네상스 시대 모테트 풍 성가라면 악곡 전체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서 연주시간에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바로크 시대에 들어와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바로크 후기에 이르면 긴 오라토리오 스타일의 수난곡이 등장하게 된다. 이런 장대한 수난곡은 일반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긴 연주시간 때문에 한 번 있는 수난주간 동안 여러 개의 수난곡을 다 연주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바흐에 앞서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전임 칸토르였던 쿠나우는 성금요일에 4복음서 중 하나의 복음서를 바탕으로, 하나의 수난곡만을 연주하는 관습을 만들었다. 바흐도 그 규칙에 따라서 성금요일에 연주할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을 각각 작곡했던 것이다.

요한복음으로 구성된 텍스트

바흐는 1724년에 <요한 수난곡>을 작곡했지만, 악보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초연 연도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1724년 4월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 오후 예배시간에 초연되었다는 사실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 정도다. 바흐는 이후에도 몇 번에 걸쳐 이 곡을 다시 연주했지만, 재연할 때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손질했다. 1830년 출판되었을 때의 형태가 오늘날 친숙해진 곡의 형태를 이루었다고 할 것이다.

역시 대곡인 이 작품은 1부와 2부 각 1시간씩 약 2시간의 러닝타임으로 연주된다. 연주자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독창 네 명과 4부 합창을 필요로 한다. 독창자 중 복음사가는 테너, 예수와 베드로와 빌라도는 베이스가 맡는다. 관현악 편성은 플루트 2, 오보에 2(오보에 다 모레, 오보에 다 카치아를 겸함), 바이올린 2, 비올라 다 모레 2, 비올라 다 감바, 류트(또는, 오르간 아니면 쳄발로), 바소 콘티누오로 이루어져 있다.

가사는 복음서 말씀과 코랄 가사, 자유 가사로 구성됐다. <요한 수난곡>의 복음서 말씀은 요한복음 18장 1절부터 19장 42절까지를 사용했고, 마태복음의 일부도 들어가 있다. 12c곡에 마태복음 26장 75절이, 33곡에는 마태복음 27장 51~52절이 사용됐다. 자유 가사 중에서 7, 19, 20, 24, 32, 34곡은 브로케스의 가사에, 22, 30곡은 하인리히 포스텔의 가사, 그리고 13곡은 바이제의 작사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글 서두에도 언급했다시피 곡 전체는 크게 1부와 2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바흐 시대에는 두 부분 중간에 설교가 행해졌다 한다. 바흐 자신은 그 이상의 구분은 하지 않았고, 곡에 번호를 붙이지도 않았다. 바흐 구 전집의 통상적인 번호와 바흐 신전집의 번호는 서로 달라 혼동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신 번호(구 번호)의 형식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감상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유명한 부분

제1곡 합창 (4부 합창. 플루트 1, 오보에 2, 현, 바소 콘티누오)

‘주여, 이 땅의 영예로운 통치자여! 당신의 수난에 의해 참된 하느님의 아들이신 당신이 어느 때에도 최적의 시기에도 찬미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시옵소서.’

<마태 수난곡>의 첫 번째 합창과는 달리 비탄의 음조나 절박한 비극적 한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거의 중단되지 않는 오르겔풍크트(지속음) 위에서 바이올린은 머리 위에서 빛나는 하늘 군주의 후광으로서 조용하지만 단호한 주제를 제시한다. 그 위에 플루트와 오보에가 비통한 주제로 통곡한다.

도입부에서 ‘통치자’와 ‘수난’이라는 2개의 단어가 제시되며 합창이 바이올린 주제를 받아 전능의 신을 환호하여 맞이한다. 수난은 배후로 물러난다. 플루트와 오보에는 여전히 비가를 계속 노래하는데, 목소리 쪽은 아직도 ‘주여, 우리들의 통치자’라는 가사를 계속하며 불길한 분위기의 푸가 주제를 도입한다. 이 부분에서 기초를 이루는 선율은 하느님의 주제를 표현하는 바이올린 주제이다. 곡이 진행됨에 따라 플루트와 오보에의 비통한 주제는 여전히 계속되지만 점차 희미해진다. 반면 현의 주제는 더욱 격렬해져 고조되고, 합창은 승리를 자랑하듯 ‘찬미 받았노라’를 바흐가 확실히 포르테로 지시한 악구로 힘차게 노래한다.

제7(11)곡 아리아 (알토, 오보에 2, 바소 콘티누오)

‘나의 구주는 나를 죄라는 밧줄에서 풀어주기 위해 묶이고 악덕이라는 종양을 치유하기 위해 당신 자신께서 상처를 입으셨도다.’

이 알토 아리아에는 도입부 합창의 많은 인물들을 떠올리게 하는 오보에 선율이 얽혀 있다.

제9(13)곡 아리아 (소프라노, 플루트 2, 바소 콘티누오)

‘나도 기꺼이 당신의 뒤를 이어 당신 곁에서 떠나지 않으렵니다. … 부디 이 걸음을 도와주시고, 당신 자신도 내게로 다가와 격려하는 것을 그치지 말아 주십시오.’

제13(19)곡 아리아 (테너, 현, 통주저음)

‘아아, 나의 마음이여, 너는 결국 어디로 가고 싶은가, 나는 어디서 상쾌해질 것인가. 여기에 머물거나, 이 등에 산과 언덕을 짊어지거나 선택해야 한다.’

현과 통주저음이 반주하는 열정적인 테너 솔로가 인상적이다.

제30(58)곡 아리아 (알토, 비올라 다 감바, 바소 콘티누오)

‘모든 것은 끝났다. 병든 영혼을 위로하라. 슬픔의 밤은 마지막 시간을 세게 한다. 유다 출신의 영웅이 힘으로 승리를 거두고, 그리고 싸움은 끝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끝났다.’

이 곡은 ‘예수의 죽음’, ‘임종’ 부분을 이루는 곡이다. 중간 부분에 비올라 다 감바 솔로와 알토 아리아가 나온다. 비올라 다 감바 독주가 주제를 제시하고 바소 콘티누오를 부드럽게 동반한다.

제40(68)곡 종결부 코랄

‘아아 주여, 당신의 사랑스러운 심부름꾼에게 명하여 마지막 시간에 나의 영혼을 아브라함의 품에 데리고 가서, 몸은 아무 고통도 없이 조용히 그 침소에, 최후의 날까지 쉬게 해 주십시오.’

그리스도의 매장 장면. 이 곡 하나만 독립적으로 봤을 때 끝을 맺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실상의 끝 곡은 매장의 장면을 마무리하는 제39곡 ‘쉬십시오, 거룩한 시신이여…’라고 볼 수 있다.

Masaaki Suzuki/Bach Collegium Japan - Bach, Johannes Passion, BWV 245

Evangelist: Gerd Türk, tenor

Jesu: Stephan MacLeod, bass

Midori Suzuki, soprano

Robin Blaze,countertenor

Chiyuki Urano, bass baritone

Bach Collegium Japan

Masaaki Suzuki, conductor

Suntory Hall, Tokyo

2000.07.28

추천음반

<요한 수난곡>은 바흐 음악 특유의 엄격한 종교성과 논리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을 결합시켜서 감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격한 드라마와 현대적인 감수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곡이라 하겠다.

1. 존 엘리어트 가디너(지휘), 몬테베르디 합창단,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SDG(2003)는 가디너의 두 번째 <요한 수난곡>으로 최근 발매되어 이 곡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역작이다. 엄격한 긴박감과 극적인 그리스도 이야기가 최상의 상태로 울려 퍼진다. 복음사가 역의 테너 마크 패드모어와 몬테베르디 합창단의 가창이 뛰어나며 아리아 부분에서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의 독주악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가디너는 이 곡의 챔피언이다.

2. 존 엘리어트 가디너(지휘), 몬테베르디 합창단,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Archiv(1986)은 거의 20년 전 첫 녹음으로 테너 앤소니 롤프 존슨은 까다로운 패시지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 컬렉터스 에디션 시리즈로 다른 종교곡과 함께 발매돼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

3. 마사아키 스즈키(지휘), 바흐 콜레기움 저팬, BIS(1998)는 이 수난곡의 아름다운 해석의 전형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스즈키가 가하는 섬세하고 미묘한 터치는, 이 작품의 속살을 보여주는 듯하다. 역시 바흐 종교곡 6편을 모은 박스에 수록돼 부담이 적어졌다.

4, 모던 악기 연주지만 카를 리히터,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Archiv(1964)는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연주다. 리히터의 강인한 극적 구축력과 추진력이 돋보이며, 회플리거의 복음사가, 헤르만 프라이의 예수 등 솔리스트들도 만족스럽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현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전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전 <객석> 편집장 역임.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누비길 즐겨 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성악>합창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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