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교향곡 1번 ‘봄’(Schumann, Symphony No.1 in B flat major, Op.38 'Spring')|
라라와복래2016. 3. 26. 15:12
Schumann, Symphony No.1 in B flat major 'Spring'
슈만 교향곡 1번 ‘봄’
Robert Schumann
1810-1856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esus-Christus-Kirche, Berlin
1971.01
Herbert von Karajan/Wiener Philharmoniker - Schumann, Symphony No.1, Op.38 'Spring'
오! 봄은 한 해의 청춘이요 O! Primavera, gioventu dell'anno!
청춘은 인생의 봄이어라! O! Gioventu, primavera della vita!
이 이탈리아어 시구는 슈만의 교향곡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만약 슈만 교향곡 1번에 제사(題詞)를 붙인다고 하면 일부러 지어낸다고 해도 이보다 잘 어울리는 글귀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봄’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기도 하지만, 이 제목을 붙였을 때 슈만이 암시하고자 한 바는 그저 한 해의 첫 계절이었을까, 아니면 한창 나이를 맞아 만개하려 하던 자신의 삶이었을까? 아마도 둘 다가 아니었을까 싶다.
청년 슈만, 인생의 봄을 맞이하다
음악가로서 슈만이 처음 시작한 경력은 피아니스트로서였다. 작곡도 시도하기는 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작곡에 전념하게 된 것은 과도한 피아노 연습으로 손가락을 다친 뒤부터였다. 아무래도 익숙한 영역에서 시작하는 게 편했던지 그의 초기작은 대부분 피아노곡이었다. 그러다 1840년에 이르러 다른 영역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해, 1840년에는 가곡을 백 수십 곡 작곡했고(그래서 이 해를 슈만의 ‘가곡의 해’라 부른다) ‘교향곡의 해’라고 일컬어지는 이듬해 1841년에는 교향곡 1번과 처음에는 교향곡으로 구상되었던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와 교향곡 D단조(훗날 수정을 거쳐 교향곡 4번이 된다) 등을 작곡했다. 이와 같은 창작력의 격렬한 분출을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 자신의 삶을 가로막고 있던 큰 장애물이 제거되어 드디어 결혼에 성공했다는 안도감과 행복이 그 원천이었을 것이다.
스무 살 때부터 엄격한 교사인 프리드리히 비크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게 된 슈만은 그의 딸 클라라를 연모하게 된다. 그러나 비크의 반대로 이들의 열정적인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으며, 슈만이 소송을 걸어 법원에서 결혼 허가를 받아낸 것은 1840년에 이르러서였다. 이 해가 슈만에게 ‘가곡의 해’였다는 것은 이미 말했거니와, 이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뤼케르트(독일 시인으로, 훗날 구스타프 말러가 그의 시에 곡을 붙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뤼케르트 가곡집>을 작곡하기도 했다)의 시집 <사랑의 봄>(Op.37)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 아내 클라라와 함께 작업한 이 공동 가곡집은 이듬해 1월에 완성되었다. 이어 슈만이 곧바로 착수한 작품이 바로 ‘봄’이라는 제목이 붙은 교향곡 1번임을 감안하면, 이 가곡집의 제목은 한층 의미심장해 보인다.▶클라라 비크
슈만의 일기에 적힌 바에 의하면, 이 교향곡은 1841년 1월 23~26일 사이에 스케치가 작성되었다. 불과 나흘 만에 한 교향곡의 전체 스케치가 완료된 것이다. 정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속도이다. 2월 말에 시작된 오케스트레이션 역시 단기간에 끝났으며, 초연은 같은 해 3월 31일에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클라라의 연주회에서 슈만의 절친한 친구였던 멘델스존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1악장: 안단테 운 코포 마에스토소 -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
‘안단테 운 포코 마에스토소’(안단테로 조금 장엄하게)로 지정된 B플랫장조 4/4박자 도입부는 두 대의 호른과 트럼펫이 나란히 연주하는 팡파르로 시작한다. 주부의 1주제와도 연관이 있는 이 악상은 총주로 다시 한 번 반복되며, 이후 점차 템포가 빨라져 주부로 들어간다.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비바체’는 템포 지정이라기보다는 그냥 ‘활기차게’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알레그로로 매우 활기차게’가 된다.
제시부는 현악기 중심으로 연주되며 기교면에서 다소 까다로우면서 상쾌한 느낌을 주는 1주제와 함께 시작한다. 곧이어 등장하는 2주제는 목관 위주이며 서정적이고 느긋한 표정을 띠고 있어 좋은 대비를 이룬다. 발전부는 1주제를 구성하는 각 동기가 각자 다채롭게 발전하면서 진행된다. 주의할 점은 서주 팡파르의 재현은 엄밀히 말해 재현부의 첫머리가 아니라 발전부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이어 재현부를 거친 다음 코다로 이어져 도입부 음형을 약간 변형한 악구와 더불어 마무리된다.
2악장: 라르게토
E플랫 장조 3/8박자. 3부 형식인데 실질적으로는 단일 주제가 지배하고 있다. 독특한 당김음을 지닌 이 주제는 매우 온화한 느낌을 주며, 1악장 1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1바이올린이 옥타브로 주요 주제를 연주한 다음 경과구(중간에 B플랫장조로 조바꿈한다)를 거쳐 다시 원조로 복귀한다. 코다에서는 트롬본이 3악장을 암시하는 악구를 연주하면서 G단조로 바뀌고 쉼 없이 3악장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3악장: 몰토 비바체
D단조 3/4박자. 두 개의 트리오를 지닌 스케르초이다. 현이 주요 주제를 거칠게 연주하는 스케르초 섹션에 이어 등장하는 1트리오는 D장조 2/4박자이며, 다시 스케르초 섹션을 거쳐 2트리오(B플랫장조 3/4박자)로 접어든다. 세 번째 스케르초 섹션은 단순히 원래 스케르초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 작곡된 것으로, 주요 주제가 한 번 나타난 뒤 코다로 이어진다. 코다는 D장조로 1트리오를 회상한 뒤 끝난다.
4악장: 알레그로 아니마토 에 그라치오소
B플랫 장조 2/2박자. 짧은 서주 후 소타나 형식으로 되어 있는 주부로 들어간다. ‘알레그로 아니마토 에 그라치오소’는 ‘알레그로로 생기 있고 우아하게’라는 뜻이다. 서주의 상승하는 음형은 2주제부와 발전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주부는 1바이올린이 연주하는 나긋나긋하고도 낙천적인 1주제로 시작된다. 2주제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슈만의 피아노곡 <크라이슬레리아나>의 마지막 곡 주제와 동일하며, 후반부는 서주부 음형을 차용하고 있다. 2주제가 D단조로 되풀이된 후 1주제가 재등장하고, 2주제 후반부 음형이 전개되면서 제시부가 끝난다. 이것이 한 번 되풀이된 다음 발전부로 넘어간다. 비교적 짧은 발전부에 이은 재현부는 제시부와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2주제는 C단조와 G단조로 두 번 연주된다. 힘찬 코다와 함께 전곡이 마무리된다.
‘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교향곡 1번은 생동하는 자연의 모습과 만개하는 예술가의 창작력 모두를 뜻하고 있다.
‘봄’과 관련된 음악은 슈만의 교향곡뿐만 아니라 비발디의 <사계>서부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들으면서 받게 되는 느낌도 곡마다 각각 다르다. 이 가운데 어떤 작품이 봄을 제대로 묘사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듣는 이의 태도와 기분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봄이라는 계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마음이 얼어붙어 있다면 ‘봄이되 봄이 아닌’(春來不似春) 것밖에 더 되겠는가? 바쁘더라도 때로는 우리 주변에 어느새 찾아와 있는 봄날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싶다.
David Zinman/Tonhalle Orchester Zürich - Schumann, Symphony No.1, Op.38 'Spring'
David Zinman, conductor
Tonhalle Orchester Zürich
Tonhalle, Zürich
2003.10
추천음반
1. 볼프강 자발리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1972년 녹음(EMI)은 발매 이래 이 곡에 관한 한 언제나 한 손에 꼽히는 명연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큰 스케일과 중후한 음색, 호쾌한 박력이 실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상쾌한 연주이다.
2. 한층 밝고 화려하며 색채감이 뚜렷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의 1971년 녹음(DG)은 자발리슈의 녹음과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3. 시대악기 연주 가운데서는 존 엘리엇 가디너/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의 1997년 녹음(Archiv)이 단연 뛰어나다. 어떤 애매함도 없이 기능미의 극한을 보여주는 이 연주는 아지랑이나 식곤증 따위와는 무관하게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오월의 하늘을 보는 듯하다.
4. 만약 말러가 전곡에 걸쳐 재 오케스트레이션한 버전(관현악 편성을 확대하고 일부 대목을 대위법적으로 보강했다)에 관심이 있다면, 유려함과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리카르도 샤이/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2007년 녹음(Decca)이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글 황진규(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피아노>, <콰이어 앤 오르간>, <코다>, <라 무지카> 등 여러 잡지에 리뷰와 평론, 번역을 기고해 온 음악 칼럼니스트이다. 말러,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 닐센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며, 지휘자 가운데서는 귄터 반트를 특히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