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이드
Danaid
Auguste Rodin
1840-1917
지난 4월 30일부터 시작한 ‘신의 손_로댕’전(서울시립미술관)이 8월 22일 끝났습니다. ‘생각하는 사람’ ‘입맞춤’ ‘신의 손’ ‘영원한 우상’ ‘연인의 손’ ‘칼레의 시민’ 등 로댕의 대표작을 보게 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아니, 완전 감동 먹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 나온 ‘생각하는 사람’은 로댕이 직접 만든 채색석고 작품으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더군요.
조각은 회화와 달리 여러 점의 에디션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조각가가 점토로 형태를 빚은 뒤 석고로 뜬 것을 기본틀로 삼아 주조공들이 만든 조각 작품을 에디션이라 하는데, 로댕의 작품은 이렇게 만들어진 12번째 에디션까지 진품으로 인정한다네요. 서울 태평로 삼성플라자 1층 로댕갤러리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는 로댕의 대표작 ‘칼레의 시민’은 7번째 에디션입니다.
‘신의 손_로댕’전 관람기를 써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이미지를 마련하는 등 이리저리 자료를 준비하던 중에 아주 훌륭한 관람기를 올려놓은 블로그가 있어서 문외한 라라와복래의 허접한 관람기보다 훨~ 낫겠다 싶어 대신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라 스크랩이 안 되어 블로그 주소를 올립니다~~ 블로그의 쥔장은 미술교사인 듯하며 프랑스 파리의 로댕미술관에도 가보셨더군요.
네이버 블로그 Fly High http://blog.naver.com/limeyim/80114128999
위 블로그에 올려진 이미지는 이번 로댕전 공식 홈페이지인 http://rodinseoul.com/ 에서 빌려온 것인데요, 위 블로그의 글이 보다 생생한 현장감과 감상을 전해주는 반면에 공식 홈페이지는 보다 많은 자료를 제공해 줍니다. 두 곳 다 꼭 들러보세요^^
라라와복래는 관람기 대신 이번 전시회에 브론즈 소품을 전시했을 뿐 아쉽게도 진품이 못 온 ‘다나이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로댕 하면 ‘생각하는 사람’이 당근 떠오르지만, 라라와복래는 ‘다나이드’를 참 좋아하는데요, 그리스 신화 배경이 떠오르면서 살아 숨쉬고 체온이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모델은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며 예술적 동반자였다가 끝내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 죽고 마는 비극의 여인 카미유 클로델입니다(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상영되었었죠. 로댕과의 이야기를 알고 싶으신 분은 이 영화를 보시는 것이 훨씬 좋을 듯^^). 이번 전시회에서는 카미유 클로델 섹션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그녀 또한 뛰어난 조각가입니다. 남동생이 외교관 시인으로 유명한 폴 클로델이죠.
다나이드 1885. 35×72.4×22.5cm, 로댕 미술관, 파리
다나이드는 그리스어로 다나이스(복수형 다나이데스)이며 다나오스의 딸이란 뜻입니다. 그럼 어떤 신화인지 알아볼까요.
아이깁토스(이 이름에서 이집트가 유래)와 다나오스는 쌍둥이 형제이다. 아이깁토스에게는 아들이 50명 있었고 다나오스에게는 딸이 50명 있었다. 아버지 벨로스가 죽자 두 형제는 왕위 다툼을 벌이는데, 아이깁토스는 자신의 아들 50명과 다나오스의 딸 50명을 결혼시켜 왕위를 차지하려는 계략을 꾸민다. 음모를 눈치 챈 다나오스는 딸들을 데리고 리비아를 떠나 그리스의 아르고스로 도망가 그곳 왕이 된다.
그러나 아이깁토스의 아들들은 그곳까지 쫓아와 끈질기게 결혼을 요구한다. 자신의 사위들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신탁을 들은 다나오스는 시달림 끝에 마지못해 결혼을 허락하지만, 은밀히 딸들에게 결혼 첫날밤에 남편들을 죽이라고 한다. 딸들은 날카로운 핀을 머리카락에 숨겨 두었다가 남편들이 잠이 들자 심장을 찔러 죽이고 만다. 단 한 명 맏딸 히페름네스트라만이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고 자신의 처녀성을 존중해준 남편 린케우스를 살려준다. 구사일생 살아난 린케우스는 다나오스와 자신의 아내를 제외한 49명의 다나이스를 모두 죽이고 아르고스의 왕이 된다. 남편을 죽인 죄로 타르타로스(지옥)로 간 49명의 다나이스는 밑바닥이 빠진 항아리에 끊임없이 물을 채워야 하는 영겁의 형벌을 받는다.
조각 작품이라 3D로 보여 드려야 하는데...^^
로댕의 ‘다나이드’는 바로 영겁의 형벌을 받고 밑바닥이 빠진 항아리에 끊임없이 물을 채워야 하는 다나이스의 운명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밑바닥이 빠진 항아리로부터 새어 나오는 물을 형상화한 것일까요.
한때 로댕의 비서로 일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다나이드’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하는군요.
"대리석 주위를 돌아가는 완전하고도 긴 여정에로의 유혹... 돌 속으로 사라지지 않으려고 하는 얼굴... 영겁의 얼음과 같은 돌에 깃든 영혼 깊은 곳에서, 흩어져 사라져가는 마지막 꽃처럼 지금 단 한번의 생을 산다는 것을 말해주는 팔... "
검색해서 퍼온 글이라 제대로 된 번역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돌 속으로 사라지지 않으려고 하는 얼굴'이라는 표현이 절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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