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이종민의 MUSIC LETTER - 반젤리스의 ‘낙원의 정복’

라라와복래 2011. 3. 29. 07:24

 

 

 

MUSIC LETTER

반젤리스의 ‘낙원의 정복’

낙원은 없다!

글 / 이종민 전북대 교수(영문학)

http://leecm.chonbuk.ac.kr/~leecm/index.php  

 

봄소식이 참담합니다. 재난영화에서보다 더 참혹한 지진·해일이, 좋아하는 영화나 연주실황 보겠다고 큰 마음먹고 장만한 대형 텔레비전 화면을 설치한 첫날부터 도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멀스멀 퍼지는 방사능 공포에 북아프리카에서 들려오는 밤낮없는 포성까지. 짜증스러운 꽃샘추위나 황사는 차라리 귀여운 응석입니다!


그 때문일까? 어느 해보다 혹독한 봄맞이 몸살을 앓았습니다. 내우외환? 때늦은 눈발, 굳은 어깨로 바라보려는데 겨우 돌아가기 시작한 목에 가시처럼 걸린 말입니다. 그런데 쓰나미나 방사능보다 목이 더 아프고 부르튼 입술이 더 보기 흉합니다. 리비아 민중의 아우성보다 아픈 침 삼키며 겨우 토하는 신음이 더 크게 울립니다.


수만 명이 죽거나 다치고 집과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마당에 “바람이 어디로 불 것인가?” 먼저 따지는 호들갑을 가볍다! 탓하고 있었는데 몸이 좀 불편하니 그것이 곧 천년환란입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통은 위대한” 것! 그렇게 읊은 천양희 시인 흉내로 “나에게 몸이 없으면 어찌/ 나에게 어려움이 있겠느냐” “타인의 고통을 바라볼 때는/ 우리라는 말은 사용해선 안 된다” “밑줄 치는 대신 무릎을” 쳐보는 것입니다.


원전 재앙이 흉흉해지기 전만 해도 한국ㆍ중국 등의 재빠른 상조 움직임을 보며 새로운 동아시아공동체 문화가 이 참담한 시련을 통해 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순진한 꿈을 꾸어보기도 했습니다.


재난에 대처하는 일본 사람들의 질서의식과 차분함, 빨리 빨리!만 외쳐대는 우리네 우격다짐과는 격이 다르구나, 새삼 부러워도 했고요.


끝없이 확산되는 원전재앙 공포로 이 모두가 한가로운 객담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아프리카도 아수라장으로 치닫기는 마찬가지. 시비는 철지난 바닷가로 떠나고 갈피는 안개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독재자야 옹호할 수 없겠지만 그를 내치겠다는 공습에도 마냥 박수를 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21세기 문화의 시대에도 혼돈의 기운은 역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짱짱하기만 합니다.


그러니 낙원이 없다는 것이지요. 다 좋은 곳(것)은 없습니다. 있다 해도 잠깐이지요. 자연낙원은 지진ㆍ해일 같은 재해에 약하고 인공낙원은 방사능 같은 뒤탈에 속수무책입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 없는 곳’이라는 뜻이고 새뮤얼 버틀러의 역유토피아 ‘에레훤(Erehwon)’ 또한 ‘없는 곳(no where)’을 뒤집은 말입니다. 그것은 ‘숨은 신’처럼 부재(不在)로만 존재합니다. ‘하면 된다!’ 무릅쓰면 쓸수록 그 대가만 심각해질 뿐입니다. ‘원전신화’가 그랬고 4대강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중동에 뒤늦게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과 피의 수난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 독재가 내세웠던 낙원프로젝트 또한 신기루의 환상! 그것에서 깨어난 민중의 환멸감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항거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을 낙원이라 했던가? 언제나 낙원은 공격과 정복에 취약합니다. 그와 그 동료, 그 후예들에 의해 이 낙원은 무참히 유린당했습니다. 불행은 원주민만의 것이 아닙니다. 정복자들은 계몽의 이름으로 원주민과 그들의 문화는 물론 그 터전인 대지까지 망가뜨리면서 오만과 아집의 화신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광기 어린 낙원 정복 과정을 그린 영화가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1492>. 음악은 그리스의 유명한 반젤리스가 맡았는데, 그가 음악을 맡은 영화가 흔히 그러하듯 이 영화도 음악이 더 유명합니다. <불의 전차>나 <빗속의 눈물>처럼.


   Conquest of Paradise

 

오늘 반젤리스의 생일에 보내드리는 <낙원의 정복>, 매우 장중하며 주술적입니다. 엄청난 파도와 폭풍우 등 긴 고행의 항해 끝에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 벅찬 환희의 두근거림이 이러할까? 환영의 북소리 같기도 하고 무서운 미래에 대한 경고의 울림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지금도 쓰나미 후유증, 방사능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동일본 주민들이나, 민주화의 쓰라린 시련을 겪고 있는 북아프리카 민중에게 이 음악이 작은 격려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더딘 봄 기다리는 우리 모두에게도 큰 힘 될 수 있었으면 참 좋겠고요.

 

   Danna Winner - Conquest of Paradise

 

Conquest of Paradise

There shines a light in the heart of man

That defies the dead of the night

A beam that glows within every soul

Like wings of hope taking flight


A sunny day, when a baby's born

The little things that we say

A special sparkle in someone's eye

Simple gifts, every day


Somewhere there's a paradise

Where everyone finds release

It's here on earth and between your eyes

A place we all find our peace


Come - open your heart

Reach for the stars

Believe your own power

Now, here in this place here on this earth

This is the hour


It's just a place we call paradise

Each of us has his own

It has no name, no, it has no prise

It's just a place we call home


A dream that reaches beyond the stars

The endless blue of the skies

Forever wondering who we are?

Forever questioning why?


Come - open your heart

Reach for the stars

Believe your own power

Now, here in this place Here on this earth

This is the hour


There shines a light in the heart of man

That defies the dead of the night

A beam that glows within every soul

Like wings of hope taking flight

사나이 가슴에서 빛이 발하고 있구나

그것은 어둠을 없애려는 도전이다

모든 이들의 내면에서부터 발하는 빛이다

그것은 비상하려는 날개와 같다

 

찬란한 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때

우리는 하찮은 것들이라 말한다

어느 누군가의 눈가에서 이글거리는 번쩍임

매일 얻어지는 간단한 선물들


어딘가엔 낙원이 있고

그곳에 모든 이에게 해방이 있노라

이 지구상에 그리고 그대들의 눈 속에 있지

우리 모두가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이로다


어서, 그대들의 가슴을 열어봐요

별들에게 손을 뻗어봐요

그대들의 힘을 믿어요

저, 바로 여기에 우리가 서있는 바로 여기

지금이 바로 그 시간입니다.


우리가 낙원이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우리들 각자는 자기만의 낙원을 갖고 있다

이름도 없고, 돈이 들지도 않는다

바로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별 저 너머에 있는 꿈

하늘은 끝없이 파랗구나.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영원한 질문

영원한 의문


어서,그대들의 가슴을 열어봐요

별들에게 손을 뻗어봐요

그대들의 힘을 믿어요

자,바로 여기에 우리가 서있는 바로 여기

지금이 바로 그 시간입니다


사나이 가슴에서 빛이 발하고 있구나

그것은 어둠을 없애려는 도전이다

모든 이들의 내면에서 부터 발하는 빛이다

그것은 비상하려는 희망의 날개와 같다


Who Is Vangelis?

그리스에서 태어난 반젤리스(Vangelis)는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6살 때에는 본인이 작곡한 곡으로 연주회를 가질 정도로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본명은 에반젤로스 오디세이 파파타나시우 (Evangelos Odyssey Papathanassiou)로 1943년생이다. 


60년대 후반 그리스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을 피해 프랑스의 파리로 이주하여 전자악기를 통한 음악과 사운드의 극대화에 관심을 가졌다. 이때 그는 이집트 태생인 보컬리스트 데미스 루소스(Demis Roussos)와 드러머 루카스 시데라스(Lucas Sideras)와 함께 유명한 그룹 - 특히 우리나라에선 더욱 유명한 -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를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대중활동을 시작한다. 이 그룹은 아직도 우리에게 사랑받고 있는 파헬벨의 캐논을 변주한 ‘'Rain and Tears’를 녹음했고 이 싱글은 이들에게 큰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다 준다.


이들은 ‘Rain and Tears’가 들어 있는 데뷔 앨범 <End of the World>를 68년에 발표하고 69년, 72년에 각각 <It''s five o''clock>과 <666> 등 총 3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이들 3장의 앨범은 모두 유럽 차트에서 큰 성공을 거뒀으나 반젤리스의 너무나 강한 성격이 팀의 분열을 가져왔고 데미스 루소스와 반젤리스 각각의 솔로 활동으로 팀은 73년 공식적으로 해산하게 된다.


해체 후 여러 장의 솔로 앨범과 영화 음악을 발표한 그는 81년 영국 육상인들의 우정과 스포츠맨십을 다룬 영화 <불의 전차>(Chariot of Fire)의 사운드트랙 작업을 주도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예스(Yes)의 보컬리스트인 존 앤더슨과는 Jon & Vangelis라는 이름의 듀오로 활동하며 공동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음악가로서뿐 아니라 뛰어난 신서사이저 연주가로 프랑스의 장 미셀 자르(Jaen Michel Jarre)와 함께 가장 성공한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Heaven and Hell>이나 <China>, <Chariot of Fire> 등이 있고  90년대 초 영화 <1492>의 주제곡 ‘Conquest of Paradise’로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하는 라라와복래 글임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1937~ )은 영화 <글래디에이터> 감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블레이드 러너>와 <1492: 낙원의 정복>의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라라와복래는 <블레이드 러너>를 이제껏 나온 SF계열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데요, 1982년 개봉 당시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흥행에서 참패를 했지만 이후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으며 고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금 보아도 획기적인 화면 구성과 색조, 반젤리스의 암울한 음악, ‘휴머니즘’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스토리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며,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대한 물음과 함께 그 미래를 그려낸 서사시입니다. 제가 본 지가 10년이 훌쩍 넘는데 아직도 영상과 음악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라라와복래가 강강추하는 영화입니다~~(요새 비디오 가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여해서 꼭 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