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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무심코 콩나물 한 봉지를 사들고 슈퍼를 나오는 순간 (시적 영감이) ‘착상’이 됐지요. 콩나물과 관련해 제 몸에 붙어서 살던 기억들이 함께 총화돼 시가 됐습니다.”
강원 강릉에서 살던 김 시인의 어릴 적. 거실 한쪽에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짙은 빨간색 고무 양동이 위에 덮은 까만 천을 젖히면 마치 아기 새들이 먹이를 달라고 고개를 쳐들 듯, 노란 콩나물 머리들은 물 달라고 까치발을 섰다. 그 신선한 역동성. 아무렇게나 쑤셔 담은 까만 비닐봉지 속의 콩나물들은 실은 깨알 같은 성장의 역사다. 폭풍 한 봉지다.
시인은 “우리가 덤덤하게 넘기는 일상 속에는 굉장히 빛나는 혁명적인 순간이 들어 있다. 그 숨겨진 찬란함을 발견하고 삶을 새롭게 보게 하는 것이 바로 시”라고 말했다.
*김선우 시인의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는 최근 창비시선으로 나온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이 달에 만나는 詩’는 동아일보에서 매달 초 시인ㆍ평론가들의 추천으로 뽑는 작품입니다. 원 기사 http://news.donga.com/3/all/20120405/4530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