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달아나다: 문명을 향한 두 개의 왈츠 - 작은 빈 왈츠 _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빈에는 열 명의 소녀와 하나의 어깨가 있다. 그 어깨 위에서 박제된 비둘기 숲과 죽음이 흐느끼지. 성에 낀 박물관에는 아침 잔영이 남아 있지. 천 개의 창이 있는 살롱이 있지.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쉬잇, 이 왈츠를 받아 줘. 이 왈츠, 이 왈츠, 이 왈츠, 바다에 꼬리를 적시는 코냑과 죽음과 “좋아요!”의 왈츠.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우중충한 복도 언저리, 안락의자와 죽은 책까지; 여기는 백합의 어두운 다락방, 달이 있는 우리의 침대에서 거북이가 꿈꾸는 춤 속에서, 사랑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부서진 허리의 이 왈츠를 받아 줘. 빈에는 너의 입과 메아리들이 노는 네 개의 거울이 있지. 소년들을 푸른색으로 그리는 피아노를 위한 하나의 죽음이 있지. 지붕 위로는 거지들이 있지. 통곡의 신선한 화관들이 있지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내 품 속에서 죽어가는 이 왈츠를 받아 줘. 왜냐하면 널 사랑하니까, 널 사랑하니까, 내 사랑아, 아이들이 노는 다락방에서. 아이들은 따스한 오후의 소란한 소리들을 듣고 헝가리의 오래된 빛들을 꿈꾸고, 네 이마의 어두운 고요를 느끼고 눈빛 백합들과 양떼들을 본단다.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영원히 널 사랑해”하는 이 왈츠를 받아 줘. 빈에서 나는 너와 춤을 추리라, 강의 머리를 그린 가면을 쓰고. 히아신스 꽃이 가득한 나의 강변들 좀 봐! 내 입을 너의 두 다리 사이에 두고, 내 영혼을 사진들과 수선화들 사이에 두리라. 그리고 네 발등의 어두운 물결에는 내 사랑아, 나의 사랑아, 바이올린과 무덤, 왈츠의 테이프를 선사하리라 출전: <로르카 시 선집>(번역 민용태_을유문화사) 로르카 시를 제대로 만난 건 민용태 선생님이 번역해서 <현대시학>에 게재한 ‘로르카 특집’(아마도)에서였다. “파랗게 사랑해 파랗게./ 파란 바람, 파란 잎가지./ 바다에는 배/ 산에는 말./ 허리에 어둠을 두르고/ 베란다에서 꿈꾸는 여인,”(‘악몽의 로맨스’ 부분) 시들을 홀린 듯 읽으며 비수로 가슴께를 슥 베이는 듯했는데 그 시린 통증의 절반 남짓은 질투심이 유발한 것이었다. 내가 지적 근기 없는 인간이 아니었더라면 스토커처럼 그의 시들을 캐고 다녔으련만. 더 이상 알지도 못하면서 “로르카 최고!” “내 로르카!”만 남발하고 다녔나보다. 그로부터 일 년쯤 뒤, 지금으로부터 이십 년쯤 전, 그라나다에 들른 친구로부터 달랑 한 문장 적힌 엽서를 받았다. “로르카가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곳, 나는 전율한다!” 그즈음 한 술집에서 레너드 코헨 노래를 들었다. 그 애절한 노래에 달콤하게 휘감겨 발끝을 까딱거릴 때 소설가 이인성 선배가 “저 가사 로르카 시야.”라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일러줬다. 아!? 앨범을 구해 몇 날 며칠 그 노래만 듣다가 열 개의 카세트테이프를 그 노래로 채우고 열 장의 종이에 가사를 옮겨 적었다. 열 명의 친구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서. 어휘 하나하나가 어둡고 향기롭다. 로르카 시가 대개 그렇듯 죽음이 있고, 숨 막힐 듯한 꽃향기가 있고, 아이, 아이, 아이, 아이!” 통곡소리가 있고. _문학집배원 시인 황인숙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898년 스페인 그라나다 근처 마을 푸엔테 바케로스에서 출생. 시집 <시 모음><노래집><집시 이야기 민요집><이그나시오 산체스 메히아스의 죽음> 등. 희곡 <피의 결혼>「예르마><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등. 1936년 8월 19일 생을 마감함(스페인 내전 초기, 공화주의자였던 로르카는 파시스트 반란군에 체포돼 사흘 뒤 총살당함). 낭송_ 한동규 배우. 연극 <예술하는 습관> <정약용 프로젝트> 등에 출연. 음악_ 권재욱 / 캐리커처_ 박종신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