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Greig, Violin Sonata No.3 in C minor, Op.45)
라라와복래2014. 9. 28. 10:55
Greig, Violin Sonata No.3 in C minor, Op.45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
Edvard Grieg
1843-1907
Kyung-Wha Chung, violin
Robert McDonald, piano
The 10th Great Mountains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Alpensia Concert Hall, Pyeongchang
2013.07.26
Kyung-Wha Chung/Robert McDonald - Greig, Violin Sonata No.3 in C minor, Op.45
노르웨이의 국민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는 실내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쓴 실내악은 완성된 것이 3편의 바이올린 소나타, 1편의 첼로 소나타, 1편의 현악 4중주가 전부이며 미완성 악장이 몇 있을 뿐이다.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2번은 20대 초였던 1865년과 1867년에 작곡했다. 마지막 3번 소나타는 1887년 그리그가 작곡가로서 대성한 후 완성한 작품으로, 1, 2번 소나타와는 20년 넘는 시간적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1, 2번과 스타일에서 크게 다르다. 앞선 두 작품이 장조 조성으로 밝은 색깔을 띤 반면, 3번은 단조 조성으로 열정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실내악다운 면모와 협주곡의 특징이 교묘하게 짜인 작품
작곡가는 말년에 “1번은 천진난만하여 아름답고 순수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며, 2번은 내 나름대로의 민족주의 어법이 강하다. 반면 3번은 음악적 깊이가 더욱 확장된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데, 각곡은 저마다 나의 음악적 발전 단계를 대표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3편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리그는 장대함이나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자 할 때에 종종 단조를 선택해 왔는데, 이 소나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된다. 즉 젊은 날 작곡한 교향곡이 C단조, 피아노 작품 중에서 규모로나 내용으로나 한결 빛나는 ‘노르웨이 민요에 의한 변주곡 형식의 발라드’(1875)가 G단조, 전해지는 유일한 현악 4중주곡(1878)도 G단조로 이어져서 이 C단조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이르게 된 것이라 하겠다.
당시 그리그가 살던 베르겐 교외 트롤드하우겐의 집에는 그에게 면회를 청하는 외국 손님들과 그가 초청한 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중 이탈리아의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인 테레시나 투아가 1886년에 초청을 받고 연주여행을 왔는데 그녀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아 새롭게 바이올린 소나타 작곡에 착수한 게 아니가 짐작된다. 1886년 7월 25일에 친구이자 출판업자인 막스 아브라함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운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 중이며, 외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아 진전에 애로가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작품의 완성 시기가 1887년 1월 20일쯤이라는 것은 친구인 시인 파울센에게 보낸 1월 21일자 편지에서 ‘이제 방금 작곡을 마쳤다’라고 쓴 것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이 작곡된 베르겐 교외 트롤드하우겐에 있는 그리그의 오두막집 작곡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시범 연주하면서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느낀 그리그는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할보르센에게 바이올린 파트에 대한 조언을 구해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 할보르센은 이 새로운 소나타에 매료되어 스승이자 러시아의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인 브로드스키(Adolf Brodsky)에게 그리그의 새 작품이 명곡임을 알렸다. 1887년 12월 10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브로드스키의 바이올린 연주와 그리그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열린 초연은 악장마다 긴 박수를 받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곡은 친구인 독일 화가 렌바흐(Franz von Lenbach)에게 헌정되었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진솔하고 소박한 실내악의 효과와 함께 협주곡의 효과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가 교묘하게 교착되어 나온다. 또 이 소나타에는 그리그의 피아노 연탄곡 <노르웨이 춤곡>에서 힌트를 얻은 몇몇 주제가 등장하기 때문에 ‘춤곡 소나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두막집 작곡실 내부
1악장: 알레그로 몰토 에드 아파시오나토
활기 넘치는 춤곡조로 스케일이 거대하다. 주제를 3개 등장시켜 협주곡과 같이 정열적인 요소와 맑고 청아한 요소를 뚜렷이 대비시키는 악장이다. 먼저 제1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약동적이면서 정열적으로 연주된다. 여기에서 고조되었던 부분이 잠잠해지면 북유럽적 서정을 띤 맑고 청량한 제2주제가 차분히 노래된다. 그 부분이 약간 발전된 후 펼침화음을 타고 바이올린으로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제3주제가 고음역에서 연주된다. 본격적인 발전부는 두지 않고 제1주제와 제3주제의 변주에 의한 경과적인 악구로 교체된다. 그 후 세 주제가 차례로 재현되고 제1주제에 의한 프레스토로 종결된다.
2악장: 알레그레토 에스프레시보 알라 로만차
아름다운 가요풍의 가락이 흘러나오는 악장이다. ‘로망스 풍으로’라는 악상 기호에서 보듯 스벤센의 <로만체> Op.26(1881)의 영향을 받은 서정적인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E장조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E단조의 스케르초 악상으로 발전했다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3부 형식을 따르고 있다.
먼저 피아노에 의해 청징한 북유럽의 주제가 고음역으로 연주된 후 바이올린이 이어받는다. 이어 알레그로 몰토로 바뀌어 바이올린이 노르웨이 춤곡 풍의 중간 주제를 연주하는데, 이 부분은 다양하게 변주되어 정점을 이룬다. 그 후 바이올린이 고음역에서 처음의 주제를 연주하면서 조금 고조되었다가 마지막에는 최고 음역까지 올라가 승화되듯이 맑고 청량한 간주곡 풍으로 악장을 마무리한다.
3악장: 알레그로 아니마토
피날레 악장을 둘로 나누었으며 그 각각은 타악기 느낌을 주는 민속적 분위기로 시작한다. 마지막 3악장은 `아주 빠르게'로 두 모티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발전부가 생략된 소나타 형식으로 볼 수 있다. 피아노의 빠른 아르페지오에 맞춰 등장하는 제1주제는 영감이 가득한 멜로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템포를 늦춰 잡은 제2주제는 바이올린의 장중한 저음으로 제시된다. 후반부에서 두 주제는 다소 변형된 형태를 띠며 발전한 후 짧은 코다가 이어지고 곡을 마친다.
Julia Fischer/Milana Chernyavska - Greig, Violin Sonata No.3 in C minor, O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