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oni, Piano Concerto in C major, Op.39

부소니 피아노 협주곡 C장조
Ferruccio Busoni
1866-1924
피아노 백건우
KBS 교향악단
지휘 김홍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00.11.20
페루초 부소니는 당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친 다재다능한 음악가였다. 또한 새로운 미분음 음악, 전자 음악의 선봉에 섰던 전위적 평론가였을 뿐 아니라 이론가이자 교육자이기도 했다. 바흐 작품의 독창적 편곡으로도 유명했던 부소니는 생전에 작곡가로서는 크게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오늘날 그의 음악은 몽환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음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바흐 작품의 편곡으로 유명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음악 가정에서 태어난 부소니는 일찍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여 연주자 겸 지휘자로 연주여행을 자주 다녔다. 부소니는 특히 바흐, 모차르트, 리스트의 스타일에 기초를 둔 신고전주의를 지지했으며, 쇤베르크 같은 작곡가의 음악을 널리 알리곤 했다. 부소니에게 있어 리스트는 건반음악의 메시아였으며 바흐는 그 출발점이었다. 부소니의 바흐 편곡은 원곡의 구조와 프레이징에 변화를 가했다는 점에서 “원곡에 대한 신성모독”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지만,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에게 확고부동한 스탠더드 레퍼토리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모든 바흐의 <샤콘> 편곡 중에서 부소니의 작품은 단연 독보적이고 압권이다.
부소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통 선율 같은 민속음악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피아노를 위한 <인디언 일기(Indianisches Tagebuch)>는 바로 이러란 관심의 산물이다. 부소니의 독자적인 음악과 편곡 작품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작품에 기존 음악을 차용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노 협주곡 C장조는 38살(1904) 때 완성한 작품으로 전체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소니는 각 악장별 타이틀을 이렇게 디자인했다.
1,3,5 악장: 그리스-로마, 이집트, 바빌로니아 건축물(구조물)
2,4 악장: 자연의 판타지
위 내용은 부소니가 그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언급이 되어 있는데, "이 작품은 건축물(구조물), 풍경, 상징주의에 의해 표현된 하나의 그림입니다. 세 개의 구조물 중에 첫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중간에 두개의 자연이 들어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 것은 신비로운 꽃들과 새들에 의해 표현된 것이고, 두 번째 것은 대지에서 나오는 식물과 삼나무를 표현하고 있어요."라고 쓰고 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부소니
음악학자 스티븐 와인버그 박사는 부소니의 피아노 협주곡 C장조에 대해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독특한 곡이라는 느낌”이라고 평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많은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들은 전체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순간순간의 기교와 화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비해 부소니의 피아노 협주곡은 순간순간의 의미보다 전체적으로 5악장까지 연결되어 가는 구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곡이라는 느낌이다. 피아노를 리드하거나 피아노를 떠받들어주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부분이 조금은 미약해 보이고 장엄함이라는 화두를 너무나 고집하는 듯 작곡된 곡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5악장의 남성 합창 부분은 1악장과 함께 이 곡의 백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구도를 시도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소니의 이 협주곡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우주의 섭리를 연상케 하는 곡
음악학자, 사상가, 피아니스트, 그리고 작곡가로서 부소니의 모든 역량이 집결된 작품인 피아노 협주곡 C장조는 독특하게도 5악장 구성에 마지막 악장에는 남성 합창과 함께 협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협주곡이라 하기에는 워낙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교향곡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합창 교향곡에 가까운 음색이 특징인 서사적 협주곡이라고나 할까. 원래 이곡의 제목도 ‘피아노, 오케스트라, 합창을 위한 협주곡’이었다. 이 곡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덴마크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아담 욀렌슐레게르의 희곡 <알라딘>(1805)에 나오는 ‘알라에게 경배를’에 붙인 합창 선율이다. 협주곡을 좋아하는 음악 애호가들은 꼭 한번 접할 의미가 충분한 곡이라고 생각된다. ▶아담 고틀로브 욀렌슐레게르(Adam Gottlob Oehlenschläger, 1779-1850)
70여 분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이라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테크닉과 엄청난 파워가 요구되므로 자주 연주되지 않는 편인데,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000년 11월 20일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초연했다. 백건우와 부소니의 인연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줄리아드 음대 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부조니의 제자인 귀도 아고스티를 사사했고, 1969년에는 볼자노에서 열린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백건우는 이 곡을 “거대한 우주의 섭리를 연상케 하는 곡”이라고 평했다.
Marc-André Hamelin - Busoni, Piano Concerto in C major, Op.39
Marc-André Hamelin, piano
Lahden Kaupunginorkesteri (Lahti Symphony Orchestra)
Osmo Vänskä, conductor
Sibelius Hal in Lahti, Finland
2001.03.31
1악장: 서곡과 입당송
Prolongo e Introito. 현악 파트의 유려한 멜로디에 이어 입당송이 연주된다. 카덴차에 이어 목관이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또 한 번의 카덴차와 재현부가 끝나면 서곡을 연상하게 하는 경건한 코다로 마무리된다.
2악장: 페초 지오코소
Pezzo Giocoso. 2악장은 피아노의 격렬한 상승 진행과 그로테스크한 터키 춤곡으로 시작되낟. 짧은 카덴차에 이어 클라리넷이 서정적인 나폴리 민요 ‘창문을 통래 비치는 불빛(Fenesta 촏 lucivi)’을 연주하고 힘찬 춤곡이 다시 제시된다.
3악장: 페초 세리오소
Pezzo Serioso. 입당송이 끝나면 웅장한 합창이 첫 번째 파트를 장식하고, 두 번째 파트에서 피아노가 새로운 주제를 연주하면 도입부의 음악이 다시 나타난다.
4악장: 알 이탈리아나
All' Italiana. 이탈리아 가곡과 춤곡, 행진곡이 화려한 피아노 카덴차와 융합되어 있다. 사람들로 가득 찬 로마 시내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5악장: 칸티코
Cantico. E단조로 시작되는 피날레는 앞서 나온 주제들과 비슷하다. 남성 합창이 1악장 입당송의 가락에 맞추어 ‘’전지전능한 신께 경배하라“를 부르면서 마무리된다.
정리 : 라라와복래 201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