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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진 특강 (4) - 스마트폰 사진의 초점과 노출, 구도

라라와복래 2015. 3. 4. 14:44

스마트폰 사진 특강 (4)

스마트폰 사진의 초점과 노출, 구도

어떤 풍경 또는 피사체가 눈앞에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고 그중의 일부를 선택해 네모난 화면에 담는다(framing). 어디에 초점(focus)을 맞출 것인지 결정하고, 화면의 밝기, 즉 노출(exposure)을 확인한다. 셔터 단추를 누른다. 사진이 찍힌다. 일련의 촬영 과정 중 초점과 노출은 카메라가 자동으로 설정해준 대로 찍을 수도 있고 촬영자가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결정하는 것, 즉 구도(composition)를 정하는 것은 카메라가 대신해줄 수 없고 촬영자인 인간만이 할 수 있다.

竹이네

비에 젖은 담벼락 위에 대나무 가지와 이파리가 늘어졌다. 자네, 멋지구나! 내가 죽이게 찍어줄게. 대나무니까 수묵화처럼.

내 눈과 손으로 초점을 맞춘다

“구도는 진짜 딱인데 핀이 안 맞았네.”, “표정 정말 잘 포착했는데 포커스가 나가버렸네.” 우리는 사진을 보며 이런 얘기들을 자주 한다. 그 뒤에는 대개 “아깝다”라는 탄식이 뒤따르곤 한다. 찍고 나서 지워버리는 사진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이처럼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일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자동 초점 기능이 지원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초점을 잘 맞추는 편이지만, 원하는 곳에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하지 않고 셔터 단추를 누르면 엉뚱한 곳에 초점이 맞거나, 찍을 때 흔들리면 전체적으로 흐릿한 사진이 나온다.

사진이 너무 밝게 혹은 어둡게 나오거나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후보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원하는 대로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사진 속에 담긴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기를 하면 화질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원하는 장면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은 후보정으로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 포토샵과 같은 정교한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기능(shake reduction)을 사용해서 어느 정도는 또렷하게 보정할 수 있지만 상당히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며, 최근에는 흐릿한 사진을 분명하게 복구하는 기술(image deblurring)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고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수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터치 포커스(touch focus) 기능이 제공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고 피사체를 겨냥하면 화면에는 아무런 표시도 나타나지 않으며, 이때 셔터 단추를 누르면 자동으로 맞춘 초점으로 촬영된다. 하지만 이렇게 카메라가 판단해 자동으로 맞춰진 초점은 촬영자의 의도와는 다른 경우도 있다. 화면상에서 원하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건드리면 네모 표시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터치 포커스 기능이다. 네모 표시를 확인한 뒤에 셔터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지점이 또렷하게 부각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모든 사진이 초점이 잘 맞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뭔가 명확하지 않고 흐릿하거나 흔들린 사진이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며, 일부러 그런 효과를 주기도 한다. 다만 초점을 맞추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사진을 지워버리는 낭패를 피하고자 한다면 평소에 셔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한번 눌러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이다.

초점을 달리한 촬영의 예

자동차 유리창에 눈이 내려 얼어붙어 있는데 녹아 있는 구멍에 맞춰 사진을 찍어보았다. 왼쪽 사진은 가운데 바깥 경치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초점을 맞췄고, 오른쪽 사진은 둘레에 쌓인 눈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노출, 얻는 것과 잃는 것

초점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는 자동 노출 기능을 제공한다. 카메라가 밝고 어두운 부분을 측정해 적당한 정도의 밝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카메라가 자동으로 제공하는 밝기를 자신의 뜻대로 조절할 수는 없을까?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너무 어둡다고 생각되면 화면에서 어두운 곳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면 밝아진다. 거꾸로 너무 밝다 싶으면 밝은 곳을 누르면 어두워지며, 중간 정도로 밝은 부분을 누르면 전체적인 밝기도 거기에 맞춰진다.

이러한 노출 조절 기능은 대개의 경우 초점을 맞추는 기능과 연동되어 있다. 화면의 특정한 부분을 누르면 네모 표시가 생기면서 밝기와 초점의 위치가 함께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촬영자가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지점이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므로 여기를 기준으로 사진 전체의 밝기를 맞추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기종의 경우는 화면의 한 곳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노출/초점 고정’이라는 메시지가 뜨며 그 상태에서 카메라를 움직여 다른 곳을 겨누어도 조금 전에 고정된 노출과 초점이 유지되어 새로 조정하지 않아도 되는 기능을 제공한다. 노출과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구도를 달리할 수 있는 것이다.

잘 맞은 초점과 적정 노출은 안정감을 주지만, 이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내 눈에 보이는 대로이겠지만, 때로는 어둡게 혹은 밝게도 찍을 수 있다. 일반적인 노출보다 어둡거나 밝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남들이 다 겨냥하는 피사체가 아닌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어 색다른 사진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찍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초점과 노출을 달리하는 것도 사진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삼위일체 사진을 찍다보면 신비로운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소나무가 멋져서 찍으려는데 마침 하늘은 장엄하고 한 무리의 새떼까지 날아든다. 운전을 하다 차를 급히 세우고 내리자마자 찍었는데 운 좋게도 초점과 노출이 잘 맞았다.

위의 사진을 찍고 나서 노출을 달리하면 어떨까 싶어서 나무 아래 어두운 곳을 눌렀더니 화면이 전체적으로 밝아지면서 꽃밭이 보였다. 대신 하늘의 석양과 다채로운 구름의 움직임은 사라져버렸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앞의 사진보다 더 어두운 곳을 눌렀더니 하늘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대신 나무의 형상만 두드러졌다. 이 또한 나쁘지 않아 흑백으로 변환했더니 보기에 괜찮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피사체 스스로가 구도를 만들어내도록 하라'

초점과 노출은 카메라가 자동으로 맞춰줄 수 있지만, 구도만은 그럴 수 없다. 구도의 사전적 정의는 “그림에서 모양, 색깔, 위치 따위의 짜임새”이다. 즉 눈에 보이는 이러저러한 요소들을 사진이라는 네모난 틀 속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것은 온전히 촬영자의 몫이다. 똑같은 카메라를 들고 같은 장소에 가서 찍어도 촬영자마다 다른 사진을 찍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촬영자마다 주목하거나 강조하는 것이 다른데, 이를 두고 관점 또는 시각이 다르다고들 한다.

東京 上海

이런 구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세로이기도 하고 대칭이기도 하며 소실점을 향해 가다가 소실된 구도의 종합선물 세트라고나 할까? 일본 도쿄에 있는 상하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가는 계단에서 찍었다.

화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모습을 그려내듯이 이미지를 합성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진에 담긴 피사체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인데, 촬영자의 관점 또는 시각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따라서 구도는 촬영자의 개성과 실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사진 구도만을 다룬 전문 서적도 있고 인터넷에도 관련 자료들이 많다. 가로와 세로, 삼분할과 황금분할, 삼각형과 역삼각형, 대각선, 곡선과 S자, 원형, 수평과 수직, 대칭과 소실점 등 다양한 구도가 있으며 각각의 구도는 고유한 특성과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구도의 특성과 효과

이러한 설명들은 물론 필요하고 탐구해볼 만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구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사진가인 동시에 교사이기도 했던 마이너 화이트(Minor White)는 “피사체 스스로가 구도를 만들어내도록 하라”고 했다. 필자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먼저 생각한 적이 없다. 어떤 특정한 구도에 맞춰 피사체와 배경을 배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피사체에 따라 구도가 정해졌을 뿐이다. 찍고 나서 보니 어떤 특정한 구도였던 것이다.

어떤 피사체를 만났을 때, 그것을 사진 속에 어떻게 담아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는 고민한다. 그 고민은 순간적이고 반사적일 수도 있고, 다소간의 시간을 요할 수도 있다. 시각을 달리하기 위해 눈을 움직이고 고개를 갸웃거려보기도 하고, 허리와 무릎을 굽혀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피사체와 그 주변을 이루는 배경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최선일까라는 궁리가 자연스럽게 구도를 낳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계속되는 논란거리지만, 필자에게는 피사체가 구도라는 알을 낳는 닭이고, 구도라는 병아리가 깨고 나오는 알이기도 하다.

“단언컨대 사진은 구도다”라고 말하는 구도 근본주의자(?)들도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이란 네모난 틀 안에 점, 선, 면, 형태, 명암, 색깔 등 무엇인가를 담는 것이고 우리가 볼 수 있는 결과물은 결국 이런 요소들의 배치, 즉 구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이, 세상의 모든 구도를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로 외우고 그런 구도 찾아 삼만 리를 하는 구도자처럼 헤매고 다니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구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사진가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그런 구도를 찾아다니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구도에 맞게 피사체와 배경을 인공적으로 설정한다. 조명과 세트, 모델을 배치하고 연출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최종적 결과물은 사진이지만, 구도에 맞춰 피사체를 자유자재로 조합할 수 있는 회화나 설치미술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구도는 피사체 스스로가 품고 있다. 가로 피사체는 가로로, 세로 피사체는 세로로 찍으라는 말이 있지만 언제나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로 피사체이지만 배경까지 고려할 때 세로로 찍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것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피사체가 품고 있는 구도를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 산파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객관의 세계를 사진에 담는 구도는 주관적이다.

아래는 필자가 촬영한 구도의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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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의 어느 찻집 벽면이 핑크와 레드 두 가지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도 보이는 듯하다.

광경

오후의 누운 빛이 정확히 과녁을 맞혔다. 광은 빛 광(光) 한 글자인데, 경은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볕 경(景)과 거울 경(鏡),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좋다. 둘 다라면 더욱 좋다. “넓을 광(廣) 기울 경(傾)?” 아니냐는 멋진 댓글도 달렸다.

I am the king of the sky

경기도 용인시의 어느 상가 건물을 보는 순간 영화 <타이타닉>에서 주인공 잭 도슨으로 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뱃머리에서 바다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두 팔을 벌리며 “I am the king of the world”를 외치던 장면이 떠올랐다.

길냥

제주도의 어느 관광지에 있는 찻집 주변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길고양이다. 관광객들과 자주 어울려서인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장 위에서 오래도록 포즈를 취해주었다.

겨울비를 피하는 방법

눈 대신 비가 온 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맞은편 버스 정류장 부근이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전화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진과 글 한창민 (스마트폰 사진가) 사진을 전공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2012년 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년 동안 만여 장 넘게 촬영했고, 찍은 사진들을 매일 SNS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사진에 입문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한창민 사진전_지난 일년>을 열어 초보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오픈하우스)가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사진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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