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살롱

스마트폰 사진 특강 (5) - 스마트폰 카메라로 풍경 사진 찍기

라라와복래 2015. 3. 8. 11:43

스마트폰 사진 특강 (5)

스마트폰 카메라로 풍경 사진 찍기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갈 때도 따로 카메라를 챙겨 가지 않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풍경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에 필적할 정도로 좋아졌지만, 풍경 사진을 찍기에 충분한 장비라고 할 수는 없다.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는 광각 렌즈나 먼 곳을 당기는 망원 렌즈를 사용할 수 없으며, 심도 조절이 불가능하고 장노출 효과를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는 풍경 사진에 필요한 장점 또한 갖고 있다. 어떤 카메라보다도 커다란 뷰 파인더(화면)를 갖고 있어 구도를 잡기 좋으며, 언제나 내 손에 있기에 멋진 광경을 봤을 때 놓치지 않고 찍을 수 있다. 즉 구도(composition)를 정하는 것은 카메라가 대신해줄 수 없고 촬영자인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불금’의 붉음은 주금이었다

‘불금’, 이른바 불타는 금요일이었다. 술 약속이 있어 차를 놓고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하늘을 보니! 다행히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라

낚시꾼들에게는 ‘포인트’를 찾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포인트라고 불리는 지점에서 낚싯대를 드리워야 고기가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인트를 먼저 차지하려는 자리다툼도 치열하고, 혼자만 아는 숨겨진 포인트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절대 알려주지 않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낚싯대 대신 카메라로 물고기가 아닌 순간을 잡는 낚시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도 포인트가 있다.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하면 웬만큼 멋진 샷을 건질 수 있는 명소가 곳곳에 있는 것이다.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기가 막힌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유명한 포인트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기도 한다. 특정한 계절이나 날씨에만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담기 위해 엄청난 장비로 무장한 수백 명의 사진가들이 한날한시에 한 곳만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출사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그곳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진을 찍게 되는 곳들이 있다. 사진을 올리면 “여기 OO이죠?”라는 댓글들이 달리는 곳이다. 이런 곳은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풍광이 좋기에 찍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사진이 나오지만, 구도를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이미 어디선가 본 사진 같고 남들이 찍은 사진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전문 장비도 아닌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남들보다 좋은 사진을 찍기는커녕 남들과 비슷한 사진조차 찍기 어렵다.

너무 뻔하고 흔한 사진을 피해 나만의 사진을 찍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찍는 곳을 달리하는 것이 방법이다. 누구나 다 아는 명소가 아니라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자. 풍경(風景)이라는 말 속에 ‘바람 풍’이 들어가서인지 풍경 사진은 자연만을 찍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상의 대상이 되는 자연이나 세상의 모습”이라는 사전적 정의로도 그렇고, 도시 풍경이나 거리 풍경이라는 표현을 보더라도 풍경 사진의 범위는 넓다. 나만은 아니겠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곳을 찍으면 된다.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는 곳, 내가 출퇴근하거나 내가 놀러 다니는 곳에서 나만의 포인트를 찾는 것이 포인트다.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타이푼 월드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은 한적한 변두리다. 엄청난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을 뉴스에서 듣고 집을 나섰는데 과연 동네 앞 큰길에서 무섭도록 장엄한 먹구름을 목격했다.

골목이 살아있네

필자가 근무하던 사무실에서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골목길 풍경이다. 햇빛이 워낙 쨍쨍해 평소 눈에 안 들어왔던 일상의 소품들이 마치 보석처럼 빛을 발했다. 이 사진에는 “이국적이다”, “여기 한국 맞느냐?”, “동남아 어느 골목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풍경에는 수평이 더욱 중요하다

풍경 사진에는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평이 잘 맞지 않으면 보는 사람은 시각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면서 기울어진 각도에 주목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정작 보여주고자 찍은 풍경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된다.

일부러 수평을 무너뜨리거나 구도를 기울게 해서 사진에 긴장감을 부여하거나 생경한 느낌을 줌으로써 의외의 효과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 수평을 맞추는 것이 좋다. 화면의 격자(안내선)를 이용해 신경을 써서 촬영을 하더라도 미세하게 기울어지는 때가 있는데, 사후에라도 보정을 해서 사진에 안정감을 주도록 하자.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한강의 지류인 탄천에 해가 떨어진 직후 풍경이다. 같은 빛깔로 물들어 가는 하늘과 강물을 강조하기 위해 수평선을 기준으로 위아래를 반으로 나눠 찍었다.

가을 하늘의 기하학

서울 충정로의 어느 찻집 야외석에서 고개를 들어 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건물 창의 가로줄과 아래로 늘어뜨려진 전깃줄의 수평과 수직, 둘 다를 맞춰 찍느라 무척 힘들었다.

사람이 들어가면 풍경이 산다

풍경 사진에는 사람이 담기면 안 될까? 물론 태고의 신비를 감추고 있는 비경이거나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오지를 찍은 분위기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풍경 사진 전문작가이거나 매주 출사 여행을 가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 우리가 접하는 풍경에서 사람이 없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오히려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풍경에 사람이 담기면 몇 가지 장점이 생긴다. 정적인 풍경에 움직임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진에 생동감이 생긴다. 풍경의 장대함을 표현하려면 비교가 되는 작은 피사체를 사진 속에 담는 것이 좋은데, 이럴 때는 사람의 존재가 유용하다. 사진 속에 함께 간 사람을 등장시키거나 본인 얼굴이 들어가도 좋지만, 관광 사진 혹은 ‘인증 샷’이나 셀카가 되어버릴 수가 있으므로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을 넣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람이 등장하면 사진에 대한 집중력과 주목도가 높아진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등장인물의 표정과 동작뿐 아니라 나이, 성별, 직업, 복장 등 다양한 측면에 관심을 표하고 관찰하며 추측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의 눈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다. 평범하거나 익숙한 배경이 담긴 사진이라도 사람이 들어가면 생기가 돈다. 사람이 사진의 포인트가 되어 사진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

트루먼 쇼

서울 종로구청 옆 빌딩의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의 일부다. 이른바 ‘장미 계단’으로 유명한 곳인데, 왼편의 길가 쪽을 살짝 비워 놓고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마침 붉은 깔맞춤 옷으로 화답해준 저 행인이 고맙다.

사람들에겐 각자 자기만의 자리가 있다

서울 목동의 고층건물 사이에 있는 쉼터 풍경이다. 앞 사진이 조형물에 먼저 주목하고 사람을 기다려 일부러 집어넣은 경우라면, 이 사진은 사람이 먼저 눈에 띄어 찍었는데, 배경과의 대비와 조화가 썩 괜찮았던 예라고 할 수 있다.

파노라마, 만만찮다

‘파노라마(panorama)’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좌우로 탁 트인 드넓은 광경”이라고 나온다. 사전적 정의대로 카메라를 좌우로 비추며 가로로 길게 한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파노라마 기능은 최대 240도의 시야각을 제공한다.

파노라마 기능을 선택하고 셔터 단추를 누르면 작동하는데, 위아래로 흔들리지 않도록 가운데 선에 화살표를 일치시켜 촬영하고, 끝나면 ‘완료’ 단추를 누르면 된다. 기종에 따라 화살표를 살짝 건드리면 좌우로 움직이는 방향을 바꿀 수도 있으며, 쓰일 일은 많지 않겠지만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히면 위아래로 길쭉한 파노라마 촬영도 가능하다.

파노라마 사진에 어울릴 만한 적당한 장소도 흔치 않지만, 막상 그런 곳에서도 잘 찍기는 쉽지 않다. 가운데 선을 맞추려면 오래도록 집중해야 하는데, 몸은 흔들흔들, 사진은 비뚤비뚤해지기 일쑤다. 찍을 때면 팔도 아프고 목과 어깨가 뻣뻣해지며 힘에 부친다. “내가 수전증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파노라마는 촬영자의 집중력과 지구력을 시험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정성을 들여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 마음에 들어 주변에 자랑스럽게 공유했는데, 기대한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가로로 길게 펼쳐지는 대신 세로가 좁아지는 파노라마 사진의 특성상 위에서 사례로 든 사진들처럼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화면에서는 일반 규격의 사진보다 오히려 작게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멋진 광경이 담긴 파노라마 사진이라면 최대한 크게 인화해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파노라마 성공

날이 저물 무렵 일본 하나미야마 정상에서 바라본 후쿠시마 시의 전경이다. 말 그대로 일망무제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길래 이때다 싶어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해보았다. 몸을 서서히 돌리면서 화살표를 가운데 선에 정확히 일치시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건진 사진이다.

파노라마 실패

하나미야마 공원의 명물 중 하나인 개나리 군락이다. 하산 길에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왼쪽 아래와 오른쪽 윗부분이 울퉁불퉁해진 것이다. 다행히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았기에 위아래를 조금 잘라내면 쓸 만하겠다.

매직 아우어를 놓치지 말라

풍경 사진에는 공간이 담기지만 시간도 담긴다. 같은 풍경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에 따라 빛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하루 중 사진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는 각자 다르다. 하지만 이른바 ‘매직 아우어(magic hour)’라는 시간대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매직 아우어는 해뜨기 전후와 해지기 전후, 하루 두 번의 비교적 짧은 시간대다. 이 시간대는 색감을 풍부하게 표현하며 빛이 부드러워 피사체를 돋보이게 드러내고, 긴 그림자를 만들어 입체적인 효과를 준다. 반면에 한낮엔 빛이 가장 밝지만 너무 강하기도 하고 머리 위에서 내리 꽂히기 때문에 사물을 단조롭고 밋밋하게 보이게 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분위기와 스타일을 위해 매직 아우어에만 사진을 찍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한 매직 아우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멋진 광경이 눈앞에 나타날 때 “좋구나” 하고 탄성만 지를 것이 아니라, 바로 카메라를 꺼내 드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은 시간이면 어느 때나 매직 아우어인 셈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려면 화구를 꺼내야 한다. 스케치를 하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붓질까지 해야 한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얼마나 간단한가? 불과 몇 초 만에 빛으로 그린 그림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스마트폰 카메라의 매직이 아닐까?

공중부양 오르고 내려오고, 다시 또 오르건만 발 디딜 곳 찾을 수 있을까

제비가 물어온 박씨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박 덩굴이 공중에 매달렸다. 서울 장안평에 차를 고치러 갔다가 식당 부근의 전봇대와 전깃줄을 타고 오른 이 희한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고개를 들어 하늘과 구름을 살필 틈도 없고, 도시에서는 탁 트인 하늘을 보기도 쉽지 않다. 아래 사진들은 필자가 틈틈이, 짬짬이 나만의 매직 아우어를 만들어본 사례들이다.

새 세 마리 날아간다

주말에 탄천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구경하는 곳이 있다. 나만의 포인트인 셈이다. 기러기로 추정되는 새들이 날아간다. 어디인지 모르지만 저들도 집으로 가는 것이리라. 내가 찍은 ‘달력 사진’에 새들이 방점을 찍었다.

해인지 달인지

오후의 한강변 88고속도로는 엄청난 체증으로 주차장을 방불했다. 멍하니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데, 고수부지에 달인지 해인지 알 수 없는 별이 떴다. 여린 나뭇가지에는 봄을 맞아 새순이 돋고 있었다.

달 날다

아주 크고 멋진 달이라도 막상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보면 눈으로 보던 것과는 달리 조그맣게 나와서 실망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달은 제법 크게 나왔다. 아마 달이 하늘에서 뜬 게 아니라, 남산 타워에서 쏘아 올린 직후였나 보다.

해인지 달인지

짙푸르고 노랗다. 어둡고 거칠다. 빈센트 반 고흐가 이 광경을 봤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화구를 펼치고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것 같다. 너무나 가난했던 그는 스마트폰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기에.

사진과 글 한창민 (스마트폰 사진가) 사진을 전공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2012년 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년 동안 만여 장 넘게 촬영했고, 찍은 사진들을 매일 SNS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사진에 입문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한창민 사진전_지난 일년>을 열어 초보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오픈하우스)가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사진  2015.02.1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6&contents_id=81955&leafId=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