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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진 특강 (3) - 스마트폰 사진, 어떻게 찍을까?

라라와복래 2015. 3. 2. 15:10

스마트폰 사진 특강 (3)

스마트폰 사진, 어떻게 찍을까?

‘발품을 판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 좋은 것을 구하려면 남들보다 더 찾아다니고 걷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마음에 드는 장면과 피사체를 많이 담아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눈으로 보고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찍히지만, 그 장면과 피사체를 만나려면 발로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사진은 발로 찍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눈이든 손이든 발이든 몸을 많이 써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두리번거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기성용 선수는 자로 잰 듯한 킬 패스로 유명하다. 축구 경기에서는 모든 선수가 패스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기성용의 패스가 돋보이고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정확한 타이밍에 정교한 패스를 적절한 공간에 찔러 넣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률과 공헌도가 높다.

기성용의 킬 패스 비결은 뭘까?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잘 살펴보면 뚜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경기 중에 언제나, 자신이 공을 주고받기 전에는 특히 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상대팀 선수는 어디에 있고 우리 편은 어디에 있는지, 빈 공간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탐색하기에 패스 성공률이 아주 높은 것이다. 사진을 패스에 비유해본다면, 좋은 장면을 얻기 위해서는 기성용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따라할 필요가 있다.

어떤 장소에 가면 먼저 전체를 둘러보고 어디를 어떻게 찍으면 좋을지 항상 두리번거리며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자. “이것도 거기 있던 거예요? 나는 왜 못 봤지?” 같은 곳에 가서 찍은 사진을 동행인에게 보여주고 들었던 반응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남들보다 고개를 더 자주 돌리고 이곳저곳 기웃거렸기 때문이다. 다음 두 장의 사진은 두리번거려서 건진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 나만의 피사체가 숨어 있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물웅덩이를 내려다보며 찍은 거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그렇지만 실제는 거꾸로다.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유리 차양을 올려다보며 찍은 것이다.

담채에 수묵 푸른 나무 하늘, 까마귀 한 쌍 암수 서로 정답구나

이 사진 역시 어느 식당의 반투명 차양을 올려다본 풍경이다. 사진 설명을 듣거나 해설을 본 뒤에 “이걸 어떻게 발견했어요?”, “이런 걸 찍을 생각을 하다니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화장실 갈 때도 챙겨라

“화장실 들어갈 때하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있다. 사진도 그렇다. 이런 경우다. 식당이나 찻집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혹은 화장실 안에서 찍고 싶은 장면이나 피사체를 발견했다. 그런데 손에 스마트폰이 없다. 일 보고 나서 다시 와서 찍으면 되겠지 한다. 그런데 그게 여의치 않을 때도 있다.

스스럼없는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화장실에 다녀오자마자 사진 찍겠다고 스마트폰을 챙겨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다.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갔는데 그사이에 누가 화장실을 차지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또는 찍어야지 했다가도, 뭐 안 찍어도 그만이지 하고 귀찮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그때그때 바로 찍어야 한다.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순간적으로 빛이 바뀌기도 하고 피사체가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나중에 아까워해봐야 돌이킬 수 없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이것뿐이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챙겨라. 이름 그대로 ‘휴대’폰이 아닌가?

연극배우처럼 등장했지만

어느 찻집이었는데, 화장실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계단참에 이르렀을 때였다. 짙게 칠한 벽면은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은 무대처럼 햇빛에 반짝였다. 내 그림자가 주인공처럼 가운데 자리했다. 찰칵! 볼일을 마치고 나서 원래 볼일을 봤다. 개운했다.

삐에로는 서로를 보고 울지

높다란 곳에서 굽어보며 마술 묘기를 부리고, 요술 풍선을 만들어주는 삐에로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어린이 날 하루 종일 무거운 키다리 신발을 끌며 “나도! 나도!”를 외치는 아이들에게 시달린 어린 알바생 광대들. 그 넓은 한강시민공원에서 이 둘이 잠시 숨어서 쉴 수 있는 곳은 화장실 계단뿐이었나 보다.

‘발 줌’이 최고다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위대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추앙받는 로버트 카파의 명언이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는 속된 표현이지만 이런 말도 있다. “들이대라. ‘쪽팔림’은 순간이고 사진은 영원하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시대에는 더욱 와 닿는다.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은 망원이나 줌 렌즈를 사용하거나, 발로 걸어가는 것 두 가지다.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망원이나 줌 렌즈를 사용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에 줌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줌 기능은 렌즈가 움직여 크게 찍고 싶은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광학 줌(optical zoom)이 아니라, 실제 크기의 변화는 없이 단지 화면에 크게 보여주는 데 불과한 디지털 줌(digital zoom)이기 때문에 화질이 좋지 않다. 일종의 눈속임인 셈인데다가 디지털 줌을 사용하면 찍을 때 흔들림이 심하다. 따라서 줌 기능을 이용하기보다는 당장은 작게 보이더라도 안정되게 찍고 나서 나중에 원하는 부분을 확대해서 잘라내는 것(crop)이 낫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찍을 때는 발로 주밍을 하는 것, 이른바 ‘발 줌’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로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라면, 일단 찍어라. 확대하면 화질이 떨어지겠지만, 안 찍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예수 냥이

저 멀리 교회의 십자가를 머리에 이고 졸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놓치기 아까운 기막힌 광경이었다. 담벼락이 가로막고 있어 더 다가갈 수는 없어 일단 찍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킬킬거리고 재미있어할 뿐 어느 누구도 화질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창밖의 푸른 지붕 위에 어린 나무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을 때는 고양이가 없었다. ‘발 줌’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팔을 최대한 뻗어 ‘팔 줌’을 하고 있는데 지붕의 위쪽에서 고양이가 스윽 걸어오는 게 아닌가? “건졌다.” 이 사진을 찍으며 든 생각이다.

남는 걸 버릴 수는 있지만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논어>의 말씀처럼 분명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하지만 사진을 찍다보면 이런 가르침과는 거꾸로인 경우도 있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면 상하좌우에 여백이 모자라 난감할 때가 있는 것이다.

“나중에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면 되겠지 하고 대충대충 찍다보면 사진 실력이 늘지 않는다”, “하나하나의 컷에 최선을 다해 찍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맞다. 최적의 구도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바꿔보고, 무엇을 넣고 뺄 것인지 궁리하고 확신이 들 때 셔터를 누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찍을 때는 최선이라 여겼는데 나중에 보면 아쉬울 때도 있다. 특히 가까이 있는 사물을 찍을 때, 주요한 피사체를 사진에 꽉 채워 담는 데에만 정신을 팔다보면 주변을 놓치는 우를 범할 때가 있는 것이다. 나중에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버릴 수는 있지만 여백이 부족하면 그걸 채워 넣을 방법은 없다. 평소에 조금 넉넉하게 촬영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Tricky Mouse

미키 마우스의 얼굴 부분인 탁자의 빨간 상판이 최대한 동그랗게 나올 수 있도록 찍는 것이 관건이었기에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받치고 높이 치켜들었다. 신발이 보이지 않도록 엉덩이를 뒤로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화면이 머리보다 높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감으로 수평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임무 완수! 아예 의자를 갖다 놓고 위에 올라가 찍었으면 귀 부분이 넉넉한 사진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콩국수 마우스

이 사진 역시 좌우 여백이 부족하다. 위의 사진보다 촬영하기에 훨씬 편안한 환경이었지만, 국수가 불어버릴까 마음이 급했나보다. 아무튼 콩국수는 맛있었다. 국물까지 다 들이마시고 방울토마토로 입가심까지 했다.

눈높이를 바꿔 ‘얼짱’ 각도를 찾아라

“눈높이를 맞춰라” 혹은 “눈높이를 바꿔라”라는 말이 있다. 인생과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는 말씀이다. 그런데 이는 사진에 대해서도 아주 유용한 조언이기도 하다. 내가 항상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눈높이를 달리하면 피사체가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구도가 바뀐다. 사진이 달라지는 것이다.

익숙해서 편하지만 새로울 것이 없는 눈높이에서 벗어나 낯설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는 각도가 아닌 나만의 시각으로 다르게, 내가 아니라 피사체에 눈높이를 맞춰서, 내 눈이 아니라 카메라의 눈으로 보자는 것이다.

사진 이론에서는 눈높이(앵글)를 몇 가지로 구분한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인 평각 혹은 수평(eye level)이 가장 일반적이다. 높은 데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high angle), 아주 높은 곳에서 새의 관점으로 보는 조감/대부감(bird-eye view)과 거꾸로 낮은 데서 위를 올려다보는 앙각(low angle)은 대비된다. 이외에 비스듬히 보는 사각(oblique angle)이 있다.

피사체를 보자마자 촬영을 하기에 앞서 이모저모 살펴보고 피사체의 주변을 둘러보자. 무릎을 구부려 고개를 들어보기도 하고, 허리를 쭉 펴고 굽어보기도 해보자. 어떤 눈높이로 봐야 피사체의 전모와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지, 이 피사체에 대한 기존 이미지들과 다르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궁리한 뒤에 셔터를 눌러도 늦지 않다. 셀카에만 ‘얼짱’ 각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탁자가 액자가 된

장미도 장미지만 탁자의 빛깔이 범상치 않았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어떻게 요리할까 잠깐 고민하다 꽃병의 중심에서 스마트폰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이른바 부감! 이렇게 찍으니 분홍빛 꽃송이와 탁자의 푸른빛이 두드러지게 대비되었다. 덤으로 탁자의 나뭇결, 긁힘과 얼룩들까지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 만족스러웠다.

함박 웃어 함박꽃

이 꽃은 처음 봤다. 처음 만난 자태에 홀려 눈을 가까이 대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향기도 맡아보았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초면에 실례를 무릅쓰고 렌즈를 들이댔다. 최대한 가까이, 똑바로 내 눈높이에 맞춘 것이지만 꽃의 눈높이이기도 했다.

꽃 개미

내려다보기만 하던 호박꽃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꽃의 제왕처럼 풍채가 당당해 보인다. 하늘을 향해 활짝 핀 꽃그늘 아래 개미 신하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도 있지만, 호박꽃의 꽃말은 ‘해독, 관대함, 포용, 사랑의 용기’라고 한다. 앙각으로 우러러볼 만한 꽃이다.

어서 와 초롱꽃은 처음이지?

초롱꽃’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사람 눈높이나, 꽃 높이에 맞춰 수평으로 찍은 것은 많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본 사진은 별로 없다.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만큼 쪼그려 여러 컷 찍어봤지만 결과가 신통찮았다. 결국 화질이 떨어지는 걸 감수하고 셀카 모드로 겨우 촬영에 성공했다.

사진과 글 한창민 (스마트폰 사진가) 사진을 전공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2012년 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년 동안 만여 장 넘게 촬영했고, 찍은 사진들을 매일 SNS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사진에 입문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한창민 사진전_지난 일년>을 열어 초보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오픈하우스)가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사진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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