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바흐 관현악 모음곡 1번~4번(Bach, Orchestral Suites Nos.1~4, BWV 1006-1009)

라라와복래 2015. 10. 15. 02:36

Bach, Orchestral Suites Nos.1~4, BWV 1006-1009

바흐 관현악 모음곡 1번~4번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Ton Koopman, conductor

Amsterdam Baroque Orchestra

Het Loo Palace, Netherlands

1989


Ton Koopman/Amsterdam Baroque Orchestra - Bach, Orchestral Suites Nos.1-4

네덜란드 출신의 톤 코프만(1944~ )은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연주가이며 지휘자입니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에서도 그 자신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면서 지휘도 하고 있죠. 코프만은 1979년에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를 설립했으며 이어서 1992년에 합창단을 창단하고 지금은 둘을 통합한 Amsterdam Baroque Orchestra & Choir를 이끌고 있습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현대음악으로 눈을 돌릴 때 코프만은 고집스럽게 고음악의 영역을 지켰으며 특히 바흐의 작품 연구와 연주에 전념하다시피 했습니다. *화면 상단 왼쪽에 커서를 놓으면 가로줄이 쌓인 ‘재생목록’ 아이콘이 보입니다. 그걸 클릭하면 ‘재생목록’ 리스트가 뜨는데, 거기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곡명을 알 수 있고, 또 듣고자 하는 곡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_라라와복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BWV 1066-1069는 여러 가지 점에서 모순적인 작품이다. 독일적인 다성음악의 특징이 나타나면서도 프랑스 궁정풍의 세련되고 우아한 양식이 공존하는가 하면, ‘모음곡(suite)’ 장르로 분류되면서도 전통 모음곡이 갖추어야 할 틀을 갖추지 않았으며, 자필 악보의 분실로 작곡 동기나 작곡 연대가 불분명해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바로 이런 모순적이고 불확실한 점이야말로작품의 특별한 점이다.

모음곡 4곡의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멋진 서곡들을 들어보자. 그 화려하고 장대한 악상은 처음부터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 웅장한 서곡을 듣고 있노라면 루이 14세 시대 프랑스 궁정의 화려함과 위엄이 느껴진다. 실제로 바흐가 모델로 했던 음악도 프랑스 음악이다. 바흐는 옛 프랑스 오페라나 발레가 시작되기 전에 연주되던 ‘프랑스 서곡’ 모델을 그대로 따라 먼저 느리고 위엄 있는 서곡으로 관현악 모음곡을 시작한다.

느린 도입부에 이어 템포가 빠르게 바뀌면 길고 화려한 음악이 이어진 후 마지막에는 다시 느린 부분으로 되돌아와 마무리되는 진행 방식은 륄리의 <프랑스 서곡>과 매우 유사하다. 바흐가 그의 관현악 모음곡을 그저 ‘서곡(overture)’이라 부른 것도 각 모음곡의 서두를 장식하는 서곡이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가장 길고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리라.

프랑스 음악의 웅장한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바흐

서곡의 음악적 분위기가 즉각적으로 프랑스 궁정의 화려한 생활을 연상시키는 까닭에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1번과 2번의 서곡에 대해 “멋지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웅장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대의 음악 애호가들 역시 서곡의 느린 도입부를 들으면서 괴테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특히 우아함과 고상함으로 가득한 춤곡 선율들은 로코코 양식의 이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서곡 중간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빠른 푸가 풍의 음악은 대위법의 대가 바흐만이 해낼 수 있는 정교한 다성음악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매우 진지하면서도 독일적인 측면이다. 이 부분에서 바흐는 여러 가지 선율을 솜씨 좋게 엮어내며 음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4곡의 관현악 모음곡 모두 자필 악보가 남아 있지 않아 작곡 동기나 작곡 연대는 불확실하다. 어떤 학자들은 모음곡 1번과 2번은 바흐가 쾨텐 궁정에서 일하고 있던 1721년경에 작곡됐고, 3번과 4번은 바흐가 라이프치히에 머물고 있던 1729년부터 1736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모음곡 2번과 3번이 라이프치히 시절에 작곡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정확한 작곡 연대는 알 수 없지만 바흐가 이 모음곡을 쾨텐 궁정에서 연주했을 뿐 아니라 라이프치히 시절에는 콜레기움 무지쿰과 연주한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바흐가 콜레기움 무지쿰과 이 모음곡을 연주할 당시 악기 편성을 확대했다고 알려져 있다. 모음곡 3번과 4번이 더 웅장한 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날 주로 사용되는 관현악 모음곡은 바흐가 라이프치히 시절에 연주했던 버전으로, 1번과 2번의 경우 현악기와 목관악기 위주의 소 편성으로 되어 있는 데 비해, 3번과 4번은 팀파니와 트럼펫까지 가세한 대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연주된다.

바흐는 ‘서곡’에 프랑스 음악의 형식을 통해 화려한 궁정의 느낌을 표현했다. 그림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루이 14세 가족

‘G선상의 아리아’로 유명한 모음곡 3번 2악장 ‘에어’

모음곡 1번 BWV 1066

모음곡 1번은 2대의 오보에와 바순, 현악을 위한 작품으로 오보에의 활약이 크다. 전통적인 모음곡이라면 ‘서곡’ 이후에 독일 춤곡 ‘알망드’가 나온 후 프랑스 춤곡 ‘쿠랑트’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 곡에선 곧바로 ‘쿠랑트’가 연주된 후 ‘가보트’와 ‘미뉴에트’, ‘부레’가 이어지고 경쾌한 ‘파스피에’로 마무리된다.

모음곡 2번 BWV 1067

프랑스 풍의 개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 모음곡 2번은 플루트와 현악을 위한 작품이다. 플루트의 맑은 음색이 돋보이는 이 모음곡은 프랑스의 플루트 연주자인 피에르 가브리엘 뷔파르댕을 위해 작곡되었다고 한다. ‘서곡’에 이어 ‘폴로네즈’와 ‘바디네리’ 등의 춤곡에서는 플루트의 밝고 화사한 매력이 특히 빛난다.

모음곡 3번 BWV 1068

관현악 모음곡 3번은 전곡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G선상의 아리아>로 편곡된 2악장 ‘에어’ 덕분이다. 19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는 현악 합주로 연주하는 바흐의 ‘에어’를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G선상의 아리아>로 편곡해 바흐의 멜로디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가보트’, ‘부레’, ‘지그’ 등 활기찬 음악 덕분에 관현악 모음곡 3번은 4곡의 관현악 모음곡 가운데 가장 즐겨 연주되고 있다. 또한 트럼펫 3대와 팀파니, 오보에 2, 현악기가 편성되어 웅장한 맛을 한껏 살려낸 ‘서곡’은 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강한 인상을 전해준다.

모음곡 4번 BWV 1069

모음곡 4번 역시 3대의 트럼펫과 3대의 오보에, 바순, 팀파니, 그리고 현악이 편성되어 장대한 느낌을 준다. ‘환희(Réjouissance)’라는 이름의 상쾌한 음악으로 마무리되기까지 ‘부레’와 ‘가보트’, ‘미뉴에트’ 등 다채로운 춤곡이 펼쳐진다. 화사함과 정교함이 조화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은 독일인의 관점에서 본 프랑스 음악의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Bach, Orchestral Suites Nos.1-4, BWV 1006-1009

Karl Richter, conductor

Münchener Bach-Orchestra

Herkulessaal, München

1961.06

추천음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음반들 중에는 당대 악기 연주로 된 것이 많다. 옛 음악을 개량되지 않은 당시의 악기로 연주하면 좀 더 고풍스런 맛이 살아나 바흐 당대의 음악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당대 악기 연주라 하더라도 악단에 따라 성격은 많이 다르다.

1. 트레버 피녹이 이끄는 잉글리시 콘서트(Archiv)가 단아하면서도 고전적인 연주를 들려준다면 콘체르토 쾰른(Berlin Classics)은 격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관심을 끈다.

2. 바이올리니스트 모니카 허젯이 이끄는 앙상블 소네리의 음반(Avie)은 바흐가 대편성으로 개정한 악보 대신 소편성 연주 방식을 택하고 있어 흥미롭다.

3. 바흐 음악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원한다면 카를 뮌힝거가 이끄는 슈투트가르트 실내악단의 음반(Decca)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관현악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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