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Bach, Concerto for Two Violins in D minor, BWV 1043)

라라와복래 2015. 10. 16. 00:55

Bach, Concerto for Two Violins in D minor, BWV 1043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Clara-Jumi Kang, violin

Vadim Repin, violin

Sejong Soloists

Tchaikovsky Concert Hall

2018.03.19


Clara-Jumi Kang & Vadim Repin - Bach, Concerto for Two Violins, BWV 1043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분석을 가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누구도 그 아름다움을 말로써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바흐 연구가이자 오르가니스트 알버트 슈바이처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원곡대로 남아 있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3곡에 불과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세 작품 모두 바흐가 안할트의 쾨텐 궁정에서 레오폴트 공작을 위해 일하던 시기인 1717년부터 1723년 사이에 작곡되었다. 레오폴트 공작은 아마추어를 능가하는 수준급의 음악가로서 바흐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그의 음악을 좋아했기에 이 시기의 바흐는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다. 3곡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 대부분의 기악 합주곡들이 이 시기에 작곡되었으며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그리고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같은 뛰어난 작품들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서로의 선율을 모방하는 두 대의 바이올린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크 시대의 협주곡이 독주자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로크 협주곡에서 독주자는 결코 스타가 아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경쟁하고 협력하는 대등한 파트너다. 그것은 바흐의 협주곡이 바로크의 이상, 즉 ‘상반된 요소의 대비’라는 측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흐는 합주와 독주, 또는 몇 개의 독주악기들의 다양한 음향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탐험했으며 이런 특징은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 잘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바흐의 협주곡에 기교적 화려함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주자의 기교가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않았을 뿐이다. 바흐는 협주곡을 이끌어 나가는 대조의 게임에 방해가 된다면 독주자의 기술적 화려함을 과감하게 제거해버리기도 했다. ▶레오폴트 공작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역시 독주자의 기교보다는 대조의 묘를 살린 바흐 협주곡의 개성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바흐가 남긴 세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두 대의 바이올린이 협연한다는 점에서도 독특하지만 음악 양식상으로도 바흐의 다른 바이올린 협주곡에 비해 좀 더 고풍스럽다. 이 협주곡에선 두 대의 바이올린이 서로 선율을 엄격하게 모방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바흐의 푸가를 닮았다.

본래 ‘푸가’라는 말은 라틴어로 ‘도주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만큼 푸가 주제와 그를 뒤따르는 다른 성부의 움직임이 마치 도망치고 뒤따르는 추격전 같은 느낌을 준다. 즉 하나의 일정한 주제가 먼저 한 성부에서 나오면 몇 마디 후에 다른 성부가 응답하면서 그 주제를 똑같이 따라서 연주하는 것이 푸가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는 이런 푸가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유래한 리토르넬로 형식이 사용된 것도 이 작품의 고풍스런 특징을 보여준다. 오페라의 리토르넬로 형식은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부분과 오케스트라 반주가 붙은 독창 부분이 교대로 나타나는 형식인데, 바흐는 이 형식을 협주곡의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에 사용했다. 바흐의 협주곡에서 리토르넬로 형식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반복될수록 처음의 음악이 조금씩 변형되어 점차 화려하게 변모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일은 무척이나 큰 즐거움을 준다.

선율을 바꾸어 연주하며 완벽한 조화에 이르다

1악장: 비바체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의 힘찬 합주로 시작된다. 1악장 첫 부분에서부터 푸가의 특성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2바이올린이 d단조로 주제를 연주하면 제1바이올린이 5도 위인 a단조로 그 선율을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으로 계속 주제의 제시와 응답이 반복된다. 주제의 제시와 응답이 유기적으로 계속되기 때문에 마치 두 대의 바이올린이 서로 마주 보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이때 두 명의 독주자가 보여주는 ‘전위 대위법’의 기교는 바흐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완벽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전위 대위법’이란 두 명의 독주자가 선율을 서로 바꾸어 교대로 연주하면서도 그것이 함께 울렸을 때 조화될 수 있게 하는 기법으로, 이 협주곡의 핵심적인 성격이다.

2악장: 라르고 마 논 트로포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선 전 악장을 통해 두 대의 바이올린이 전개해 나가는 대위법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줄어드는데, 이런 점은 특히 느린 2악장에서 두드러진다. 2악장에서 오케스트라는 주제를 거의 발전시키지 않고 단순한 반주자 역할에만 머물러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도 든다. 하지만 두 대의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음악적인 내용은 결코 진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신선하고 아름답다. 엄격한 형식으로부터 최대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바흐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3악장: 알레그로

2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단지 독주자들을 받쳐주는 역할만 하는 반면, 3악장에서는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전통적 관계를 뒤집어 놓는 놀라운 예가 나타난다. 여기서 두 대의 독주 바이올린이 마치 반주처럼 8분음표의 화음을 연주하는 동안 오케스트라가 강한 유니슨(모든 악기들이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것)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부분이 나온다. 즉 독주자들이 반주를 하고 오케스트라가 주선율을 연주하는 셈이다.

이 부분에선 마치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인 양 전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앞의 두 악장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음악적 모티브가 다양하게 전개되기에 매우 다이내믹하고 활기찬 성격을 보여준다. 빠른 16분음표의 숨 가쁜 진행이 돋보이며 생기 넘치는 오케스트라의 합주와 두 대의 바이올린이 엮어내는 활발한 연주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Arabella Steinbacher & Akiko Suwanai - Bach, Concerto for Two Violins, BWV 1043

Arabella Steinbacher, violin

Akiko Suwanai, violin

Auditorium du Louvre, Paris

2010.10.07

아라벨라 스타인바허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 1716 ‘Booth’이고, 아키코 수와나이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 1714 ‘Dolphin’입니다.

추천음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두 명의 독주자들이 서로 동질적이고 통일성 있는 음색과 연주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1. 그런 점에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그의 아들 이고르 오이스트라흐의 음반(Berlin Classics)은 이 작품의 이상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2.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음반으로는 이자벨 파우스트와 크리스토프 포펜의 음반(Hänssler)과, 율리아 피셔와 알렉산더 시트코베츠키의 음반(Decca)이 있다.

3. 고악기 연주를 선호한다면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와 앤드류 맨즈의 음반(harmonia mundi)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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