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라라와복래 2018. 7. 16. 03:10

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Richard Wagner

1813-1883

Hans Sachs: Bernd Weikl

Walther von Stolzing: Siegfried Jerusalem

Eva: Mari Anne Häggander

Sixtus Beckmesser: Hermann Prey

Veit Pogner: Manfred Schenk

Magdalene: Marga Schiml

David: Graham Clark

Chor der Bayreuther Festspiele

Orchester der Bayreuther Festspiele

Conductor: Horst Stein

Bayreuther Festspiele 1984

Bayreuth Festspielhaus

1984.07



Bayreuther Festspiele 1984 - 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Act 1, 2

Bayreuther Festspiele 1984 - 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Act 3


저마다의 인생 스토리를 지닌 채 생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스타 가수로 탄생하는 프로그램.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15세기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이름 하여 ‘장인가수’(匠人歌手). 중세 유럽에는 ‘미네젱어’(Minnesänger) 또는 ‘트루바두르’(Troubadour)라고 부르는 음유시인의 전통이 있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제목 ‘트로바토레’도 음유시인이라는 뜻이죠. 중세 독일의 세속음악 미네장(Minnesang)을 작사, 작곡하고 연주했던 음유시인들의 전성기는 1180-1250년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기사 또는 귀족이었지만, 중세 후기에는 평민 출신의 음유시인도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이 미네젱어의 전통을 계승하여 15-16세기에는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 匠人歌手)라는 명칭의 시인 겸 음악가들이 독일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들은 제화공, 재단사, 피혁공, 제빵사, 대장장이 등 본업이 따로 있는 수공업자들로, 동업조합인 길드의 엄격한 계급과 규율을 지키며 예술적 기량을 연마했답니다. 요즘도 독일에는 제조업 분야의 마이스터들이 있는데요, 마이스터가 되려면 우선 도제(徒弟)로 출발해 직인(職人)이 된 다음 마이스터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후기 중세의 마이스터징어들은 대개 A-A-B 형식의 비교적 자유로운 단선율 악곡을 만들었고, 곡의 내용은 정치적 풍자나 성서 해석을 둘러싼 우화적 소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직업이 따로 있고 노래는 부업이었기 때문에 예술적 수준이 크게 높지는 않았지만, 이 마이스터징어의 시대가 열리면서 비로소 음악은 귀족 예술에서 서민의 예술로 내려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업은 제화공, 부업은 가수

대체로 북유럽 신화에서 소재를 취한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들은 신비롭고 장중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희가극인 이 작품만은 경쾌하고 익살스런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바그너 작품 중에서는 대단히 독특한 성격을 지닌 악극이죠. 바그너 자신이 쓴 대본으로 1868년에 뮌헨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했고, 극의 배경은 16세기 뉘른베르크입니다.

1막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전주곡은 연주시간이 10분 정도 됩니다. 대단히 장중하면서도 경쾌하고 화려한 곡이어서 콘서트에서 자주 연주됩니다. 테너 주인공 발터 폰 슈톨칭은 원래 기사였지만 가문을 떠나 시민이 되려고 뉘른베르크로 옵니다. 그는 이곳에서 마이스터징어인 포크너의 딸 에파를 보고 사랑에 빠져 교회 전례 시간에도 뒤에서 몰래 에파를 지켜봅니다. 두 사람은 교회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발터는 뉘른베르크의 노래경연대회, 즉 마이스터징어 선발대회에 출전하기로 합니다. 마이스터징어로 뽑히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포크너가 약속했기 때문이죠. 에파의 유모 막달레네는 한스 작스의 도제인 다비트를 시켜 발터에게 노래경연대회의 규칙을 가르쳐주라고 합니다.

견습공들이 등장해 노래경연대회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는 금세공사, 재단사, 제화공, 모피제조업자, 제빵사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마이스터들이 대회장에 입장해 회의를 열죠. 그곳에 나타난 발터는 에파의 아버지 포크너에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포크너가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시청 서기 베크메서는 발터에게 은근히 신경을 쓰죠. 구두 장인인 한스 작스는 노래경연대회 심사위원에 일반시민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합니다. 대회 당일에 발터는 너무나 복잡하고 진부한 대회 규칙을 따르지 못해 예선에서 탈락하죠. 이 극의 주인공인 한스 작스라는 인물은 구두를 짓는 제화공 마이스터였지만,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과 관련된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당대의 유명한 풍자작가이기도 합니다. ▶뉘른베르크에 있는 풍자작가이자 마이스터징어인 한스 작스의 기념 동상

2막

2막은 라일락 향기가 진동하는 6월의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한스 작스의 집과 포크너의 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습니다. 막달레네는 한스 작스의 집으로 가서 도제 다비트에게 발터가 노래경연대회에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죠. 다비트는 그가 예선에서 떨어졌다고 알려줍니다. 에파는 아버지에게 발터의 경연 결과를 묻지만 역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에파는 한스 작스를 찾아가 얘기를 빙빙 돌리다가 발터에 대해 물어봅니다. 작스는 자신도 마음속으로 오래 전부터 에파를 사랑해 왔지만, 에파가 발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알고는 이들을 도와주려고 마음먹죠.

집으로 가던 에파는 길에서 발터와 마주칩니다. 발터는 아무래도 마이스터징어가 되긴 틀렸으니, 둘이 몰래 도망치자고 하죠. 그때 야경꾼이 나타나 밤 10시를 알립니다. 에파는 막달레네 옷으로 변장하고 나타나 발터와 도망가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챈 한스 작스는 이들을 방해합니다. 발터와 에파가 그늘에 숨어 있는데, 베크메서가 포크너의 집 앞에 와서 에파를 위한 세레나데를 부르죠. 작스는 베크베서의 노래를 듣는 동안 노래경연대회 기록원처럼 망치를 계속 두드려대며 감점을 알립니다. 하지만 창가에서 노래를 듣는 사람은 에파의 옷으로 변장한 막달레네입니다. 이를 오해한 다비트가 베크메서에게 달려들어 싸움이 벌어지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달려 나와 이 싸움에 가담하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집니다.

3막

3막이 열리면 한스 작스가 일터에서 어젯밤 일을 되새겨보고 있습니다. 발터가 작스를 찾아와, 꿈에서 황홀한 풍경을 보았다면서 그 내용을 ‘아침은 장밋빛으로 빛나고’라는 노래에 실어 설명합니다. 작스는 기뻐하면서 노래를 종이에 옮겨 적으며, 이 노래를 마이스터징어 노래경연대회 결선 때 부르라고 발터에게 말하죠. 발터가 떠난 뒤 베크메서가 작스를 찾아와 ‘아침의 노래’를 보더니, 작스가 에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하는 시라고 오해합니다. 작스는 베크메서가 몰래 훔쳐가려던 그 시를 그에게 줘버립니다. 에파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작스를 찾아옵니다. 발 한쪽이 불편하다는 말에 작스는 에파의 구두를 벗겨 고쳐줍니다. 발터가 뒤에서 ‘아침의 노래’를 부르자 작스가 그의 실력을 칭찬하고 에파는 감격합니다. 발터의 경연대회 우승을 확신하면서 에파는 작스에게 감사의 노래를 부르지요.

이제 뉘른베르크 시민들과 장인들이 모두 모여 노래경연대회 결선을 지켜봅니다. 먼저 베크메서가 나와 한스 작스에게서 받아온 ‘아침은 장밋빛으로 빛나고’를 어설프게 노래해 웃음거리가 됩니다. 그때 작스가 나서서 그 노래를 지은 사람은 발터라고 소개합니다. 발터가 다시 그 노래를 제대로 부르자 청중은 감동을 받아 환호하고, 발터는 노래경연대회의 우승자가 됩니다. 에파는 발터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워주지요. 하지만 발터는 마이스터징어의 칭호를 거부합니다. 그러나 작스의 설득으로 발터는 마침내 마이스터징어 칭호를 받아들이게 되고, 뉘른베르크 시민들이 다 함께 독일예술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노래를 합창할 때 막이 내립니다.


마이스터징어 노래경연 결선 장면

마이스터 전통과 민족우월주의적 색채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가 1868년 뮌헨에서 초연되었을 무렵 바그너는 이미 베르디와 함께 유럽 오페라계의 양대 산맥이었고, 베르디의 인기를 뛰어넘고 있었습니다. 그 명성 덕분에 네 시간 반이 넘는 연주시간에도 불구하고 초연은 대성공이었죠. 그러나 그 후 빈과 베를린의 청중은 듣기 괴로운 현대적인 음악과 멍청할 정도로 평이하고 통속적인 대본이라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특히 바그너는 이 음악극에서 독일의 마이스터 전통을 찬양하면서 민족우월주의적인 색채를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나치는 훗날 이 작품을 선전선동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요. 그런 과거사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연출가들은, 독일의 전통을 찬양하기보다는 오히려 원작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 극을 연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7년 카타리나 바그너의 연출도 역시 같은 경우인데요, 여기서 발터는 기품 있는 귀족 청년이 아니라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등장합니다. 페인트 통을 들고 다니며 아무데나 칠을 하거나 물감을 뿌리고, 기괴한 그림으로 사람들을 화내게 만들죠. 유치한 부분도 많아 관객에게서 상당히 야유를 받은 연출이었지만, 무대에 볼거리가 많고 상당히 다채로워서 초심자에게는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했습니다. 예술의 규율과 자율성의 문제, 그리고 사랑과 나이 듦에 관한 작곡가 바그너의 통찰을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에서 유쾌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Marc Albrecht/De Nederlandse Opera 2013 - 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Hans Sachs: Thomas Johannes Mayer

Walther von Stolzing: Roberto Saccà

Eva: Ana Maria Martinez

Sixtus Beckmesser: Adrian Eröd

Veit Pogner: Alastair Miles

Magdalene: Sarah Castle

David: Thomas Blondelle

Koor van De Nederlandse Opera

Nederlands Philharmonisch Orkest

Conductor: Marc Albrecht

De Nederlandse Opera 2013

Muziektheater, Amsterdam

2013.06.20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작스-발터-에파-베크메서 순)

1. 테오 아담, 르네 콜로, 헬렌 도나스, 저레인트 에반츠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드레스덴 국립 오케스트라 및 드레스덴 국립오페라 합창단. 음반, 1970년, EMI

2. 존 톰린슨, 괴스타 빈베르히, 낸시 구스타프슨, 토마스 알렌 등.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음반, 1997년, 로열오페라하우스 헤리티지

3. 제임스 모리스, 벤 헤프너, 카리타 마틸라, 토마스 알렌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오토 쉥크 연출. DVD, 2001년 메트로폴리탄 공연 실황(한글 자막), DG

4. 프란츠 하블라타,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크트, 미하엘라 카우네, 미하엘 폴레 등. 제바스티안 바이글레 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카타리나 바그너 연출. DVD, 2008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실황, 바이로이터 페스트슈필레

이용숙 (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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