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착한 詩 - 정일근

라라와복래 2011. 6. 1. 10:12

 

착한 詩

_ 정일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들의 이름 배우다 무릎을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는 간자미,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 청어 새끼는 굴뚝청어, 농어 새끼는 껄떼기, 조기 새끼는 꽝다리, 명태 새끼는 노가리, 숭어 새끼는 동어, 방어 새끼는 마래미, 누치 새끼는 모롱이, 숭어 새끼는 모쟁이, 잉어 새끼는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는 설치, 작은 붕어 새끼는 쌀붕어, 전어 새끼는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는 팽팽이, 갈치 새끼는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이 시인의 이름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이 시냇물이면 시냇물을 바다면 바다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시를 쓰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그 생명들이 다 시다. 참 착한 시다.

 

시인 정일근은 1958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실천문학에 시 '야학일기' 발표.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01년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