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권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2권 : 1차 십자군과 보에몽
3권 : 예수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김태권 글과 그림
비아북 펴냄
2011-07-08
만화로 쉽게 풀어 쓴 십자군 이야기!
마침내 김태권 작가가 ‘십자군 이야기’ 3권을 출간했다. 1권 출간 후 8년, 2권 출간 후 6년 만이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며 왜곡되지 않은 역사, 제대로 된 십자군 전쟁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이 만화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내어 큰 호응을 얻었었다. 특히 십자군 전쟁이 ‘인간의 탐욕과 광기의 산물’이라는 본질은 숨긴 채, 신의 이름으로 미개 문명을 일깨웠다는 서양 중심의 계몽론이 지배적이었는데, 작가는 특유의 위트와 반전으로 속 시원하게 뭉개며 십자군 전쟁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 책은 출간과 동시에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지식교양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김태권 작가는 3권에서 ‘정의로운 전쟁은 존재하는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적대와 공존 중 무엇이 평화에 이르는 길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지만 침략자의 자손인 예루살렘 왕국의 멜리장드 공주를 내세워 왜 우리는 무슬림과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고 처절한 싸움을 되풀이하며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역할을 거듭 반복하는지를 되묻는다. 또한 무슬림의 생존을 위한 반격이 타당한 것인지 의심한다. 작가는 평화와 생존의 메시지가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전쟁을 통한 평화와 생존은 침략 전쟁을 미화하기 위한 슬로건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한다.
김태권 작가는 힘없는 자의 무기가 ‘기억’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억은 폭력에 대항하는 마지막 무기이다. 위정자들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권력욕은 참혹한 전쟁으로 이어졌고, 힘이 곧 정의로 전락되었으며, 피를 부르는 적대만이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 통치자들 앞에서 기억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들의 독선은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총 6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1권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는 은자 피에르의 구호에서 비롯된 십자군 전쟁의 시작 이야기를 담았다. 1095년 서유럽, 은자 피에르가 나타나 이교도에게서 예루살렘을 탈환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슬람과의 전쟁을 통해 우위를 확보하려는 우르바누스 2세는 피에르를 불러들이고, 이듬해 봄에 은자 피에르는 ‘예루살렘 해방’을 위한 전쟁의 길에 오른다. 교황청의 허수아비이자 군중십자군의 리더가 된 피에르.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지역에서 첫 번째 전투를 벌였으니, 바로 1096년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무지한 군중십자군은 목적을 상실한 채 가는 곳마다 약탈과 학살을 일삼고, 결국 투르크의 술탄 아르슬란에 의해 니케아에서 전멸한다. 동로마 황제 알렉시오스는 피에르와 소수의 십자군 생존자를 구출하여 콘스탄티노플로 데려오는데…
2권 ‘1차 십자군과 보에몽’
‘1차 십자군과 보에몽’은 1차 십자군과 전사 보에몽의 이야기를 담았다. 군중십자군이 쓸고 간 1년 뒤,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로 1차 십자군의 본대가 들이닥친다. 특히 노르만 전사 보에몽의 출현 소식에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알렉시오스 황제도 긴장한다. 한편 고드프루아와 레몽의 군대는 보에몽보다 먼저 동로마에 도착하여 동로마 제국의 군대와 일전을 벌인다. 이로써 1차 십자군전쟁이 본격화된다. 보에몽의 군대는 동로마의 지원을 받으며 투르크로 진격하여 순식간에 니케아를 함락한다. 여세를 몰아 1097년 10월 안티오키아로 출격하여 8개월여에 걸친 공방전 끝에 안티오키아를 함락하고, 보에몽은 안티오키아의 새 군주로 등극한다. 사기충천한 십자군이 최종 목적지인 예루살렘으로 향했고 1099년 6월 15일, 마침내 예루살렘을 점령한다.
3권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는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지역에 탄생한 네 개의 십자군 국가, 예루살렘 왕국의 멜리장드 공주가 극한으로 치닫는 무슬림과 십자군의 갈등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예루살렘 왕국의 보두앵 2세는 아사신의 지원과 템플 기사단을 앞세워 이슬람 전략 요충지인 다마스쿠스 점령에 나선다. 이에 이슬람의 영웅 장기는 아이유브 형제와 손잡고 반격에 나선다. 장기는 샤이자르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마침내 십자군 국가 중 하나인 에데사 백작령을 정복한다. 이후 서유럽에서 2차 십자군 파병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전쟁의 열기는 최정점에 이른다.
이 책은 이런 책
사실 우리에게 십자군 전쟁은 낯설다. 성지인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서유럽 그리스도 교도와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한 이슬람 교도들의 200년간의 기나긴 종교 전쟁이라는 지식 외에 아는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으로 유럽은 교황이 지배하는 중세가 무너지는 역사의 큰 변환점을 겪었으며, 오늘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도 연결되는 중대한 사건이다. 십자군 전쟁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해석은 향후 동서양 세계사 정립에 반드시 필요하며, 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사적 과제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내용과 형식에서 두드러진 의의와 특징을 갖는다.
_ 국내 최초 십자군 관련 서적이다. 2003년 첫 번째 권을 출간할 때만 해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조차 제대로 된 십자군 관련 이론서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작가는 원서 수십 권을 독파하며 방대한 십자군 관련 사료를 검토했다. 십자군에 관한 평가가 전문가 사이에서조차 엇갈리는 것은 사료의 빈약함에서 기인한다. 중세의 역사여서 1차 사료가 많지 않고, 유럽의 치부를 드러내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국외의 이론서조차 대부분 편파적이었다. 십자군 전쟁 참가자 숫자는 물론, 전쟁을 지휘한 기사의 이름이나 전투지 이름마저 책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어 있어 비전문가가 문헌으로 십자군 전쟁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태권 작가는 십자군 전쟁을 파악하기 위해 60여 권의 책을 읽었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인용문의 출전과 학문적 근거를 꼼꼼히 밝혀 놓았다.
_ 서구 중심의 사관을 벗어나 세계사적 관점에서 서술했다. 마치 십자군 전쟁이 서양의 선진 문명이 이슬람의 미개 문명을 일깨우려는 시도였고 이러한 계몽은 서구의 역사적 사명이자 숙명인 것처럼 미화되었는데, 이를 넘어서려면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소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서양인이 바라본 세계사에 익숙해지면서 은연중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서양 중심적이다. 이 책은 무슬림이 바라본 십자군 전쟁의 기록을 최대한 인용해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십자군전쟁을 접근하고자 했다.
_ 오리엔탈리즘이 가지는 계몽주의적 시각을 벗겨냈다. 서양 중심의 신화와 역사서를 보면 흔히 ‘서양은 문명인이고 전쟁을 통해 주변의 야만인을 문명화했다’는 계몽주의적 시각이 많이 침투해 있고,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부시의 이라크 전쟁과 같은 사건을 옹호해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시의 이라크 전쟁과 서유럽의 십자군 전쟁은 900여 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전쟁이 어떠한 명분도 도덕성도 정의도 없다는 것이다. 200년간 이어졌던 이 명분 없는 전쟁의 대가는 처참한 기아와 살육, 그리고 당사자인 교회의 몰락이었다. 유럽의 패배와 교황권의 추락을 가져온 십자군 전쟁의 결말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들의 참혹한 결말을 보여주고자 했다. 김태권 작가는 서양뿐 아니라 이슬람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잣대와 기준을 두어서 계몽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인물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할 때 문제시되는 역사 왜곡이나 영웅 사관을 최대한 배제했다.
_ 특히 이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평화공존 교과서라 하겠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십자군 전쟁 이전까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했고, 이슬람이 다른 종교 신자들을 강제로 개종시키지 않았으며, 두 종교 간의 ‘문명 충돌’ 개념이 십자군 전쟁 동안 고의로 만들어져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 2권에서 평화를 위한 어떠한 전쟁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관용과 공존만이 인류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_ 중세 미술작품과 자료를 참고하여 등장인물을 구현했다. 중세의 유럽과 이슬람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중세의 대표적 미술 작품인 바이외 태피스트리와 비잔티움 회화와 이슬람 회화 등을 참고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은자 피에르는 당시 은자 그림에서 의상을 참고했고, 동로마 황제 알렉시오스는 실제 초상화를 모델로 했다. 십자군 병사들은 로마네스크 양식, 이슬람 병사들은 비잔티움 양식으로 그렸다.
*이런 정보를 즐겁고 명료하게 얻을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만화의 힘이 아니던가!_ 박재동(만화가)
*십자군이란 말을 듣자마자 성스럽다, 용감하다, 자기희생적이다, 정의롭다… 이런 낱말들이 좌르르 연상된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_ 허병두(숭문고 교사)
*중세 유럽을 이해하는 걸작 만화_ 최성일(출판평론가)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끄집어 내 현재와 미래의 폭력에 맞선다_ 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십자군전쟁을 통해 ‘온고지신’의 교훈을 찾아내고 있다_ 이영미(만화 스토리 작가)
*기독교 중심이 아닌 이슬람 중심의 시선을 통해 균형 잡기를 시도한 책_ 이우일(북칼럼니스트)
*중세 유럽과 이슬람권의 역사 이해는 이 책만으로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_ 김남훈(만화 칼럼니스트)
김태권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에서 그리스와 라틴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2002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만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를 작업했다. 중세 이슬람과 유럽의 역사를 현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재해석하여 지식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태권은 작품을 시작하기 전 내용적으로는 국내외 참고문헌을 두루 섭렵해 자기 것으로 체화하며, 형식적으로는 그 시대상과 인물을 창조적으로 고증해 시사적이며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이다.
“이번엔 관용과 공존을 말하고 싶었죠”
8년 만에 ‘십자군 이야기’ 3권 펴낸 김태권씨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십자군 전쟁의 진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관용과 공존이에요. 한국 사회는 다문화사회가 돼가고 있는데도 일각에선 무슬림 등 우리와 다른 인종, 문화에 대해선 혐오감, 거부감을 갖고 있거든요. 한국인들은 요즘 마음속에 불덩이를 지닌 채 사는 것 같아요. 일종의 화병이겠죠. 그런데 이 불덩이가 자칫 방향을 잘못 잡으면 우리와 다른 인종과 문화, 또는 우리 안의 소수자들을 공격하는 과격한 극우 운동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걱정을 안고 만화를 그렸어요.”
만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비아북) 전 3권이 출간됐다. 8년 만에 1, 2권의 개정판과 후속 3권을 묶어 선보인 것이다. 3권은 이슬람 지역에 탄생한 네 개의 십자군 국가들의 영토 확장에 대한 야욕과 무슬림의 반격을 담고 있다.
서양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십자군 전쟁을 기록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1권이 출간되자마자 지식교양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인기(1권 20만부, 2권 5만부 판매)를 끌었다. 지난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태권은 “2003년 처음 십자군 전쟁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한 건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부시는 ‘악의 세계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벌일 21세기 첫 전쟁은 십자군 전쟁’이라며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어요. 십자군 전쟁에 대한 부시의 무지를 드러낸 거죠. 로마 교황청도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은 이슬람 국가들에 십자군 원정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는데 말이죠. 내 무기인 만화로 이라크전이 왜 잘못된 전쟁인지를 십자군 전쟁을 통해 고발하자고 결심했어요. 서양 중심의 역사관에선 십자군 전쟁이 마치 이슬람의 미개 문명을 서양의 선진 문명이 일깨우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미화되고 있지만, 사실은 약탈을 위해서였잖아요.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간 침공의 목적도 십자군 전쟁과 같죠.”
십자군 전쟁을 파악하기 위해 그는 원서 수십 권을 독파하고 방대한 십자군 관련 사료를 검토했다. 중세 유럽과 이슬람 분위기는 중세의 대표적 미술 작품인 바이외 태피스트리와 비잔티움, 이슬람 회화 등을 참고했다. 그는 “작업을 하다보니 이슬람 세계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 혹여 제가 이슬람에 너무 편향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했다”며 “그러나 책의 내용은 여러 사료 가운데 공통된 사실만 넣었기 때문에 편파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만화책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십자군 전쟁 전까지 평화롭게 공존했고 이슬람이 다른 종교 신자들을 강제로 개종시키지 않았으며, 두 종교 간의 문명 충돌 개념이 전쟁 동안 고의로 만들어져 되돌릴 수 없는 갈등의 씨앗이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재미 있는 이유는 김 작가의 톡톡 튀는 위트, 폭넓은 시사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성을 구현하고 있어서다. 가령 포에니 전쟁 이후 로마 사회가 값싼 해외 농산물로 인해 농민층이 몰락한 일을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협상에 반대해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 열사 이야기와 연결해 소개하거나, 사회 개혁을 주장하다 귀족들에 의해 살해당한 그라쿠스 형제 이야기에 ‘좌파 빨갱이’란 표현이 등장하는 식이다. 기득권을 포기하기 싫은 보수 귀족들의 반발을 “저 좌파 빨갱이 녀석을 해치우자!”라는 대사로 현실 사회에 빗댄 것이다.
“애초부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대나 중세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니까요. 이는 제가 만화가가 된 이유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동시대인들과 소통하기 가장 좋은 매체가 저로선 만화였거든요.”
저자는 서울대 미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에서 그리스와 라틴 고전문학으로 석사학위를 수료했다. <십자군 이야기>는 총 6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경향신문 ‘책과 삶’ 박주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