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길의 길' - 함민복

라라와복래 2011. 10. 31. 11:17
 

길의 길

함민복


길 위에 길이 가득 고여 있다

지나간 사람들이

놓고 간 길들

그 길에 젖어 또 한 사람 지나간다


길도 길을 간다

제자리걸음으로

제 몸길을 통해

더 넓고 탄탄한 길로

길이 아니었던 시절로


가다가


문득 

터널 귓바퀴 세우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소리 듣는다


_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에서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노래한 함민복 시인은 1962년 충청북도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4년간 근무하다가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강화도 화도면 동막리에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 쓰는 것 말고 다른 직업이 없는 전업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