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눈 - 김수영

라라와복래 2012. 1. 27. 10:33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김수영(金洙暎)

1921.11.27(종로)~1968.6.16(수유리)

황동규 선생이 그러셨던가.

김수영의 눈은 사슴의 눈과 닮았다고..

이중섭의 눈과 함께 오래 기억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