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vořák, Als die alte Mutter, Op.55-4
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Antonín Dvořák
1841-1904
Anna Netrebko, soprano
Emmanuel Villaume, conductor
Prague Philharmonia
2008
Songs my mother taught me,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In the days long vanished. 오래전 지나가버린 시절.
Seldom from her eyelids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Were the teardrops banished. 마를 날이 없었지.
Now I teach my children, 이제 내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네,
Each melodious measure. 각각의 아름다운 소절을.
Oft the tears are flowing, 가끔 눈물이 흐른다네,
Oft they flow from my memory's treasure. 소중한 기억으로부터 가끔 눈물이.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세 아이를 저세상으로 보낸 뒤인 1880년 이 노래를 작곡했다. 이 노래를 들어야 할 아이들은 세상에 없었다. 하지만 이 노래를 가르쳐주며 눈물 흘리셨던 어머니의 모습은 추억 속에 살아 있었다. 어머니는 슬픔에 잠긴 아들을 말없이 안고 함께 울어주었다.

32살에 결혼한 드보르자크는 아직 작곡가로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소시민들이 사는 임대주택을 빌려 살았고,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틈틈이 피아노 레슨까지 해야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다. 결혼 3년째인 1875년, 드보르자크는 교향곡 3번과 4번 등의 작품으로 응모하여 오스트리아 정부가 ‘젊고, 재능 있고, 가난한’ 예술가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5년 연속으로 받게 된 이 장학금으로 쪼들리던 생활이 좀 나아지게 되었다. 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당대의 거장 요하네스 브람스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드보르자크와 아내 안나
드보르자크에겐 작곡가로서 활짝 피어날 길이 열렸고, 아이들에게도 남부럽지 않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인간의 행복을 시샘하듯 불쑥 들이닥치는 법이런가, 급작스레 첫 아이를 잃는 불행이 단란한 가정에 찾아든 것이다. 부부는 종교에서 위안을 찾고자 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곡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의 비통을 그린 걸작 <스타바트 마테르(어머니가 서 계시네)>(Op.58, 1876~1877)이다.
그러나 1년 반 뒤, 둘째 딸과 첫 아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젊은 부부는 넋을 잃고 쓰러졌다.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 그리고 그에 대한 추억이었다.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는 그러한 부부의 심정을 담아낸 곡이다.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는 독일 시인 아돌프 헤이두크(Adolf Heyduk, 1835-1923)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집 <집시의 노래>(Op.55, 1880) 일곱 곡 중 네 번째 노래로, 드보르자크는 이 노래에서 ‘참척(慘慽,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것)’의 슬픔을 어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그 후 드보르자크 부부는 2남 4녀를 두었다.)

고향 넬라호제베스에 있는 드보르자크의 생가. 현재는 이 고장이 낳은 대작곡가를 기리는 기념관이 되었다.
드보르자크는 체코의 시골 넬라호제베스에서 14남매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정육점을 했고 가업을 맏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다. 덕분에 드보르자크는 정육점 면허를 가진 유일한 작곡가가 되었다. 아버지는 치터 연주에 솜씨가 있었고, 직접 춤곡을 작곡해서 연주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고 한다. 결국 드보르자크는 아버지로부터 가업 대신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셈이다.
어머니 안나 즈덴코바는 지방 영주 집사의 딸로 품위 있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두 외삼촌은 각각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 트럼펫 연주자였다고 하니, 어머니 안나도 음악과 가까웠을 것이다. 어머니가 드보르자크에게 음악적 재능을 물려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느 어머니처럼 그녀도 아기 드보르자크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자장가를 불러주었을 것이다. 평범한 어머니, 아니, 평범하기 때문에 위대한 모든 어머니. 훗날 아들이 가장 큰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부드럽게 일으켜 세워준 것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