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살롱

스마트폰 사진 특강 (2) - 스마트폰 카메라, 설정을 바꿔보자

라라와복래 2015. 3. 1. 11:53

스마트폰 사진 특강 (2)

스마트폰 카메라, 설정을 바꿔보자

스마트폰 카메라는 피사체를 겨냥하고 화면에 보이는 대로 셔터 단추를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스마트 똑딱이 카메라’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모든 것을 기계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전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초기 설정을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공장에서 출시될 때의 스마트폰 카메라 설정 그대로 찍어도 사진은 나오게 마련이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몇 가지 설정을 자신에게 맞게 바꾸면 더욱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격자를 띄우시오

스마트폰 카메라 설정에서 ‘격자(grid)’ 또는 ‘안내선(guideline) 표시’ 단추를 활성화시키면 촬영 모드 화면에 가로와 세로로 두 개의 흰 줄이 생긴다. 화면이 9개의 균등한 구역으로 나뉘어 표시되고 촬영한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지원하는 매우 쓸모가 있는 기능임에도 이를 모르거나, 알고도 쓰지 않는 사용자들이 의외로 많다.

화면에 기준선이 있으면 수직과 수평을 딱 맞추는 것이 중요한 피사체를 담을 경우에 무척 유용하다. 모든 사진이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직과 수평이 잘 잡힌 사진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물론 촬영할 때 수직과 수평을 맞추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보정할 때 바로잡을 수도 있기에 격자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일부러 수직과 수평을 무너뜨리거나 구도를 기울게 해서 사진에 긴장감을 부여하거나 생경한 느낌을 주는 등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파격적 효과를 연출하는 데도 격자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사실이다.

격자는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고, 피사체를 사진의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사진 교과서에서는 이른바 ‘3분할 구도’를 강조한다. 주요한 피사체를 사진의 한가운데보다는 상하좌우의 1/3 위치에 놓는 것이 좋은 구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철칙은 아니지만, 격자를 이용하면 사진의 구도를 보다 쉽게 설정할 수 있다.

사람 길

잠수교는 특이한 다리다. 물에 잠기는 것도 그렇고, 한강 다리들은 대개 찻길 위주인데 여기엔 사람 길과 자전거 길의 비중이 크다. 사진의 중심이 되는 하얀 차선을 정중앙에 수직으로 배치하는 데 격자의 도움을 받았다.

우회 혹은 배려

전봇대를 피해 그려진 차선이 재미있어 담으려는 순간 사람이 지나간다. 전봇대도, 차선을 그은 이도, 출연해준 이들도 고맙다. 격자를 이용해 주요한 피사체인 휘어진 노란 차선은 왼쪽 1/3 지점에, 전봇대와 행인은 위쪽 1/3 지점에 자리 잡게 했다.

플래시는 꺼두셔도 좋습니다

플래시(flash)는 어두운 곳에서 피사체에게 강한 빛을 쏘아주는 기능을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플래시는 대개 세 가지 모드를 제공한다. ‘켬(사용)’은 촬영할 때마다 무조건 플래시를 터뜨려주고 ‘끔(해제)’으로 해 놓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자동’으로 설정하면 플래시 작동을 스마트폰이 알아서 판단해준다. 필자는 ‘끔’을 기본으로 해 놓는다. ‘켬’ 또는 ‘자동’으로 설정했다가 내 의도와 무관하게 플래시가 터져 당황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플래시의 성능도 열악해서 색 표현이 부자연스럽거나, 사람을 찍으면 눈이 빨갛게 나오는 적목(赤目) 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플래시 성능이 대폭 개선되어, 색감이 상당히 정확해지고 적목 현상도 교정되었으며 비교적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플래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전문 장비에 비해서는 광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플래시를 사용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별로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촬영한 뒤에 후보정을 통해 밝기를 조절한 결과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아래 사진처럼 가까운 곳에서 플래시 불빛을 받은 피사체가 평소와 다른 의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깜놀

꽃들의 비명이랄까? 플래시를 터뜨리자 수선화들이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흑백으로 변환하니 배경이 깔끔해지면서 꽃들이 너무 놀라 입까지 벌린 듯한 얼굴 모습이 두드러졌다.

HDR, 순간 합성의 기술

‘HDR(High Dynamic Range imaging)’은 밝은 사진, 보통 사진, 어두운 사진을 순간적으로 연속 촬영해 잘 나온 부분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노출이 다른 영역에서 선명한 부분을 뽑아내, 밝은 영역에서 색이 날아가거나 어두운 영역이 뭉개지는 현상을 보정해준다. 이 기능은 역광 상황이나 밝기 차이가 심한 곳, 어두운 곳에서 찍은 사진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설정에서 ‘HDR 끔/켬/자동’ 단추를 눌러 작동 여부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첨단 기능은 상황에 따라 매우 유용하지만 단점도 있다. 연속 촬영이기 때문에 손이 많이 떨리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으면 흔들린 이미지가 겹쳐 보이게 된다. 부지런한 사용자라면 매우 안정된 상황에서는 HDR을 켜고, 흔들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끄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 줄 사진 중 왼쪽은 어둡고, 오른쪽은 너무 밝으며 가운데는 적정 노출이다. 연속 촬영한 이 세 장의 사진을 합성해 만든 위의 HDR 사진은 멀리 있는 구름과 산, 그리고 앞의 장작더미가 모두 잘 표현되었다

적절한 화면 비율과 화질을 설정한다

화면 비율을 비교한 그림. 빨강선이 4:3, 초록선이 16:9, 파란선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와이드스크린 영화에서 쓰이는 2.39:1이다.

‘화면 비율(aspect ratio)’은 흔히 ‘가로세로비’라고도 한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화면 비율은 대체로 4:3과 16:9두 가지인데, 4:3은 친숙하고 편안하며 16:9는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인물과 일상 사진은 4:3으로, 풍경 사진은 16:9로 찍는 것이 좋다고도 한다.

iOS 계열의 스마트폰은 전체 화면의 가로세로비가 16:9이지만 촬영할 때의 화면은 4:3이다. 촬영할 때는 4:3과 가로세로 비율이 똑같은 정방형(1:1) 규격이 지원되며 저장 용량 설정은 따로 없다. 반면에 안드로이드 계열의 스마트폰은 촬영 화면 비율을 4:3과 16:9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화면 비율 변경에 연동되어 저장 용량이 차이가 나는 방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인물과 풍경을 찍을 때마다 이 설정을 변경하기는 번거롭기 때문에 사용자는 초기 설정을 해 놓고 촬영한 후에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기(crop)’ 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4:3 설정에서 촬영한 사진의 위아래를 잘라내면 16:9로, 거꾸로 16:9의 좌우를 잘라내면 4:3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자르기를 할 경우에는 잘려나가는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해 초기 설정 값을 결정해야 한다. 가장 작은 용량인 경우에는 스마트폰에 저장할 때 부담이 적고 SNS나 웹에 사진을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원하는 크기로 인화하기에는 충분한 화질을 구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만두 하다

중심이 되는 우산 쓴 남녀와 만두집 사람, 그리고 퍼져 나가는 김이 4:3 화면 비율 속에 꽉 차게 담겼기 때문에 굳이 16:9로 펼쳐진 화면은 필요하지 않다.

후쿠시마의 봄

일본 후쿠시마의 쓰나미 재해 지역에 떠내려 온 음료수 자판기. 가로로 길게 펼쳐진 16:9 화면 비율이 황량하고 초현실적인 풍경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숨겨진 기능을 사용해본다

스마트폰 중 일부 기종은 이 설정 화면에서 보여주듯이 디지털 카메라에 못지않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닮아가고, 스마트폰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따라간다. 최근 카메라의 발전 추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더욱 작고 가볍고 얇아질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만이 갖고 있던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 접속 기능,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OS 탑재, 앱(application) 사용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또한 이에 뒤질세라 화질 개선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의 다양한 기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카메라 중 일부 기종은 촬영 환경에 따라 노출(exposure), 측광(photometry), 화이트 밸런스(white balance), 사진 감도(ISO) 등을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전문가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웃 포커스(out-of-focus), 얼굴 인식, 스포츠 촬영 등 디지털 카메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들도 지원한다.

사진과 글 한창민 (스마트폰 사진가) 사진을 전공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2012년 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년 동안 만여 장 넘게 촬영했고, 찍은 사진들을 매일 SNS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사진에 입문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한창민 사진전_지난 일년>을 열어 초보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오픈하우스)가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사진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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