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 최승자

라라와복래 2015. 8. 4. 09:21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최승자

움직이고 싶어

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깨고 싶어

부수고 싶어

울부짖고 싶어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

까무러쳤다 십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출전 : <이 時代의 사랑>(문학과지성사)

시를 배달하며

이렇게 온몸으로 살고 싶은 시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때때로 옛일로 잠 안 오는 밤엔 피가 나도록 피가 나도록 이빨을 닦자고 하던 시인, 당신은 동에서 나는 서에서 그렇게 이빨을 닦자고 하던 시인은 지금 어디에서 혼자 울고 있을까.

“환희처럼 슬픔처럼/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이라고 사랑을 노래한 최승자를 아픈 사랑으로 불러본다. 원래 사랑의 환희는 잠깐이요, 슬픔은 나이테처럼 박혀 한 생애가 된다지만 언젠가 그녀가 전화로 고백한 것처럼 “검은 콩 먹고 나는 팔십까지는 살 거예요”라던 말을 깊게 믿고 싶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최승자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시집 <이 時代의 사랑>, <즐거운 日記>, <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 <연인들>, <쓸쓸해서 머나먼> 등과 번역서 <굶기의 예술>, <죽음의 엘레지>, <침묵의 세계>, <자살의 연구>, <상징의 비밀>, <자스민> 등이 있다.

낭송 조윤미  배우. 연극 <푸르른 날에>, <슬픈 인연> 등에 출연.

음악 정진영 / 애니메이션 제이 / 프로듀서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