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 E장조(Bartók, Piano Concerto No.3 in E major, BB 127)

라라와복래 2018. 7. 13. 15:42

Bartók, Piano Concerto No.3 in E major, BB 127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 E장조

Béla Bartók

1881-1945

Martha Argerich, piano

Yuri Bashmet, conductor

Toho Gakuen Orchestra

Iichiko Grand Theater, Oita

2007.04.14


Martha Argerich - Bartók, Piano Concerto No.3 in E major, BB 127

2007년 제9회 벳푸(別府) 아르헤리치 음악제(Music Festival Argerich's Meeting Point in Beppu)에서의 공연입니다. 이때 아르헤리치의 나이가 66세, 그럼에도 건반을 두드리는 힘이 굉장하네요. 비올리스트 거장인 유리 바슈메트가 지휘를 맡은 것도 이채롭습니다. 일본의 온천 휴양지로 손꼽히는 벳푸, 매년 벚꽃 향이 가득한 봄이 되면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방문하여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고 있습니다._라라와복래


버르토크는 원래 피아니스트로 출발하여 연주회 무대에 당당히 비르투오소로 서는 것이 꿈이었다. 현대에 남아 있는 버르토크의 피아노 녹음들을 들어보면 당시 헝가리의 최고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던 도흐나니와 같은 헝가리 피아니스트들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은 듯하다. 낭만적이고 자의적이며 감정의 기복을 중시하는 버르토크의 피아노 솜씨는 어떻게 보면 작곡이나 음악학, 민속학과 같은 그의 다른 장르의 직업들에 비하면 이류 정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작곡과 음악학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 생각했고 피아노 연주는 그저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작곡가-비르투오소의 전통을 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르토크는 당대 최고 수준의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었다. 1905년 안톤 루빈스타인 콩쿠르에 참가한 버르토크는 안타깝게 빌헬름 박하우스에게 1위를 넘겨주며 2등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지만, 낭만주의자인 버르토크와 모더니스트인 박하우스는 서로의 연주를 높이 평가할 정도로 두 사람은 막강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특히 버르토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최고의 해석가(라흐마니노프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들은 자신의 작품에서 최고의 해석을 보여주진 못했다)로서 커다란 영향력을 끼쳤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작품만을 연주하기를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매니지먼트들은 그에게 자작자연을 요구했고 후배 연주자들도 자신의 작품만을 배우기 원했으며 음반사에서도 자작자연만 고집했던 탓에, 그는 선배 작곡가들에 대한 훌륭한 해석을 선보일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이 작품에 있어서 성경과도 같은 원전성을 갖는 것처럼, 비록 버르토크는 협주곡을 녹음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이후 버르토크 스페셜리스트로 일컬어진 언도르 폴데시나 죄르지 산도르, 죄르지 세보크를 비롯한 많은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과 연주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와 더불어 버르토크가 남긴 기록들과 지시들 또한 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해석하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으로 남아 있다.

그의 많은 피아노 솔로 작품들도 중요하지만, 작곡가-비르투오소의 전통을 잇는 예술가로서 버르토크의 위대함은 바로 피아노 협주곡에서 비롯한다. 그의 많은 장르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어떤 특정한 작품을 독립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적합한 일은 아니지만,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특별한 시대적, 음악적, 역사적 중요성을 띠고 있다.

버르토크는 작곡과 오케스트레이션에서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었고, 당시 음악 경향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거쳤으며, 특히 바로크 초기 작곡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옛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26년 이후 작곡된 그의 피아노 작품들의 상당 부분은 실질적인 목적에서 작곡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자신의 연주회 목록을 보다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인해 그는 건강이 악화되었다. 그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고 있다. ▶헝가리 남동부 촌그라드 주에 위치한 도시 머코(Makó)에 세워져 있는 버르토크의 조각상. 그는 리스트와 더불어 헝가리의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받고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오랜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소. 나는 마치 오랜 시간을 침대 위에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던 환자가 팔과 다리를 겨우 움직여서 일어난 뒤 한두 발을 내딛으려고 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오. 이러한 인간은 하르마샤타르 동산에 설 수 없는 법이지. 어찌 되었든 나 역시 되도록 천천히 움직여야만 한다오. 그래서 나는 피아노 작품 몇 개만을 가까스로 작곡할 수 있었소. 아직도 나에게는 모든 것이 벅차기만 하오.”

오늘날 버르토크 피아노 음악은 그 해석에서의 많은 오류로 왜곡에 가까운 시련을 겪고 있다. 버르토크가 CBS에서 남긴 ‘미크로코스모스 리코딩’의 경우 자신이 악보에 남긴 지시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리코딩으로 남긴 바 있다. 탁월한 피아니스트로서 뛰어난 해석가이기도 했던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리듬의 향연과 정교한 앙상블을 통한 구조의 현대적인 이미지 창출, 여기에 연주자 자신의 독창적인 감수성이 어우러지며 전혀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특히 2번 협주곡은 지나칠 정도로 고난도의 테크닉과 원시적인 효과에 집착하여 민속적인 리듬감이 주는 소박하면서도 운무적인 성격을 잃어버리곤 했다. 언젠가부터 라흐마니노프의 저 찬연한 낭만주의가 희미해진 감상성으로 변질되었듯이, 버르토크의 남성적이고 무곡적인 에너지 또한 가학적이고 파괴적인 피아노 타격으로 망가진 측면이 많다.

피아노 협주곡 3번 E장조

버르토크는 이 작품을 1945년 봄에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오케스트라 반주를 수반한 피아노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작곡가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었다. 대신 그는 아내가 초연 시 독주를 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병으로 인해 독주자로서 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내에게 이 작품을 초연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의 초연은 자신의 제자인 죄르지 산도르의 독주와 유진 오먼디의 지휘로 1946년 2월 8일에 이루어졌다. 이 작품의 판권이 누구에게 주어졌는가는 오늘날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버르토크의 아내 디터 파스토리(Ditta Pásztory)는 이 작품을 1960년대부터 연주하기 시작했고 음반도 녹음했다. ▶벨러 버르토크와 그의 아내 디터 파스토리. 파스토리는 버르토크의 피아노 아카데미 제자였으며, 결혼 당시 버르토크는 42세, 파스토리는 19세였다. 파스토리는 당대의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버르토크는 이 작품의 모든 설계를 끝마쳤지만 마지막 17마디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리하여 마지막 오케스트레이션이 완성되지 못한 17마디는 티보르 세를리가 완성시켰다. 오늘날 사람들은 버르토크의 오리지널 악보를 거의 완성본으로 간주하지만, 버르토크는 사실 이 작품의 표현 및 템포 기호에 대해 최종적인 점검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의 음악을 악보에 옮겨낼 수는 있었지만 이에 살아 있는 표정까지를 입히지는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3번 협주곡은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자주 연주되는 명곡으로 사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하나로 존경받고 있다.

Bartók, Piano Concerto No.3 in E major, BB 127

András Schiff, piano

Sir Mark Elder, conductor

Hallé Orchestra

BBC Proms 2011 Prom 9

Royal Albert Hall, London

2011.07.21

추천음반

1. 가장 먼저 두 명의 헝가리인 게자 안다와 페렝크 프리차이의 연주(DG)가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에서 가장 정통적인 명연으로 그 위상이 높다.

2. 버르토크의 제자이자 3번 협주곡 초연을 맡은 죄르지 산도르의 두 번에 걸친 리코딩 또한 작곡가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연주로서, 이 가운데 아담 피셔의 지휘로 녹음한 디지털 리코딩(SONY)이 음질과 원숙미가 훨씬 높다.

3. 헝가리 계열의 가장 최근 녹음으로 졸탄 코치쉬와 아담 피셔의 녹음(Philips)도 훌륭하며,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안스네스, 그리모가 피에르 불레즈의 지휘로 차례로 녹음한 앨범(DG) 또한 버르토크에 대한 새롭고 독창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왔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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