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내 마음 그 깊은 곳에(시 김명희, 곡 이안삼) - 소프라노 임청화 & 테너 이현

라라와복래 2018. 9. 14. 10:27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시 김명희, 곡 이안삼

소프라노 임청화 & 테너 이현

제21회 서울신춘가곡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5. 3.24



가곡 ‘내 마음 그 깊은 곳에’는 시인 김명희의 시에 작곡가 이안삼이 곡을 붙여 2000년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한국작곡가회가 주관한 ‘이안삼 가곡의 밤’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율쳄버오케스트라가 협연했으며 노래를 부른 성악가는 누구인지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11월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선일보사 주최 ‘제11회 한국가곡제’에 출품되어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테너 박세원이 불렀습니다. 이후 이 곡은 많은 성악가들에 의해 불리고 있으며, 여성 3부 합창과 혼성 4부 합창 등으로도 편곡되어 합창경연대회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작가 김광한은 이 곡에 대해 “어렵지 않으면서 쉽고도 간결한 가사, 마치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문장의 유려함, 그 안에 내재된 애잔하고도 서러우면서 그리운 메시지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고향 속에서 정다운 사람이 손짓하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다음은 2015년 3월 6일 제21회 ‘서울신춘가곡제’를 앞두고 「여성경제신문」이 마련한 대담에서 ‘노래하는 CEO’ 이정식 서울문화사 대표와 이안삼 작곡가가 나눈 대화의 일부를 옮긴 것입니다.

이정식 60여 년 가깝게 작곡 활동을 해 오시니 수많은 곡을 발표하셨고 많은 명곡도 만드셨습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으신가요? 발표하신 곡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이안삼 가곡은 250여 곡, 종교음악이 100여 곡, 기악이 13곡 정도 됩니다. 2000년에 작곡 발표한 ‘내 마음 그 깊은 곳에’가 여러분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라는 곡에 애착이 갑니다. 시인 문효치의 시에 제가 곡을 붙였는데, 지난해 제11회 이안삼 가곡의 밤에서도 맨 마지막에 연주한 노래입니다. 보통 가곡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15년 내외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가곡의 성숙기라고 하죠.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가 2010년 『이안삼 가곡집』을 통해 발표됐으니 아직 10년은 남은 셈이죠(하하). 오랜 동안 작곡을 해왔지만 매번 힘들고 어렵습니다. 예술가의 숙명이지요. 그럴 때마다 스승이신 김동진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이정식 불후의 명곡 ‘가고파’를 만드신 김동진 선생님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신 건지요? 김동진 선생님과의 추억 몇 가지 소개해주시죠.

이안삼 경희대 음대 시절 저의 은사십니다. 원래 제가 기악과로 입학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작곡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이후로 제가 작곡 60년 인생을 살게 됩니다. 선생님은 아주 검소하시고 겸손하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곡을 무대에 올리면 당신께서는 “젊은이들의 노래를 많이 해라”고 주문하시곤 했어요. 후학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더 많은 기회를 주라는 뜻이셨죠. 제자들을 나무라는 적도 없었습니다. “잘한다. 잘한다” 하시면서 누구에게나 용기를 주시는 분이셨죠. 그러나 자신에게는 엄격했습니다. 한 벌 외투를 40년 넘게 기워 입으셨습니다. 교통사고 때문에 지팡이를 짚으셔도 94세 연세에 제자들이 잡아주는 택시도 마다하고 지하철로 귀가하시던 분이셨구요. 식당에서 잔반이 남으면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며 강아지 준다고 싸가지고 가셨구요. 작곡하시다가 출출하면 라면도 직접 끊여 드셨습니다. 늘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시면서 지내셨죠. 그분이 연주하시던 바이올린이 생각납니다.

이정식 국내 최고의 작곡가들이신 ‘그리운 금강산’의 최영섭, ‘고향의 노래’의 이수인, ‘사랑하는 마음’의 임긍수, 이안삼 등 이렇게 네 분이 모여 ‘4인 그룹’을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하셨죠? 어떤 계기로 모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이안삼 원래 다들 잘 아는 사이였죠. 음악계에서 오래 활동했으니까요. 작곡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동료애가 더 강했습니다. 2005년부터 모여서 활발하게 활동했지요. ‘4인 예술가곡집’이라는 이름으로 4집까지 발표했으니까요.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자부합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라, 음악의 길은 험난합니다. 또 끊임없이 연습하고 고뇌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새 양복을 오래 입어야 몸에 맞듯이, 노래도 자꾸 연습해야 익숙해지고 표현도 좋아집니다. 특히 우리 가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가곡이 죽으면 우리의 시와 언어도 죽는 것이고, 역사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자산이기도 하죠. 시조와 판소리처럼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것이 가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안산시립합창단

지휘 박신화

작곡가 이안삼 일본 나고야 출생. 1961년 김천고등학교를 거쳐, 1965년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1980년까지 마산중학교와 김천고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1982년 미국 브루클린 음대 작곡과를 졸업했고, 줄리아드 음악원 지휘과를 수료했다. 가곡과 합창곡을 포함 음반 7집을 냈으며, 『이안삼 가곡집』을 3집까지 출판했다. 우리가곡제정위원회, 포럼 우리시 우리음악, 대한민국가곡제, 서울가곡제, 사계음악축제, 다문화국민음악회 등에서 대표 또는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우리 가곡의 발전과 계승을 위해 힘썼다. 또한, 순수 우리 가곡 활성화를 위해 2012년 옥타브여성합창단(단장 이경숙), MTC혼성합창단(단장 한윤동), LEE하우스중창단(단장 정석운)의 3팀을 창단, 활성화시켜 우리 음악 창달에 기여하고 있다. 음악 칼럼과 평론을 쓰는 한편, 포털사이트 다음에 <이안삼 카페 http://cafe.daum.net/ansamlee>를 개설해 현재 6,000명이 넘는 회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17개국 해외동포와 문화 교류를 하고 있다.


2018년 8월 19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제12회 이안삼의 음악여정’ 음악회에서 출연 성악가 18명이 피날레로 ‘내 마음 그 깊은 곳에’를 노래하고 있다. 객석을 가득 메운 600여 명의 청중들도 모두 함께 따라 부르면서 현재 폐기종으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안삼 작곡가의 쾌유를 빌었다.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