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말러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Mahler, 5 Ruckert-Lieder)

라라와복래 2018. 9. 17. 04:44

Mahler, 5 Ruckert-Lieder

말러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

Gustav Mahler

1860-1911

Magdalena Kožená, mezzo-soprano

Simon Rattle, conductor

Rotterdam Philharmonic Orchestra

De Doelen, Rotterdam

2006.11.04


Magdalena Kožená - Mahler, 5 Ruckert-Lieder

(00:00) 1. 아름다움을 사랑하신다면(Liebst du um Schönheit) - (02:33) 2. 나의 노래를 엿보지 마세요!(Blicke mir nicht in die Lieder!) - (04:05) 3. 한밤중에(Um Mitternacht) - (10:13) 4.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네(Ich atmet' einen linden Duft) - (13:25) 5.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말러는 미완성 작품 1곡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교향곡과 가곡의 중간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대지의 노래>까지 포함한다면 모두 11곡이다. 한데 말러를 거론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또 있다. 바로 가곡이다. 가곡은 음악가 말러의 출발점이자 교향곡과 더불어 말러의 음악 생애를 대표하는 장르이다. 10개의 교향곡 중에서 성악을 사용하지 않은 곡은 1번, 5번, 6번, 7번, 9번의 5곡인데, 이들 작품에도 가곡풍의 선율이 가득 담겨 있다. 이처럼 말러의 교향곡은 거의 모두 가곡에서 비롯된 영감과 체험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해도 좋다. 말러는 슈베르트와 마찬가지로 가곡과 교향곡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았다.

말러는 기존에 피아노 반주로만 이루어지던 전형적인 가곡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장대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의한 가곡을 만들어냄으로써 가곡 장르에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 피아노 반주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쳤던 표현을 다양하고 화려한 음색과 확장된 규모를 통해 연출해내려 했던 것이다. 말러는 ‘오케스트라 가곡’이라는 이 새로운 형식을 통해서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로 계보를 이어 온 19세기의 전통적인 가곡 형식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한편, 현대음악의 문을 연 쇤베르크, 베르크, 베베른 등의 신빈악파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말러는 생전에 모두 42개의 독창 가곡을 썼다. 교향곡에 들어 있는 가곡 악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52곡으로 셈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빈번히 애청되는 곡들을 작곡 시기 순으로 나열하면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4곡), <소년의 마술 뿔피리>(13곡),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5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5곡) 등이다.

말러는 자신이 가사를 직접 쓰기도 했지만 서정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riedrich Rückert ,1788-1866)의 시를 가사로 삼아 작곡하는 경우가 많았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도 뤼케르트의 시로 곡을 썼지만 이 시인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것은 말러를 통해서이다. 말러는 자신이 생전에 작곡했던 가곡의 절반가량에서 뤼케르트의 시를 가사로 사용했다. 그중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과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가 오늘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대표곡이다. 이 두 개의 가곡집에 실린 10곡은 1901년부터 1904년에 걸쳐 거의 동시에 작곡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교향곡 5번, 6번, 7번의 작곡이 진행되어서 이 세 교향곡을 ‘뤼케르트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덧붙여, 교향곡 2번, 3번, 4번은 가곡 <소년의 마술 뿔피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여 묶어서 ‘뿔피리 교향곡’이라고 부른다.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은 악곡의 분위기 면에서는 다섯 노래 사이에 유사한 점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전혀 연관이 없다. 다섯 곡 중 네 곡은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다섯 곡과 함께 1905년 1월 29일 빈에서 말러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처럼 곡의 내용이 서로 연관된 것도 아니고 또 완성된 날짜도 분명하지 않아서 다섯 곡을 부르는 순서가 다른 연가곡처럼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성악가들도 저마다 다섯 곡을 자신이 임의로 정한 순서에 따라 부른다. 다음에 붙인 각곡 설명에서의 번호 순서도 라라와복래가 임의로 정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혼동이 없기를 바란다.

1.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네’ Ich atmet' einen linden Duft!

이 곡은 1901년 6월에서 7월 사이 마이어니히에서 작곡되었다. 가사는 뤼케르트의 시 ‘봄(Lenz)’에서 가져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로 꺾어다 준 보리수 가지의 은은한 향기가 방안에 가득 차 있어 행복감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시에 등장하는 단어 Linde(보리수)와 linden(부드러운), 또 lieber(사랑스러운), lieblich(달콤한) 등 비슷한 발음의 단어들이 운율을 맞추면서 가락을 살리고 있다.

Ich atmet' einen linden Duft!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네!

Im Zimmer stand 방안에 놓여 있네

Ein Zweig der Linde, 보리수의 가지가,

Ein Angebinde von lieber Hand. 사랑하는 이가 보내준 선물.

Wie lieblich war der Lindenduft! 보리수의 향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던가!

Wie lieblich ist der Lindenduft! 보리수의 향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Das Lindenreis brachst du gelinde; 당신이 살며시 꺾어 온 보리수 가지.

Ich atme leis im Duft der Linde 나는 그윽히 보리수의 향기를 맡네

Der Liebe linden Duft. 은은한 보리수의 향기를.

2. ‘아름다움을 사랑하신다면’ Liebst du um Schöheit

이 곡은 1902년 8월에 마이어니히에서 작곡되었다. 말러는 알마와 1902년 3월 9일 결혼하였다. 신혼의 달콤한 나날을 보내며 말러가 알마를 위해 바친 이 곡은 사랑의 노래이다. 가사는 뤼케르트의 시 ‘다섯 번째 꽃다발(Füfter Strauss)’에서 가져왔다. 가사의 내용은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다. 사랑의 이유가 아름다움이나 젊음이나 보석 때문이라면 자신을 사랑하지 말고, 오직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라면 영원히 사랑해 달라고 애원한다. 말러는 이 곡을 피아노 반주로만 작곡하였는데, 1910년에 막스 푸트만(Max Puttmann)이 피아노 버전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편곡하였다.

Liebst du um Schöheit, 아름다움을 사랑하신다면,

O nicht mich liebe! 나를 사랑하지 마세요!

Liebe die Sonne, 차라리 태양을 사랑하세요,

Sie trägt ein goldnes Haar! 태양은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으니까요!

Liebst du um Jugend, 젊음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면,

O nicht mich liebe! 나를 사랑하지 마세요!

Liebe den Früling, 차라리 봄을 사랑하세요,

Der jung ist jedes Jahr! 봄은 해마다 젊은 모습으로 찾아오니까요!

Liebst du um Schäze, 보석을 사랑하신다면

O nicht mich liebe! 나를 사랑하지 마세요!

Liebe die Meerfrau, 차라리 인어를 사랑하세요,

Sie hat viel Perlen klar! 인어는 진주를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Liebst du um Liebe, 사랑 때문에 사랑하신다면,

O ja, mich liebe! 오, 네, 나를 사랑해주세요!

Liebe mich immer, 나를 늘 사랑한다면,

Dich lieb' ich immerdar! 나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3. ‘나의 노래를 엿보지 마세요!’ Blicke mir nicht in die Lieder!

이 곡은 ‘나는 보리수 향기를 맡았네!’와 같은 시기인 1901년 6월에서 7월 사이에 마이어니히에서 작곡되었다. 가사는 뤼케르트의 시 ‘금지된 눈길(Verbotener Blick)’에서 가져왔다. 가사의 내용은 작곡이 완성되기 전까지 자신의 노래를 엿보지 말라고 하면서 꿀벌들이 벌집을 짓는 것에 비유하여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말러는 자신의 곡이 완벽하게 완성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을 매우 꺼렸다고 부인 알마 말러는 말했는데, 이 시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말러 자신도 “이 시는 꼭 내가 쓴 것처럼 나의 심정을 잘 나타내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Blicke mir nicht in die Lieder! 나의 노래를 엿보지 마세요!

Meine Augen schlag' ich nieder, 나는 내 눈길을 내립니다,

Wie ertappt auf böser Tat. 마치 나쁜 짓이라도 한 것 같아서.

Selber darf ich nicht getrauen, 나는 이 노래의 성장을,

Ihrem Wachsen zuzuschauen. 지켜보게 할 용기가 없어요.

Deine Neugier ist Verrat. 당신의 강한 호기심은 배신입니다.

Bienen, wenn sie Zellen bauen, 벌들도 벌집을 지을 때

Lassen auch nicht zu sich schauen,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을 원치 않아요.

Schauen selbst auch nicht zu. 그들도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을 거예요.

Wenn die reichen Honigwaben 풍성한 벌집이 드디어

Sie zu Tag gefödert haben 햇빛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Dann vor allen nasche du! 당신이 첫 번째로 그 맛을 보세요!

4.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이 곡은 1901년 8월 16일에 마이어니히에서 작곡되었다. 특히 이 곡은 마이어니히에서의 여름휴가 막바지에 작곡된 마지막 곡이다. 가사는 뤼케르트의 시 ‘반복(Wiedergenommen)’에서 가져왔다. 이 가사는 말러의 심리상태를 잘 드러내는 곡이라고 평가된다. 말러는 “이건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라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주지 않고 표면적인 것 너머에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덧없는 세상을 떠나서 사랑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자신만의 평화로운 세상에서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말러의 진지한 마음을 잘 나타내준다. 이 노래는 그 깊이와 품격으로 말러의 가곡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Mit der ich sonst viele Zeit verdorben, 내가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보냈던 세상이지만,

Sie hat so lange nichts von mir vernommen, 세상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으니,

Sie mag wohl glauben, ich sei gestorben! 아마도 내가 죽은 것으로 믿고 있겠지!

Es ist mir auch gar nichts daran gelegen, 그렇다고 해도 내게는 상관없네,

Ob sie mich für gestorben hält. 내가 죽은 것으로 믿고 있다 해도.

Ich kann auch gar nichts sagen dagegen, 그것을 나는 부정할 방법이 없네,

Denn wirklich bin ich gestorben der Welt. 사실 나는 이 세상에서 죽은 자나 다름없으니까.

Ich bin gestorben dem Weltgetümel, 세상의 소란도 나와는 상관이 없고

Und ruh' in einem stillen Gebiet! 조용한 왕국에서 평화를 누리네!

Ich leb' allein in meinem Himmel, 나는 나만의 천국에서 혼자 살고 있네,

In meinem Lieben, in meinem Lied. 나의 사랑 속에서, 나의 노래 속에서.

5. ‘한밤중에’ Um Mitternacht

이 곡은 1901년 6월과 7월 사이에 마이어니히에서 작곡되었다. 가사는 뤼케르트의 시 ‘한밤중 Mitternacht)’에서 가져왔다. 한밤중에 괴로움과 절망에 빠진 주인공이 자신의 힘으로는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인간의 무력함을 깨닫고 하늘을 바라보며 모든 문제를 신에게 의탁하고 신께서 해결해주시길 바라는 종교적인 성격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현악기는 사용되지 않았다. 알마 말러는 이 곡을 쇤베르크에게 헌정했다.

Um Mitternacht 한밤중에

Hab' ich gewacht 나는 잠에서 깨어났네

Und aufgeblickt zum Himmel; 그리고 하늘을 보았지만,

Kein Stern vom Sterngewimmel 무수한 별들 중 어느 한 별도

Hat mir gelacht. 나에게 미소 지어 보이지 않았네.

Um Mitternacht. 한밤중에.

Um Mitternacht 한밤중에

Hab' ich gedacht 내 생각을 날려 보냈네

Hinaus in dunkle Schranken. 어둠 끝까지.

Es hat kein Lichtge danken 그렇지만 어떤 광명도

Mir Trost gebracht. 나에게 위안을 주지 못했네.

Um Mitternacht. 한밤중에.

Um Mitternacht 한밤중에

Nahm ich in Acht 나는 들었네

Die Schläe meines Herzens; 내 심장의 고동소리를.

Ein einz'ger Puls des Schmerzes 고통의 박동이

War angefacht. 나를 엄습했네.

Um Mitternacht 한밤중에.

Um Mitternacht 한밤중에

Käpft' ich die Schlacht, 나는 투쟁을 했네.

O Menschheit, deiner Leiden; 오 인류여, 너의 고통이여.

Nicht konnt’ ich sie entscheiden 이길 수가 없네

Mit meiner Macht. 나의 능력만으로는.

Um Mitternacht 한밤중에.

Um Mitternacht 한밤중에

Hab’ ich die Macht 나는 나의 능력을

In deine Hand gegeben! 당신의 손에 맡겼네!

Herr! üer Tod und Leben, 삶과 죽음을 주재하는 주님!

Du hältst die Wacht. 나를 지켜보아 주소서.

Um Mitternacht! 한밤중에!

Mahler, 5 Ruckert-Lieder

Renée Fleming, soprano

Maciej Pikulski, piano

Musikverein Grossersaal, Wien

2012.12.11

1.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네(Ich atmet´ einen linden Duft) - 2. 아름다움을 사랑하신다면(Liebst Du um Schönheit) - 3. 한밤중에(Um Mitternacht) - 4. 나의 노래를 엿보지 마세요!(Blicke mir nicht in die Lieder!) - 5.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