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Schoenberg, Gurre-Lieder)

라라와복래 2018. 9. 14. 03:38

Schoenberg, Gurre-Lieder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Arnold Schoenberg

1874-1951

Giuseppe Sinopoli, conductor

Chor des Sachsischen Staatsoper Dresden

Staatskapelle Dresden

Semperoper, Dresden

1995.08


Giuseppe Sinopoli/Staatskapelle Dresden - Schoenberg, Gurre-Lieder

[출연 성악가] Thomas Moser(발데마르), Deborah Voigt(토베), Jennifer Larmore(산비둘기), Bernd Weikl(농부), Kenneth Riegel(어릿광대 클라우스), Klaus Maria Brandauer(내레이터)

[초청 합창단] Chor des Mitteldeutschen Rundfunks Leipzig, Prager Männerchor


<구레의 노래>는 쇤베르크가 1900년부터 1911년에 걸쳐 완성한 대규모의 성악곡이다. 가사는 덴마크의 시인이자 식물학자인 옌스 페테르 야콥센(Jens Peter Jacobsen)이 쓴 19편의 시를 소재로 삼았다. 쇤베르크의 작품에는 대부분 작품번호가 붙어 있는데 이 곡에는 없다. 11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작곡되면서 중간에 여러 번 중단되는 바람에 그사이 다른 작품들이 발표되어서 작품번호를 붙이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초연은 1913년 2월 23일 빈 악우협회에서 이루어졌으며 청중들에게 압도적인 감명을 줄 정도로 대성공이었지만, 그때까지 빈에서 당한 수모 때문에 쇤베르크는 앙코르를 거부했다.

성악 파트 편성은 내레이터(해설자)와 5명의 솔리스트(독창자), 그리고 세 그룹의 남성 4부 합창과 혼성 8부 합창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등장인물인 발데마르(테너), 토베(소프라노), 산비둘기(메조소프라노 또는 알토), 농부(베이스), 광대역의 클라우스(테너) 5명과 해설자 1명, 발데마르의 신하들을 나타내는 남성 4부와 혼성 8부 합창 구성이다. 오케스트라는 25개의 목관악기와 11개의 타악기, 4대의 하프, 80명의 현악주자들로 구성된 150명 규모의 편성으로 이 작품의 기보를 위해 48단으로 된 악보를 출판사에 별도로 주문한 것으로 유명하다. 말러의 ‘천인 교향곡’ 다음가는 대규모 편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연주시간은 1부 1시간, 2부 5분, 3부 1시간 10분, 총 2시간 10분 정도이다.

19세기 말, 빈을 중심으로 활동한 쇤베르크는 20세기에 들어와 몇 가지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1901년 10월 그의 유일한 작곡 선생이 된 쳄린스키(Alexander von Zemlinsky)의 여동생 마틸데와의 결혼이고, 다른 하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의 만남이다. 〈구레의 노래〉를 작곡할 당시에 이루어진 이 두 만남은 쇤베르크의 작곡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쇤베르크는 결혼 후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베를린의 한 카바레에서 오페라타 편곡자 겸 지휘자로 일해야 했으며 그 때문에 〈구레의 노래〉 작곡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쇤베르크에게 다시 작곡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바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의 만남이다. 쇤베르크는 슈트라우스에게 자신의 미완성 작품인 〈구레의 노래〉와 교향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보여주었다. 이 두 작품에 감명을 받은 슈트라우스는 쇤베르크가 리스트 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었다. ◀쇤베르크 자화상, 1910년.

음악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만남도 <구레의 노래>를 쓰는 동안 이루어졌다. 쇤베르크는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완성한 후에 빈으로 돌아와 개인 강습을 열었는데, 수강자 모집 광고를 보고 안톤 폰 베베른(Anton von Webern)과 알반 베르크(Alban Berg)가 찾아온 것이다. 이 선생님과 두 제자는 음악사에서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로 묶여졌으며 나중에 ‘신(新)빈악파’라고 불리게 된다.

곡의 내용

〈구레의 노래〉는 중세 덴마크의 왕이었던 발데마르 4세의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덴마크의 국가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야콥센에 의해 비극적 시로 탄생하고 쇤베르크가 이를 바탕으로 〈구레의 노래〉를 작곡한 것이다. 야콥센의 시의 줄거리는 이렇다. 발데마르가 구레의 성으로 토베를 찾아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기쁨은 잠시 토베가 음모로 살해된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발데마르가 신을 비난하자, 그 죄로 죽은 후에도 구레의 성 근처를 사냥하며 배회하고 다녀야 하는 벌을 받는다. 원시는 9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쇤베르크는 이를 3부로 나누어 작곡하였다.

1부

관현악 전주, 발데마르와 토베가 교대로 노래하는 9개의 노래, 관현악 간주와 산비둘기의 노래 등 모두 12곡으로 되어 있다. 관현악 간주까지의 줄거리는, 발데마르 왕이 구레 성으로 토베를 찾아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이야기이며, 그것이 두 사람이 교대로 부르는 사랑의 노래로 표현된다. 간주 후의 산비둘기의 노래에서는 토베의 죽음과 발데마르의 비탄이 간접적으로 산비둘기의 이야기로 표현된다.

2부

하나의 노래로만 되어 있는 매우 짧은 곡으로, 발데마르가 신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3부

신성모독의 죄 때문에 발데마르는 죽은 후에도 신하들과 함께 구레의 성 주위를 배회하며 사냥을 해야 하는 벌을 받는다. 이 발데마르의 슬픈 운명은 남성 합창단에 의해 묘사된다. 이어 망령을 보고 놀란 농부의 노래가 이어지며, 어릿광대 클라우스의 다소 재미난 간주가 끼어든다. 마지막으로 ‘여름 바람의 거친 사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부분에서 내레이터의 노래가 나온다. 이 노래는 음정과 리듬이 정해져 있으나 보통의 노래와는 아주 다르다. 일종의 레치타티보로 쇤베르크가 창안한 것이다. 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슈프레히슈티메(Sprechstimme)’라고 하는데 1912년에 작곡된 〈달에 홀린 피에로〉에서 더욱 확장되어 사용된다.


덴마크 구레의 성 유적, 2007년

〈구레의 노래〉는 쇤베르크에게 낭만주의의 ‘두 거장 리하르트’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안겨주었다. 두 거장 리하르트란 리하르트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가리킨다. 낭만적 표현에서 그 격렬함의 정도가 리하르트 바그너를 능가했다는 뜻이고, 악기 편성의 규모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능가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구레의 노래〉는 낭만주의의 극단을 달렸다는 평가와 동시에 후기낭만주의의 한계를 경험하게 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성음악의 범주를 벗어나는 부분들이 몇 나오는데, 이러한 음악적 특징이 앞으로의 쇤베르크의 음악의 방향을 예견해주고 있다.

“Song of the Wood Dove”(산비둘기의 노래) -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1부

Karen Cargill, mezzo-soprano

Sir Simon Rattle,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BBC Proms 2017 Prom 46

Royal Albert Hall, London

2017.08.19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