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발레 ‘지젤’(Ballet ‘Giselle’)

라라와복래 2018. 9. 20. 10:45

Ballet ‘Giselle’

발레 ‘지젤’

Adolphe Adam

1803-1856

Giselle: Svetlana Zakharova

Albrecht: Roberto Bolle

Hilarion: Vittorio D'Amato

Myrtha: Marta Romagna

Corpo di Ballo del Teatro alla Scala

Orchestra del Teatro alla Scala

Conductor: David Coleman

Teatro alla Scala 2005


Teatro alla Scala 2005 - Adam, Giselle


발레 <지젤>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프랑스의 낭만파 시인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이다. 고티에는 독일의 시인 하인히리 하이네가 프랑스어로 쓴 독일 민간전설에 관한 연구서 <독일로부터>를 읽고 그중 ‘윌리의 전설’을 발레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윌리’(독일어로는 빌리)는 결혼식 전날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으로 춤추는 것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처녀 귀신’이다. 처음에 고티에는 이 작품 1막의 배경을 화려한 귀족 무도회장으로 설정한 후 빅토르 위고의 시 ‘유령’에 등장하는 젊은 미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녀가 무도회장에서 밤새도록 춤을 추는 내용으로 꾸미려고 했다.

그러나 발레 대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문을 받은 대본작가 베르누아 드 생조르주는 고티에가 제시한 귀족 무도회장 아이디어를 버리고 무대 배경을 완전히 바꾸었다. 당시 발레 <라 실피드>가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었는데 이 발레의 배경이 시골마을이었기 때문에 이를 계산에 둔 것이다. 즉 배경은 귀족 무도회장에서 시골 마을로, 젊은 미녀는 순박한 시골 처녀로, 춤을 추는 장소는 무도회장이 아닌 인적 드문 숲 속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젊은 미녀가 밤새도록 춤을 추다 추위 때문에 목숨을 잃는 부분은 지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했다고 믿고 충격을 받아 죽는 내용으로 고쳤다.

등장인물

지젤(Giselle): 시골 청년 로이스를 사랑하는 순박한 시골 처녀. 심장병을 앓고 있다. 로이스의 정체가 밝혀진 후 충격을 받고 숨을 거둔 뒤 처녀 귀신 윌리가 된다.

알브레히트(Albrecht): 귀족이자만 평범한 시골 청년 로이스로 가장하여 지젤에게 접근한다.

힐라리온(Hilarion): 지젤을 짝사랑하는 시골 청년.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밝혀낸다.

바틸드(Bathide): 알브레히트의 약혼녀

윌리(Willi): 남자의 배신 때문에 죽은 처녀 귀신. 자정부터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춤을 춘다.

미르타(Myrtha): 윌리들의 여왕

줄거리

유럽의 문학 속에서 무도회의 장면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춤은 음악과 함께 그들의 일상생활이기 때문이다. 침식을 잊고 춤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도 흔하다. 중세 독일의 전설에 의하면 춤을 좋아하는 처녀가 결혼 전에 죽으면 윌리라는 귀신이 되는데, 이들은 밤마다 무덤에서 빠져나와 젊은이를 유혹하여 미친 듯이 춤을 추게 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지젤>은 이 전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1막 (독일 라인 강 주변의 포도 재배 농촌)

춤을 좋아하는 시골 처녀 지젤은 자신에게 구애하는 청년 로이스와 사랑에 빠진다. 데이지 꽃으로 점을 쳤을 때 지젤의 불행한 운명을 암시하는 결과가 나오지만 둘의 사랑은 더욱 굳어진다. 한편 지젤을 짝사랑하는 사냥터 관리인 힐라리온은 로이스의 정체를 의심한다. 마침 귀족들이 사냥을 하다 마을로 들어온다. 일행 중에는 대공의 딸 바틸드도 있다. 로이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힐라리온은 로이스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밝힌다. 로이스는 실은 백작 알브레히트였고 바틸드는 그의 약혼녀였다. 지젤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심장이 좋지 않은 그녀는 결국 어머니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발란신 버전에는 칼로 자살한다.)

2막 (지젤의 묘가 있는 어두운 숲 속)

한밤중 묘지에서 처녀 귀신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가 나타나 무덤 속의 지젤을 불러낸다. 미르타가 주관하는 의식에 따라 그녀도 윌리가 된다. 숲 속에서 윌리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 힐라리온이 지젤의 무덤을 찾는다. 남자를 저주하는 미르타와 윌리들은 힐라리온을 유혹해 춤을 추게 하고 지친 그를 호수에 던져 죽여버린다. 이어서 알브레히트도 지젤의 무덤을 찾아온다. 미르타와 윌리들은 그도 죽이려고 한다. 지젤은 여전히 알브레히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살려달라고 미르타에게 호소한다. 미르타는 단호히 거절한다. 지젤은 알브레히트를 보호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춤을 춘다. 사랑의 힘 때문에 미르타의 마법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마침내 새벽이 밝아 온다. 윌리들은 무덤 속으로 사라지고 알브레히트를 구한 지젤도 그들을 쫓아 무덤 속으로 뛰어든다. 알브레히트는 지젤의 무덤을 부여안고 깊이 흐느낀다.


<지젤> 윌리들의 군무, 마린스키 발레단 2018/2019

감상 포인트

―지젤 역을 맡은 발레리나의 연기력과 테크닉을 눈여겨본다. 1막 전반부에서는 사랑에 빠진 순박하고 발랄한 시골 처녀, 1막 후반부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앞에서 오열하며 광란으로 치닫는 비극의 여인으로, 2막에서는 죽어서도 연인을 향한 숭고한 사랑을 지키는 가련한 윌리로서 캐릭터의 3단 변화를 한다. 따라서 지젤 역의 발레리나에게는 1막에서는 극적인 연기력이, 2막에서는 난도 높은 테크닉이 요구된다.

―1막에서 볼 만한 춤으로는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파드되’(pas de deux, 2인무), 포도 수확 축제의 왕과 여왕으로 뽑힌 농부 한 쌍이 추는 ‘페전트 파드되’(peasant pas de deux, 농부의 2인무)가 있다.

―2막의 중간 장면은 발레단마다 큰 차이가 없지만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저마다 아이디어를 발휘해 특색을 자랑한다. 첫 장면은 윌리의 여왕 미르타의 솔로로 시작하거나, 숲 속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윌리들의 모습, 혹은 피아노 줄을 이용해 윌리들이 공중을 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무덤이 차례차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젤이 땅 속으로 꺼지거나 공중으로 떠 사라지기도 한다.

―2막에서는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춤들이 많다. 윌리의 여왕 미르타의 독무는 여왕의 권위와 냉엄을 보여준다. 24명의 윌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무는 발레 역사에서 명장면으로 꼽힌다. 특히 힐라리온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춤에서 윌리들의 대열 변화와 마지막에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추는 2인무는 압권이다. 이때 지젤 역을 맡은 발레리나의 목에서 어깨를 거쳐 팔로 떨어지는 선을 가리켜 ‘지젤 라인’ 또는 ‘지젤 곡선’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젤 라인이 표현하는 아름다움과 공기처럼 가벼운 몸놀림은 탄성을 저절로 자아내게 한다.

―대표적인 발레 블랑 작품 : 발레 블랑(Ballet Blanc)은 ‘백색 발레’라는 뜻이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안무자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신비감을 주느냐’였다. 이를 위해 그들은 여성을 신비화시키기로 한다. 그 방법은 무대 배경을 주로 어스름한 달빛이 내리는 한적한 숲속으로 하고, 여성 무용수에게 흰색 발레 의상을 입히고 얼굴은 되도록 창백하게 한다. 그리고 춤은 가능한 공기의 요정처럼 가볍게 나풀거리는 동작으로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발레 블랑 장면은 <지젤> 2막 ‘윌리들의 숲’, <백조의 호수> 2막과 4막 ‘호숫가 장면’ 등이 있다.

―라이트모티프를 사용한 음악 : 이전까지의 발레음악은 이야기의 진행이나 등장인물의 성격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이 춤곡을 연주하는 것에 그쳤다. 말하자면 단순한 리듬 음악이었다. 그런데 아당은 이 발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특정한 선율을 부여하고 그것을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변화시켜 가는 라이트모티프 기법을 씀으로써 발레 전체에 통일감을 꾀했다. ‘라이트모티프(유도동기)’는 바그너가 자신의 음악극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기법이다.

비하인드 더 신

<지젤>은 1841년 6월 28일 파리 아카데미 루아얄 드 뮈지크 극장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파리오페라극장의 발레 마스터였던 장 코라이가 대부분을 안무하였는데, 초연의 지젤 역을 맡은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지(Carlotta Grisi)가 자신의 연인인 쥘 페로를 보조 대본작가로 강력하게 추천함으로써 이 작품에서 그녀가 추는 모든 독무는 페로가 안무하게 되었다. 사실 <지젤>은 그리지를 흠모했던 테오필 고티에가 그녀에게 바치려고 구상한 작품이라 안무 과정에서 그녀의 입김이 상당히 셀 수밖에 없었다.

<지젤>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그리지는 발레 <라 실피드(La Sylphide)>의 발레리나 마리 탈리오니(Marie Taglioni)의 강력한 적수로 떠올랐다. <라 실피드>는 오늘날 발레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 발끝을 세워 춤을 추는 푸앵트 테크닉(pointe technique)이나 로맨틱 튀튀(romantic tutu)를 입은 백색 군무 같은 것들을 하나의 전형으로 확립한 작품이다. 탈리오니는 푸앵트 테크닉을 펼치기 위해 토슈즈를 처음 신었으며 길이가 긴 종 모양의 백색 의상인 로맨틱 튀튀를 고안하여 고전 발레에 혁명을 일으킨 무용수이다. 그리지는 그런 인기 절정의 탈리오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카를로타 그리지가 <지젤> 초연에서 순백 로맨틱 튀튀에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추는 모습, 1941

오늘날 우리가 보는 <지젤>은 1860년 이후 러시아로 건너가서부터이다. 당시 마린스키 극장의 예술감독 마리우스 프티파는 1막에 지젤을 위한 솔로 바리에이션을 넣고, 2막에는 윌리들을 하나의 군무로 묶어서 미르타의 춤,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2인무와 함께 그랑 파드되를 구성했다. 완전히 새로운 면모로 재탄생된 것이다. 러시아 황실 발레단에 보존되던 프티파 버전 <지젤>은 1910년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의 댜길레프에 의해 파리에 역수입되었다. 여주인공 지젤은 세계 모든 발레리나들이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오로라 공주와 함께 가장 선망하는 배역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전막 초연은 1989년 5월 9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국립발레단에 의해 올려졌으며 이때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러시아 버전에 바탕한 임성남 안무였다. 프랑스의 파트리스 바르가 안무한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은 2011년 2월 24일에 국립발레단에 의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2011년 4월, 피겨 퀸 김연아는 러시아에서 열린 ISU 세계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발레곡 ‘지젤’을 채택해 1위에 올랐다. 김연아의 퍼포먼스와 함께 뉴스에 자주 오르내렸던 <지젤>은 우리나라에서 발레의 대중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호주의 안무 거장 그램 머피가 재해석한 컨템포러리 버전 <지젤>은 유니버설발레단에 의해 2015년 6월 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Adam, Giselle

Giselle: Anna Tsygankova

Albrecht: Jozef Varga

Hilarion: Jan Zerer

Myrtha: Igone de Jongh

Holland Symphony

Conductor: Boris Gruzin

Dutch National Ballet 2009

Muziektheater Amsterdam

2009.02

정리 : 라라와복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