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그물망을 깁는 여자

라라와복래 2018. 9. 20. 20:58

              그물망을 깁는 여자

                      

뉴욕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어느 오후, 나는 굉장히 특이한 예술가를 만나 차를 마셨다. 그녀는 월스트리트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전 세계에서 열두 곳을 찾아 그곳의 자연에 어울리는 그림이나 조각상을 만들라는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네 개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이라며 사진을 한 장 보여줬는데, 캘리포니아의 한 동굴 안에 인디언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꿈속의 계시를 기다리는 동안, 은행에서 일하며 여비와 작업비를 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그녀가 대답했다. “허튼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이 그물망은 우리의 행동 여하에 따라 단단해질 수도 느슨해질 수도 있지요. 가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행동으로 많은 것을 구하거나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설사 그게 엉터리라 해도, 나는 꿈속에서 들은 말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요. 인간관계란 거대하고 끊어지기 쉬운 거미줄 같은 거예요. 그리고 내 작업의 목적은 그 망의 일부를 복구하기 위해 깁는 것이죠.”

―파울로 코엘료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문학동네) 114~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