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모차르트 ‘아베 베룸 코르푸스’(Mozart, Ave Verum Corpus, KV 618)

라라와복래 2018. 10. 5. 07:04

Mozart, Ave Verum Corpus, KV 618

모차르트 ‘아베 베룸 코르푸스’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Myung-Whun Chung(정명훈), conductor

Chœur de Radio France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Auditorium de Radio France, Paris

2014.11.14


Myung-Whun Chung/Radio France PO - Mozart, Ave Verum Corpus, KV 618


세자르 프랑크의 <천사의 빵(Panis angelicus)> 못지않게 일반에 잘 알려져 있는 성체 찬미가로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KV 618)가 있다. 마음의 고통을 없애기 위한 ‘음악치료’에 어떤 다른 음악보다도 자주 쓰이는 이 곡에 대해 음악평론가들은 “모든 교회음악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곡일 것”이라고 말한다.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라는 이 라틴어 합창곡의 첫 마디에서 ‘아베(Ave)’는 ‘안녕하세요’ 또는 ‘찬미드립니다’라는 뜻의 인사, ‘베룸(Verum)’은 ‘진실한’, ‘코르푸스(Corpus)’는 ‘몸’이라는 뜻이다.

동정 마리아께서 나신 성체께 진실로 찬미드립니다.

지극한 고통을 당하시고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성체여

찔리신 옆구리에서는 물과 피가 흘렀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저희가 당신을 본받게 하여 주십시오.

생의 마지막 해에 자신의 죽음을 예비한 노래

1791년 늦봄부터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여섯 번째 임신을 한 상태로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휴양지 바덴에 가 있었다. 모차르트는 몇 차례 아내를 보러 그곳에 갔고, 콘스탄체는 그해 7월에 아들 프란츠 크사버 볼프강 모차르트를 출산했다. 이때 모차르트는 바덴에서 합창단 지휘자로 일하던 친구 안톤 슈톨을 위해 모테트 <아베 베룸 코르푸스>를 작곡했고, 이 곡은 그해 성체성혈대축일인 6월 17일에 슈테판 대성당에서 초연되었다.

1791년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로 36년이라는 짧은 생애에서 그 어느 때에 못지않게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한 시기이기도 하다. <아베 베룸 코르푸스>를 작곡한 뒤 모차르트는 여름에 프라하에 체류하며 그곳에서 자신의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를 초연했다. 그런 다음 돌아와 쉬카네더의 극장에서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의 첫선을 보였고, 늦가을부터 <레퀴엠>을 작곡하다가 완성하지 못한 채 병석에 누웠다가 12월 5일에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위 초상화, 1802)는 모차르트 사후 사업 수단을 발휘해 경제적으로 풍요해졌으며 두 아들 카를 토마스와 프란츠 크사버의 교육에 정성을 들였다(다른 네 아이는 영아 때 사망했다). 1809년 오랫동안 동거해 오던 게오르크 폰 니센이라는 덴마크 외교관과 재혼했으며, 부부는 모차르트의 전기를 출간하는 데 힘썼다. 콘스탄체는 1842년에 80세로 사망했다._라라와복래

수많은 미사곡과 연도곡, 칸타타를 작곡한 모차르트였지만 콘스탄체와 결혼한 직후인 1783년에 <c단조 미사>를 작곡하다 중단한 이래 교회음악을 작곡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생의 마지막 해인 1791년에 와서야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듯 <아베 베룸 코르푸스>와 <레퀴엠>을 작곡한 것이다. 1780년대 중반 이래 그가 작곡한 기악곡들과 비교해보면 모차르트는 이 <아베 베룸 코르푸스>와 더불어 작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 자신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음악평론가 알프레트 아인슈타인은 그의 마지막 교회음악 작품인 <아베 베룸 코르푸스>와 <레퀴엠>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면에서, 하나는 소품이지만 완벽하게 완성되었고, 다른 하나는 대작이지만 미완성으로 남았다.”

최고의 작곡가가 남긴 최고의 작품

모차르트가 쓴 <아베 베룸 코르푸스>의 악보에는 ‘소토 보체(sotto voce, 부드럽고 여린 소리로)’라는 말 빼고는 작곡가의 어떤 지시나 해설도 없다. 그래서 지휘자에 따라 작품 해석이 다양해질 수 있는 이 노래는 멜로디도 단조롭고 연주에 현란한 기교가 필요한 부분도 전혀 없다. 모차르트가 이 곡을 4성부 합창에 현악기와 오르간 반주만을 곁들이는 형태로 단순화시킨 것은 안톤 슈톨이 이끄는 합창단의 규모를 고려한 까닭도 있겠지만, 계몽적인 개혁을 원했던 당시 오스트리아의 군주 요제프 2세의 예술적 취향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요제프 2세는 민중의 소박함이 담긴 ‘오스트리아적’인 음악을 원했고, 특히 교회음악은 텍스트가 명료하고 길이가 짧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합창곡과 비교할 때 모차르트는 <아베 베룸 코르푸스>에서 네 개의 성부가 대체로 동시에 같은 가사를 노래하는 ‘놀라울 정도의 단조로움’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을 동시에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베룸 코르푸스>의 연주시간 역시 4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주는 느낌은 말할 수 없이 강렬하고 깊이가 있다. 조용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멜로디, 음정으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마음에 사무치게 하는 모차르트의 재능, 천상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현악과 오르간의 후광 효과, 이런 요소들로 인해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모차르트의 합창곡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고, 수많은 모차르트의 대작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작곡가가 남긴 최고의 작품(opus summum viri summus)’이라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얻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이상이 보수반동 세력의 음모로 좌절을 겪은 뒤로 모차르트는 “개개인이 정신적인 숭고함만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만이 세상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게 되었으며, <아베 베룸 코르푸스>가 지니고 있는 단순명료함 역시 이런 그의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의 순간에 저희가 당신을 본받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가사와 함께 점진적으로 상향하다 가라앉는 <아베 베룸 코르푸스>의 마지막 구절은 우리의 마음을 언제나 정결하게 비워준다.

Mozart, Ave Verum Corpus, KV 618

Leonard Bernstein, conductor

Friedemann Winklhofer, organ

Chor und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Waldsassen, Stiftsbasilika

1990.04

이용숙 (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이용숙 지음, 『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 ㈜샘터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