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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도둑괭이 공주> 중에서
시댁에는 미혼의 시누이가 둘, 시누이 둘은 오래전부터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워왔지요. 밥을 먹자마자 아침 댓바람에 집을 나선 고양이들은 해가 질 무렵에야 귀가를 합니다. 어찌나 조심성이 많은지 곧장 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지요. 대문이나 담장 위에 앉아 혹시나 불청객이 온 건 아닌가 동정을 살핍니다. 대체 어디를 쏘다니다가 오는 걸까, 그 녀석들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입니다. 어디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을 숨겨두었는지, 작정하고 뒤를 밟아보고도 싶은데 녀석들은 그런 절 비웃는 듯 담장을 타고 유유히 사라져버리곤 했지요. 그 고양이들, 우리 언니들은 공주와 이쁜이라고 부릅니다. 동네를 벗어나 만나는 다른 이들, 누군가는 뚱띵이라 누군가는 점박이라 누군가는 제리라고 부를지도 모르지요. 하루종일 안동시 구석구석,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 다시 공주와 이쁜이가 되는 녀석들. 그중 한 마리는 일년이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고 있어요. ……시댁에는 시누이가 둘, 고양이 한 마리 있습니다.
_ 문학집배원 하성란(소설가) 201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