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닿은 세상
글ㆍ사진 김형욱 l 글로세움
31살 청년의 열정과 꿈, 따뜻한 마음이 담긴 책
<손끝에 닿은 세상>은 사람들이 ‘오지’라 부르는 세상의 가장자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교감하고, 자신을 발견한 31살 청년 김형욱의 여행 기록이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발 닿은 곳마다 늘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늘 서툴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그 또한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기에 행복했던” 서툰 여행 기록이다. 그래서 책은 여행가이드 북이라기보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를 따라 그들의 삶의 표정이 저자의 여행 단상과 맞물려 잔잔하게 그려진다.
이십대엔 산이 좋아 산에서 살았고, 산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했던 김형욱의 꿈은 ‘세계 최초 유라시아 자전거 횡단’이었다. 하지만 이 꿈은 8천 킬로미터를 달려 도착한 파키스탄에서 끝나게 되고, 그때 한참을 방황하던 자신을 일으켜 세운 힘이 파키스탄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망울이었다. 이후 배운 적도 없는 카메라에 아이들의 눈망울과 웃음소리를 담아내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천 개의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꿈과, 그리고 ‘한 권의 책이 오지 아이들에게 수천 가지 꿈을 꾸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김형욱은 이미 2008년 인도 다스다 마을에 첫 번째 도서관을, 네팔 포카라 사랑곶에 두 번째 도서관을,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네팔 고르카 마을에 세 번째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10년 안에 천 개의 도서관을 만들려면 1년에 백 개 도서관을 만들어야 이룰 수 있는 꿈. 누군가는 불가능하다 할 수도 있는 꿈이다. 그러나 불가능에 도전하는 순간 기적은 시작되고, 꿈꾸길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법. 혼자만의 꿈은 처음에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또다시 지인들의 마음과 마음을 통해 전달됐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책과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초등학생이 안 쓰는 공책과 연필을 보내기도 하고, 테이크아웃 커피 값을 아껴 후원자 통장에 2,000원을 보내오는 이도 있다. 작은 정성과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저자의 꿈이 현실이 되고, 나눔의 기적이 만들어지는 증거다.
“제 나이 40이 되는 10년 후, 천 개의 도서관을 꿈꿉니다.”
10년 안에 오지마을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천 개를 만드는 것이 꿈인 김형욱은 지금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하나의 마음이 둘이 되고, 다시 열이 되고, 백이 되고 천이 되어 ‘천 개의 도서관’을 만들고 있는 것.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말이 있다. ‘많이 필요치는 않다’ ‘가장 불행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소소한 듯하나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이 마음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 책의 인세 또한 모두 도서관을 만드는 데 쓰인다.
Never Say Goodbye. 김형욱은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이들과 다시 만날 것이라 믿기에,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는다. 처음 세상의 가장자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아이들과 헤어지며 가장 힘들었던 것이 헤어지며 나누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인 정을 떼기가 힘들었던 것. 하지만 이제 그는 헤어지며 안녕이라 말하지 않는다. 언젠가 그들과 다시 만날 것을 믿기에, 발 닿은 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스치는 인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지나온 그 길, 마을을 다시 찾는다. 2년 전 라오스 방비엥 인근 마을에서 만난 발리는 다시 찾았을 때 어느새 숙녀 티가 났고, 3년 만에 만난 네팔 개구쟁이 라즈는 부쩍 커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임모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천 가지 꿈을 피어낼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기계가 아닌 마음으로 찍은 사진들
<손끝에 닿은 세상>에는 특히 아이들을 클로즈업한 사진이 많다. 사진 찍힌 아이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고 맑을 수가 없다. 어쩌면 아이들이 저리 웃을 수 있을까? 절로 의문이 들 정도.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사진 찍혀 주는 이들에게 최대한 존경을 다하고 존중한다. 무엇보다 찍히는 주인공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은 후에도 반드시 인화해 그 사진을 나누어준다.
사진에 관해 그에게 가장 멋진 칭찬은 ‘참 따뜻하다’는 말. 찍고 싶은 단 한 장의 사진은 ‘파란 하늘빛처럼 맑은 미소를 가진 아이들, 바람이 불고, 아이들은 깔깔거리고, 냇가의 물이 바위를 타는 소리. 길섶의 잠자리 날갯짓 소리, 저 건너 작은 집의 아기 우는 소리. 그 모든 풍경이 들려주는 소리’라고 한다.
김형욱은 사진을 전문으로 배운 적도 없고, 심지어 갖고 다니는 카메라는 친구가 쓰던 오래된 카메라 한 대와 고장 난 카메라 한 대가 전부다. 그래도 그 낡은 카메라와 고장 난 카메라 덕에 어느덧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사진작가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제4회 내셔널 지오그래픽 국제 사진 공모전 인물부문에서 대상까지 받았다.
지난해 10월 김씨가 네팔의 산간마을 마셀에 직접 영어책 600권과 학용품·장난감 100㎏을
갖고 가 만든 도서관에서 한 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
아직 카메라의 정확한 사용법도 모르고 수동으로 초점을 잡는 방법도 모른다는 김형욱. 그러나 그는 작은 뷰파인더 속에 순간적인 사진 욕심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의 가장 솔직한 눈빛을 담아낼 수 있다 말한다. 기계와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찍은 사진은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행운의 편지
저자는 이 편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해 나눔의 기적을 실천한다.
저는 제 꿈을 이룰 수 있다 믿습니다. 다 보고 필요 없어진 아이들의 영어책 한 권이 제 꿈을 이뤄 줄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가장자리, 우리와 꼭 같은 이들의 동심에 세상의 희망을 심어줄 것입니다. 아이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집이나 유치원 학교 단위에 있는 ‘영어로만’ 된 책을 보내주십시오. 나눔의 기적을 만드는 데 동참하실 분은,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을 아껴서 후원금으로 보내주십시오. 천 원의 돈으로 아이들에게 연필 다섯 자루와 공책 두 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진행상황은 저의 홈페이지 www.worldedge.kr 에 하나도 빠짐없이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큰 틀의 법인을 만들지 않은 개인이 하는 일이기에, 세금 공제는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 그대로 담아 아이들에게 전하겠습니다.
이것이 제 꿈이기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중략…) 가장 불행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메루피크 세계 초등정을 한 팀의 일원이었던 것도, 올해 200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국제 사진 공모전 인물부문 대상을 받은 것도, 지금 제가 이렇게 ‘천 개의 도서관’을 향한 꿈을 꾸는 것도, 모두 세상에 나가 삶을 살고 사람들을 만났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실어 저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나눔의 기적은 이렇게 이룰 수 있습니다.
첫째, 중고책이나 집에 있는 ‘영어로만 쓰여진 책’을 보내주십시오.
둘째, 현지에서 교재와 문구류 사는 데 필요한 후원금을 보내주십시오.
셋째, 헌 장난감이나 문구류를 보내주십시오.
모든 마음은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드는 데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순수한 여러분의 마음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생생한 사진과 글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으로 그 따뜻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가장 불행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김형욱의 새해 다짐은 “안 지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열정은 커지는 데 혼자 움직이다 보면 지칠 수 있어 맘을 다잡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문화 콘텐츠가 없는 시골 분교에 갤러리 전시회를 열어주기 위해 중고차 한 대를 사는 목표가 더 생겼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는 그가 만든 홈페이지에 ‘worldedge’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세상(world) 가장자리(edge)로 걸어가 많은 사람을 만나라”는 뜻이다. 새해 벽두부터 그의 꿈과 시선은 세상 가장자리를 향하고 있다.
차례
시작하며│서툰 여행자의……미완성 여행기
Worldedge 01
꿈을 접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던 날이 있었다.
허나 길은 또 다른 길로 통하기 마련이고…
로빙화의 꿈魯氷花之夢 / 눈을 감으면… / 가만히 앉아서 보노라면 / 개구쟁이 라즈 / 자화상 / 조그만 마루가 세상이 되는 순간 / 동네 / 노마객잔, 시공을 초월하는 게스트 하우스 /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한국인 여러분 / 사진 찍히다 / 고백Ⅰ / 네팔 카트라이더 / 길에서 만나다 / 공명共鳴 / 따로 또 같이 / 삶은 너의 눈 속에 내가 나의 눈 속에 네가 있는 것 /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Ⅰ /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 / 서럽다 울지 마라 / 세상에 어머니 없는 사람은 없다 / 우담바라 / 행복 교환 / 인연, 그 끝나지 않는 그리움… / 진정한 지구인, 최창수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여행법 / 네팔 포카라 한국어 교실 / 빈첸소를 위하여, 우리는 모두 지구별 여행자이기에 / 샹그릴라의 겨울 밤 / A+ 삶 / 별 / 목적 없는 여행은 슬프다 / Free Tibet / 내 친구 라쥬,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Vues de dos, 뒷모습Ⅰ /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 흑풍회, 학교에 가다 / 함정 / 바람이 이끈 곳에서 만난 아이 / 허리를 힘껏 낮추고 / 오후 네 시의 아이들 / 아침Ⅰ / 길에 하는 이야기 / 회귀 / 귀족주의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 신기루 / Never Say Goodbye
Worldedge 02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헤매지 않을 것을…
I Believe… / 편지 하나, 벗 창수에게 / 아랫마을 가던 길 / 그곳 / 저 등 너머로 / 가보지 않고선 판단하지 말라 / 꼭 내 손이 닿을 만치 떨어져 있다 / 저 멀리 시선 닿은 곳… / 삶과 죽음은 나란히 달린다 / Vues de dos, 뒷모습Ⅱ / 착각 / 바람이 전해준 말… / GREAT KOREA / 하늘에 두 개의 무지개가 걸린 날 / 내가 찍고 싶은 단 한 장 / 카트만두 밸리 / 먼 발치에 있었던 / 북부 파키스탄 깊은 곳, 그곳에 사는 사람들 / 세상의 어머니 같은 꽃 / 두 개의 시선이 하나가 되는 순간Ⅰ / 달 / Vues de dos, 뒷모습Ⅲ / 그해 겨울 / 무제無題Ⅰ / 눈은 정상부터 덮어내리고 / 농락당하기 / 이십대 / 길은 가르쳐준다 / 무제無題Ⅱ / 마늘 /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그대들에게 / 고추꽃 / 한 남자 이야기, Written by J / 매미 / 환절기 같은 시간 / 첫사랑 / Vues de dos, 뒷모습Ⅳ / First Time… / 호기심 / 임모와 아땅 / 영원히 잊히는 시간은 없다 /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Ⅱ / …! / 많이 필요치는 않다 / 독백 / 하늘 가는 길 / 꼬마 라마승 / 수줍음 / 습관 I / 두 개의 시선이 하나가 되는 순간II / 뿌리 깊은 나무… / 천 원의 행복 / 캄의 사람 / 그리움 / 고백II / Never Say Goodbye
Worldedge 03
그리고 결국
자신만의 여행지도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기에…
반쪽 달은 어디에 / 미소화, 입가에 피어나는 꽃 / 꼭 같다 /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자유혼 / 습관 II / 하늘금 / 그림자 / 고장 난 카메라로 세상 들여다보기 / 선택 / About worldedge / 문득 / 반성문 / 세상에 입맞춤도 단 한 번뿐 / 이유는… / ‘마음’이라는 언어 / 여행의 오지 / 온몸을 낮춰 기도한다는 것 / 내 생에 가장 찬란했던 순간 / 삶의 무게, 하루 5천 원 / 시오세 다리 / Vues de dos, 뒷모습Ⅴ / 기다림… / 우리가 알지만 또 알지 못하는 것들 / 나비효과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화관 / 하물며 개도 알아보는데 / 유이치, 자신을 빛낼 줄 아는 친구 / 우리는 다르지 않다 / 낯선 곳에 착륙하는 법 / 길 없는 길에서 / 세상을 바꾸는 사소한 움직임 / 약속 / 아침Ⅱ / 희망의 시간을 찾아서 / Never Say Goodbye
마치며│행운의 편지 / 행운의 편지,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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