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일 시집 <애초의 당신>
민음사 2011.03.04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90년대를 여는 시인들'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요일(46)이 돌아왔다. 자신의 첫 시집이라 할 <애초의 당신>을 들고. 등단 21년 만에 첫 시집이라니, 의아해할 만하지만 사연이 있다. 시인은 1994년 실험 장시 '붉은 기호등'을 펴냈고 문단의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도마에 올랐다. 같은 해 시인 하재봉 성귀수 주종환과 함께 홍대 앞 클럽 '발전소'에서 국내 최초의 집단 시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실험대상으로서의 시에 대한 모색을 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적 언어의 한계에 직면한 시인은 돌연 절필하고 문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따라서 시집 <애초의 당신>에 실린 작품들은 등단작 '자유무덤'을 제외하고는 모두 2003년 이후에 쓰인 시들이다. '붉은 기호등'이 실험적인 한 편의 장시였으니, 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번 시집이 시인의 첫 시집이라 하겠다.
이름 때문에 지인들 사이에서 ‘금요일’이라고도 불리는 김요일은 시인들 가운데 노래 잘하는 톱10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음주가무에 능하지만 춤보다 노래가 더 곡진하다. 스무 살 때 친구인 작곡가 송시현을 통해 가수 이선희에게 ‘겨울 애상’을 헌시한 그는 서울교대 음악교육과 출신이다. 아무 글도 못 쓰던 그는 2003년 ‘아바나의 피아니스트’를 쓰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목청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오래전에 나는 아바나 해변의 재즈 피아니스트였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같은/ 유명한 악단은 아니었지만/ 가끔, 취한 ‘체 게바라’가 찾아와 클럽의 연주를 듣고 가기도 했었지/ 바다가 보이는 작고 낡은 바에선 언제나 음악이 끊이질 않았다네(‘아바나의 피아니스트’ 부분)
“시는 낯선 사고, 정말 다른 것을 보여줌으로서 동시대의 새로운 정서를 환기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철저하게 노래여야 하지요. 가수는 목청만 찾으면 계속 노래할 수 있지만 시인은 언제나 새로운 목청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목소리로 부르는 시편들에는 방랑의 정서와 실패한 혁명가, 낭만적 음악가의 모습이 함께 담겼다. 그는 “언어로 하는 실험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다 지쳐 손을 놓고 있던 어느 날 서정이 가슴까지 목까지 이마까지 차올랐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걸 받았다”고 말했다. 그 가슴까지, 목까지, 이마까지 차오른 서정이 시집에 수록된 ‘무인도’ 같은 창을 낳았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