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표지 시인의 글
왼쪽과 오른쪽의 대칭 구조로 이루어진 우리의 몸과 마음에 관하여 나는 30여 년 전에 ‘도다리를 먹으며’라는 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여기저기 인용되는 것으로 보아, 이 시는 상당히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그런데 당시에 내가 지니고 있던 좌우 상칭 개념이 나이 들면서 차츰 불균형 양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모든 사물을 관찰하고 끊임없는 독서와 집필의 도구로 사용해 온 두 눈이 몇 년 전부터 그 자동 기능에 이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왼쪽 눈의 시력이 0.2로 떨어져 버렸다. 오른쪽 눈의 시력은 아직 1.0이지만, 짝눈으로는 제대로 보기 힘들다. 이제는 사전을 들추어 볼 때, 확대경을 찾게 되고, 도무지 잔글씨로 인쇄된 책은 읽기 어렵게 되었다.
재작년에는 왼쪽 무릎을 다쳐서 고생했다. 개를 데리고 뒷동산으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오솔길을 내려오는데, 숲에서 갑자기 꿩병아리 몇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 순간 놀란 개가 날쌔게 그놈들을 쫓아가면서, 미처 목줄을 놓지 못한 주인을 넘어뜨린 것이다. 뼈나 인대를 상하지 않고, 무릎 근육만 다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뒤이어 2주일 동안 반깁스를 하고 다리를 절면서 해외여행을 다녀오느라고 큰 곤욕을 치렀다.
왼쪽 눈과 왼쪽 다리가 이렇게 되자, 몸 전체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이다. ‘도다리를 먹으며’시에서 두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붙은 “우 도다리”를 비웃던 서정적 자아가 스스로 도다리처럼 되어버린 셈이다. 좌우 균형의 유지가 생득적으로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인간의 뇌도 좌우로 갈라져 있어, 그 맡은 기능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논리와 계량에 어둡고, 고유명사나 보통명사 들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을 보면, 나의 뇌도 왼쪽이 시원찮은 모양이다. 오른쪽 뇌가 창조적 감성을 관장한다니, 그래도 천행으로 여겨야 할까. 하지만 왼쪽이 약해지면, 오른쪽만 계속 혹사하게 되어, 결국 양쪽을 모두 못쓰게 되기 쉽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역시 균형을 잃지 않는 일이다.